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건 분야의 낭비 방지 방안’(Tackling Wasteful Spending on Health)이라는 보고서는 부적절한 치료, 불필요한 검사, 과잉 진단, 항생제의 과도한 처방 등 임상에서의 낭비 요인을 ‘저가치 의료’(low value care)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가치 의료는 재정 낭비뿐 아니라 환자의 고통과 추가적인 치료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죠. 위 보고서는 저가치 의료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저위험 임신에서의 제왕절개술’을 들고 있습니다. 한국의 제왕절개 수술은 오이시디 국가 가운데 4위입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항생제 오·남용 부분도 매우 심각합니다. ‘의약품 총판매액 중 항생제의 비중(2014년)’에서 한국은 오이시디 국가 중 2위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런 통계가 남의 일이나 문서상의 숫자가 아니라 나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항생제 오·남용에 따른 내성 증가로 인해 북미·유럽 지역의 경우 연간 5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세계 2위의 항생제 오·남용 국가인 우리나라의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요? 과연 우리 아이들은 안전한 걸까요?
요새 두리가 며칠째 고열에 시달려 동네 소아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진료비 본인 부담금은 2800원, 약값은 3일치가 1900원밖에 들지 않으니 건강보험 제도가 좋긴 좋구나 싶다가도 항생제가 빠지지 않는 아이의 처방전을 보면 의료서비스의 질에 대해 의구심이 절로 듭니다. 어떨 때는 항생제를 빼고 먹이든지 약을 하루 이상은 안 먹이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체온이 40도를 넘나드는 상황에서는 항생제와 해열제를 뺄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꺼림칙하답니다. 제가 까탈스럽기 때문일까요? 좋은 건 다 꼴찌이고, 나쁜 건 다 일등인 나라에 살아서 그런 건 아닐까요? 아는 게 힘인지, 모르는 게 약인지 두리 엄마는 오늘도 헷갈립니다.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