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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일본군 위안부 보고서 문제 구절 뜯어보니

등록 2017-05-07 19:08수정 2017-05-08 14:24

소녀상 철거·합의 불가역성 강변
한일 합의 “외교적 성과” 정부 두둔
일본이 배상 아니라는 10억엔
“사죄, 반성금이요 사실상 배상금”
정부, 논란일자 “필자 개인견해”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효잔치가 열려, 학생들이 이용수(오른쪽부터), 이옥선, 박옥선 할머니께 카네이션을 선물하고 있다. 광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효잔치가 열려, 학생들이 이용수(오른쪽부터), 이옥선, 박옥선 할머니께 카네이션을 선물하고 있다. 광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 4일 여성가족부가 한국 정부로선 25년 만에 펴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한 보고서’는 형식과 내용, 시기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논란이 됐다. 정부 쪽 공식의견을 담은 백서가 아닌 민간 보고서인 데다 새 정부 출범을 불과 엿새 앞두고 발간했기 때문이다. 내용 면에서도 한창 논쟁 중인 2015년 ‘12·28 한-일 합의’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기존 입장을 방어하는데 치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연구 총책임자인 이원덕 국민대 교수가 작성한 ‘9장’에 비판이 쏟아진다. 보고서 내용에 반발한 역사부문 연구 책임자 이신철 성균관대 교수도 “5장과 9장이 특히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위안부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 정리한 9장은 한-일 합의의 성과를 강조한다. “낙제점 수준의 위안부 인식을 지닌 아베 총리로부터 정부의 책임 인정과 사죄, 반성 표명을 문서의 형태로 끌어낸 것은 나름의 외교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212쪽)고 했다.

소녀상 철거 문제, 합의의 불가역성 같은 쟁점에서도 정부 입장을 두둔한다. “위안부 문제의 본질도 아닌 ‘소녀상’, ‘불가역성’에 대한 언급이 왜 합의문에 들어갔는지도 불만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추측컨대 합의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전반부(일본 정부의 책임인정 등)를 한국 측이 얻어내기 위해 일본 측이 집요하게 요구하는 후반부를 불가피하게 수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213쪽)

한-일 합의로 인해 피해자의 소송행위 등이 어려워졌다는 관련 단체의 비판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일축했다. “합의문에서 언급한 최종적 해결의 의미는 이번 합의가 잘 이행된다는 전제하에 한일 양 정부가 외교교섭 의제나 쟁점으로는 더 이상 위안부 문제를 다루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 따라서 이 합의에 의해 피해자의 소송행위 (…) 등은 하등의 제약을 받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 일본 측이 한국 측에 재갈을 물렸다는 식의 지나친 확대해석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214쪽)

소녀상 문제와 관련해선 ‘세심한 해석’을 주문하기도 했다. “합의문에서는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라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했을 뿐이지 결코 소녀상 철거를 약속한 것이 아니다”라며 “소녀상 처리 문제는 이 ‘본질 합의’(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보상)가 성실하게 이행될 때 비로소 검토되는 ‘부수 합의’에 불과하다”(214쪽)고 했다. 또 일본 정부가 줄곧 ‘배상이 아니’라며 부인하는 10억엔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사실상의 배상금’으로 규정했다. “10억 엔은 기본적으로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가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 반성하는 의미에서 정부 예산 조치로 내놓은 것이므로 사죄, 반성금이요 ‘사실상’의 배상금”(215쪽)이라 썼다.

보고서가 논란에 휩싸이자 여가부는 머리말에 각 장별 집필자를 명기하고 9장은 이원덕 교수의 개인 견해임을 밝힌 뒤 지난 5일 재발간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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