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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페친토크] “여자몸은 보너스” “연대생에 환장” 희롱 쏟아낸 CEO대학특강

등록 2016-10-14 17:24수정 2016-10-15 01:48

유명 구두브랜드 대표, 대학강의서 수십만원 돈 뿌려
“여자는 마음 얻으면 몸은 보너스” 희롱도
대학생들 “강의 내내 불쾌했다”
요즘 대학에 창업강좌가 인기라고 합니다. 청년실업의 대안으로 창업이 대두하면서, 주요 대학에서 관련 강의들이 잇달아 개설되고 있습니다. 정부도 창조경제를 통한 창업 활성화를 경제정책 기조로 추진하면서,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창업 강의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최고경영자(CEO) 초청 강연입니다. 그들을 초청해 기업가 정신을 알아보고, 경영 성공 노하우 등을 배우고자 하는 거겠죠. 그런데 유명대학 강의에 초청된 한 중소기업 CEO가 강의 중에 학생들에게 수십만원을 뿌리고, 선물까지 나눠줬다고 합니다. 현금과 선물은 학생들의 호응을 끌어내는데 사용됐습니다. 바로 어제인 13일 연세대학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날 강연자는 구두브랜드 <바이네르>의 김원길 대표였습니다.

이 수업을 들은 한 학생은 강의 내내 불쾌함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을 알리고, 기업 대표에게 사과를 요청하고자 한다”며 <한겨레> 페이스북 페이지로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렇게 꽤 긴 대화가 시작됐습니다.

[페친] 강의 시작 전에 “나는 강의에서 ‘와우’라고 호응을 해주면, 힘이 난다”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후 학생들이 ‘와우’라고 외칠 때마다 몇몇 학생을 지목해 현금과 가방을 주었습니다. 1인당 현금 5만~10만원 정도가 건네졌어요. 가방도 5~6개 정도. 마치 물개쇼의 ‘조련사’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강의를 들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이 강좌는 이 대학의 공과대학 공통전공과목으로 ‘21세기 기술경영’이라는 강의였습니다. 300여명의 학생들이 대강당에서 수업을 듣습니다. 페북지기도 ‘수업시간에 현금을 줬다’는 이야기는 태어나서 처음 듣습니다. 제보는 사실일까요? <바이네르>에 사실관계를 물어봤습니다.

확인 결과, 실제로 현금 50만~60만원 정도와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사은품 가방 5개를 학생들에게 줬다고 합니다.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는 “강의는 ‘리액션’이 좋아야 한다. 연세대는 학생들이 엘리트라는 의식이 있어서 리액션이 적은 편이라 강의가 힘들다. 강의에 집중하고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5만원과 가방 등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좋은 취지”였다고 강조했습니다. 가방은 그렇다 치고, ‘현금’은 너무한 거 아닐까요? 김 대표는 “학생들에게 혼자 쓰지 말고 친구들과 소통하는 비용으로, 더 큰 가치를 끌어내는 리더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줬다”고 다시 해명했습니다. 이어 “내 꿈이 500년 뒤에 돈 속에 들어갈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인데, 이런 꿈이 좋다면 함께 좋은 꿈 꾸고 살자는 취지로 준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수업을 들은 학생은 강의 내용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합니다. 학생은 여성 희롱 발언이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페친] 초청돼 특강을 진행한 기업 대표들은 대부분이 50대 남성이었어요. 대부분 자신들의 벤처 성공신화에 취해 ‘꼰대’ 기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간혹 여성비하 발언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냥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어요. 근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여성 희롱 발언은 ‘토 쏠릴’ 정도였어요.

학생의 말을 종합하면, 김 대표는 군대에서 강연한 이야기를 꺼내며 “여자는 몸을 원하면 안 된다. 마음이 중요하다. 마음을 얻으면, 여자들은 다 주더라. ‘보너스’로 몸을 준다”고 했습니다. 김 대표는 자신의 아들 이야기를 꺼내며 “우리 아들이 연대생이니까 여자애들이 환장하며 쫓아다니더라. 아침마다 여자애들이 집에 찾아오기도 했다. 근데 아들이 철이 들면서 여자는 인생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좋은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한겨레 페북] 여자 몸만 원하지 말고 진심으로 다가가라 이렇게 들릴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어떤 부분이 기분이 나빴나요?

[페친] ‘몸은 보너스’라는 말이요. 어차피 마음을 얻으면 여자들은 몸을 준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이 수업은 300명 정도가 듣는 대강당 수업이라고 합니다. 여학생은 대략 10% 남짓이라고 하네요. 김 대표가 학생들에게 돈과 가방을 주며 호응을 유도하고 있어 성희롱 발언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몸은 보너스로 얻을 수 있다”라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공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김 대표는 “여자 몸 같은 걸 물리적인 힘으로 제압하려고 하면 안 된다. 마음을 얻어야 한다. 고객들과 소통할 때도 고객의 소리를 듣고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취지로 한 말”이라며 “보너스라는 말이 기분 나빴을 수 있겠다”고 말했습니다.

의도한 말은 아니라는 겁니다. 사실 강의 도중 여성이나 여학생을 차별·성희롱하는 발언이 문제가 된 건 처음이 아닙니다. 올해 초 고려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석순>은 ‘고려대 강의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여성혐오 발언’을 제보받아 교내에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3월9일 <한겨레> 보도입니다.

“여자는 남성 재력에 끌리게 돼 있어”

지난 7일 새 학기를 맞은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캠퍼스 10여곳에 ‘강의실 속 “흔한” 여성혐오 발언들’이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너 여자애처럼 애교도 좀 부리고 다소곳하게 해라” “여자는 본능적으로 남성의 재력에 끌리게 돼 있어” …. 대자보에는 학생들이 강의를 받으며 교수들에게 들은 ‘여성혐오 발언’ 18개가 빼곡히 채워졌다.

여성주의에 관한 글을 싣는 교지 ‘석순’의 편집위원회는 지난 2~6일 온라인을 통해 학생들에게 ‘강의실 안 여성 혐오적 말들’을 제보받았다. 나흘 만에 41개가 모였다. 이정민 석순 편집장은 “큰 변화를 당장 만들기 위해 제보를 받기 시작한 것은 아니고, 강의실에서 너무 쉽게 들을 수 있는 여성혐오 발언을 이야기하던 중에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고 했다. 석순 편집위원들 역시 강의실에서 “(얼굴을 들이밀며 학생이 피하자) 키스할까봐 그래?” 같은 여성혐오 발언을 들어온 학생들이다. (후략)

고려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석순> 대자보
고려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석순> 대자보
김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학생들에게) 공감이 안 됐다”, “내 의도는 그게 아니다”, “내 이야기를 전부 부정적으로 들었다”고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애초 학생은 김 대표에게 “사과를 요청하기 위해” <한겨레>에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학생의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페친] 바이네르 대표는 자신의 성공신화에 너무 취해 청년들이 겪는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을 C급 인생이라고 비하했습니다. 또 기가 차는 여성비하 발언으로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남겼어요. 다수의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의 대표로서 사회적 지위를 감안한 말씀만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일을 통해 깊이 반성하고, 본인이 말씀하신 돈만 밝히는 ‘가짜 A급’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진짜 A급’이 되시길 바랍니다.

*한겨레 페이스북은 실시간 댓글로 페친들의 수다를 듣거나 한 명의 페친과 메신저로 집중 대화하는 <페친 토크>를 비정기적으로 연재합니다. 페친 토크를 바탕으로 디지털 기사를 전송합니다. 많이 참여해주세요.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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