철학자 강신주(49)씨가 한 인터뷰에서 “페미니즘은 수준이 떨어진다”는 발언을 해 누리꾼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최근 자신의 책 <철학 VS 철학> 개정 완전판을 펴낸 강씨는 7일
인터파크에서 운영하는 북DB와의 인터뷰에서 ‘동양과 서양의 철학자들을 아우르는 방대한 분량이 특징인데, 여성 철학자는 한나 아렌트 단 한 명뿐’이라는 질문에 대해 “철학자 중에 여자가 없다”고 답했다. 강씨는 이어 “페미니즘은 여성적인 입장을 다루나, 아직 인간 보편까지는 수준이 안 올라갔다”며 “그래서 항상 배타적이고 공격적이다. 그 정도 가지곤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남성을 이해하고, 여성을 이해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야 하는데 아직 그 정도까지 안 왔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참정권이 여성에게 부여된 것이 20세기 들어와서니까”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강씨는 또 “이 책에 한나 아렌트 한 명 들어온 것이 우리 인류 문명의 현주소라고 보면 된다”며 “여성들의 가장 큰 문제가 남성 주류 사회에서 남성한테 인정받으려고 해서 생긴다. 페미니즘을 여기에 한 항목으로 넣을까 생각도 했었는데 수준이 떨어져서 넣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자 인터뷰어가 ‘페미니즘이 어떤 점에서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나'라고 물었고 강씨는 “이 책에서 다룬 내용과 비교해 아직 그 수준이 맹아적”이라며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가 여성이며, 음악을 좋아하고, 음식을 잘한다는 등의 특징을 전체로서 봐야 인문주의 시선이 생긴다. 그런데 ‘여성', ‘남성'이라는 이유로 들어가면 파시즘적 담론인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친일파라는 이유로, 일본 사람이라는 이유로 비판하는 것과 같다”며 “여성, 남성을 일반화시키는 페미니즘이 파시즘적 담론에서 자유로울까”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대중철학자로 활동하면서 전문가, 학계로부터 집중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는 질문에선 “난 그들에 대해 전혀 생각 안 한다. 일고의 가치가 없다. 50년 지나면 나만 남고, 그들은 아무도 안 남을 텐데”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선 페미니즘에 대한 강씨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트위터에서는 “진리와 무관한 철학은 무엇을 사랑하는 걸까? 이 사람이 말하는 페미니즘 자리에 강신주를 넣으면 실상에 부합한다”(@hyo*******)는 지적이 나왔다. 이송희일 영화감독은 페이스북을 통해 “동서양 철학사가 어떻게 여성과 젠더 문제를 철저히 배제해왔는지를 전혀 모르는 분께서 철학의 왕좌를 자처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견해를 남겼다. ‘바람계곡의 페미니즘’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철학자인 척하는 어느 싸구려 지식 장사꾼이 ‘여성 철학자는 없다'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정말 그런가 궁금증을 품는 분들을 위해 책 한 권을 소개한다”고 밝혔다. 이 페이지가 공개한 책은 마르트 룰만의
<여성 철학자 - 아무도 말하지 않은 철학의 역사>(푸른숲, 2005)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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