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여성 교수가 겪은 캠퍼스 내 성차별 공론화
“인종 편견, 외국인 괴롭힘 등 인권문제 고민해야”
“인종 편견, 외국인 괴롭힘 등 인권문제 고민해야”
서울대학교 정문. <한겨레> 자료사진
호암교수회관 인근을 지나고 있는데 남학생이 내게 멈춰 서 ‘coincidence’라는 단어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려 달라고 했다. 날이 어두웠고, 내가 학생이 아니라는 걸 몰랐을 것이다.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건 이상한 요구였고 거리는 어두웠으며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학생은 물러서지 않고 영어를 가르쳐주기 바란다고 했다.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아무 외국인에게나 다가가서 무작정 그런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 그건 이상한 일이다. 나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그런데 학생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행동도 공격적으로 변했다. 경비원을 부를 거라고 해도 학생은 막무가내였고, 더욱 화를 내며 한국어로 욕을 퍼부었다. 나는 괴롭힘 당했다고 느꼈다.
그러던 중 한국인 여성들이 다가와 내게 괜찮은지 물었다. 여성들은 그 남학생과 대화를 시도했고, 남학생은 이 상황이 다 내 잘못이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 내가 자신을 거절했기 때문에 본인이 당황스러워졌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외국인은 다들 스몰토크(잡담) 나누지 않나? 미국 영화에선 그러던데’라고 말했다. 나는 그들 대화에 끼어들어서 어느 여성도 당신에게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학생은 우리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다고 했다. 집에 도착해서도 불안했고, 당황스럽고, 화가 났다. 사실 두려웠다. 내가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 남성이 얼마나 더 많을까? 그 가운데 얼마나 많은 남성이 내게 소리를 질러댈까? 낯선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북미 사람들이 취하는 행동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다. 그들은 낯선 사람과 잡담을 나누지 않는다.
외국인 여성에게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에게 권리를 행사하려던 태도가 우려스럽다. 모든 여성은 독립적인 주체다. 또한 남성이건, 여성이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당신은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그들이 당신이 바라는 대로 응해주지 않더라도 말이다. 내가 겪은 사건에 대해 다른 외국인 여성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들 역시 타인에 대해 권리를 행사하려는 남성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것은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다. 우리는 성평등과 인권을 고민해야 한다. 이 숙고를 하지 않으면 서울대가 다양성을 갖춘 세계적인 대학으로 거듭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 올가 페도렌코(인류학) 교수가 11월 둘째주에 공개한 편지 일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