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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이돈명인권상 받고도 기념사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는”

등록 2018-01-17 19:16수정 2018-01-17 20:12

[짬] 초등성평등연구회 회장 서한솔 교사

지난 10일 열린 이돈명인권상 시상식장 모습.
지난 10일 열린 이돈명인권상 시상식장 모습.

“얼굴을 내걸고 하는 말이 가지는 진정성이란 가치는 2018년 대한민국에서 남성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지난 1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제7회 이돈명인권상’(천주교인권위 주관)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초등성평등연구회 서한솔(서울 상천초 교사) 회장의 수상 소감이다. 재작년 6월부터 활동 중인 초등성평등연구회의 교사 4명이 시상식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었지만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왜? 지난해 7월 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동영상 인터뷰를 한 뒤 보수단체 쪽 공세에 시달리다 학교에 병가를 내야 했던 최현희 교사의 예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최 교사의 ‘성소수자 인권 교육’을 두고 보수단체 쪽은 “동성애 교육을 하자는 것이냐”며 형사고발까지 했다. 서 교사를 16일 서울 노원역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촬영은 하지 않았다.

초등성평등연구회는 지난해 최현희 교사가 동영상 인터뷰를 한 뒤 보수단체 쪽 공세 로 고통을 겪자 다른 인권단체들과 함께 ‘내가 바로 페미니스트 교사입니다’라는 글을 쓴 손팻말을 들고 인증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는 운동을 해왔다. 사진은 서한솔 교사가 손팻말을 든 모습.
초등성평등연구회는 지난해 최현희 교사가 동영상 인터뷰를 한 뒤 보수단체 쪽 공세 로 고통을 겪자 다른 인권단체들과 함께 ‘내가 바로 페미니스트 교사입니다’라는 글을 쓴 손팻말을 들고 인증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는 운동을 해왔다. 사진은 서한솔 교사가 손팻말을 든 모습.

연구회를 만든 계기는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이었다. 그는 “여성 대상 범죄나 여성혐오 발언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학교 현장에서 성평등 교육이 필요하다”는 글을 초등교사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에 올렸다. 이 뜻에 공감하는 교사 10명이 모여 연구회를 꾸렸다. 지금은 16명으로 늘었다. 한달에 한번 모여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교과수업에 쓰일 성평등 주제 교육자료를 만든다. 지금껏 30건 이상을 만들어 주로 인디스쿨을 통해 다른 교사들과 공유했다. 재작년 2학기에는 5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40시간 가까이 ‘교과 융합형 성평등 수업’을 했다.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뽀로로> 등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성차별 내용을 찾아 <교육방송>에 보내기도 했다.

“(최 교사 사건 뒤) 연구회의 논의 수준을 낮추고 있어요. 성평등은 이미 교육과정에 들어와 있어요. 그래서 연구회는 결성 이후 (성평등을) 어떻게 잘 가르칠 것인지 연구했죠. 그런데 지금은 ‘남성혐오 교육이다, 항문성교 가르친다’는 일부 비난에 ‘그게 아니다’라고 방어하면서 ‘왜 성평등 교육을 해야 하나’를 설득하는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계기
초등교사 10여명 모여 연구회 꾸려
창의적 체험활동·성평등 교재 ‘개발’
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 올려 공유

최현희 교사 영상 인터뷰에 ‘민원폭탄’
“성평등 교육 시급한 과제는 교사보호”

연구회는 학교 현장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 교사가 최근 공저한 책 이름도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다. “애초 연구회 이름에도 ‘페미니즘’을 넣으려고 했으나 ‘성평등’으로 한발 물러났죠.” 그는 페미니즘이란 말의 의미를 이렇게 풀었다. “페미니즘과 성평등은 같은 말입니다. 그런데 연구회가 만든 성평등 수업 자료를 보고 ‘성평등 교육은 맞지만, 페미니즘 교육은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와요. 또 성평등이라고 하면, 왜 양성평등이라고 안 하느냐고 비판합니다.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남성혐오 그룹 아니냐고 해요. 우리가 만약 양성평등을 말하면 더 낮은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질 겁니다.” 그러니까 ‘좀더 높은 수준의 합의 도출’을 위해서라도 페미니즘이란 말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서한솔 교사가 공저한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 책 표지.
서한솔 교사가 공저한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 책 표지.

교실 안의 성평등 교육 실태가 궁금했다. “저처럼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적극 시도하는 분들도 있지만 소수죠. 대부분 1년에 한번 연례행사처럼 하는 것 같아요. 성평등 교육 담당 교사가 돌린 자료를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글짓기를 하라고 해요.” 박근혜 정부가 2015년에 만든 성교육 표준안은 성역할을 강조해 오히려 성평등에 역행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성소수자 인권 문제는 아예 빠졌다.

“교사들이 성평등 수업을 할 때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자료를 주로 참고해요. 그런데 내용이 ‘남자가 소설 보고 울었다고, 혹은 여자가 축구 한다고 놀려선 안 된다’는 수준입니다. 성평등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보고 있어요. 사회 구조적 접근을 해야 하는데요.”

새로 나온 교과서도 ‘성역할 강화’라는 문제점이 여전하다고 했다. 2학년 교과서를 예로 들었다. “꼭 들어가야 할 상황이 아닌데도 여성의 성역할을 강화하는 대목이 많아요. 가을의 특성인 쌀쌀함을 설명하면서 ‘엄마가 아이를 위해 옷을 챙겨준다’고 써요. 교과서에 나오는 돌봄노동은 모두 엄마 몫이죠. 성평등의 가치를 지향한다면 아이를 돌보는 아빠의 역할을 교과서에서 적극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초등성평등연구회 페이스북 페이지.
초등성평등연구회 페이스북 페이지.
성평등 교육을 위한 시급한 정책적 과제를 묻자 ‘교사 보호’라는 답이 돌아왔다. “페미니즘 교육 교사들이 굉장히 공격받고 있는데 당국이 손을 놓고 있어요. 최 교사가 병가를 내고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게 그 증거죠.” 그는 한 교장 선생님을 예로 들며 배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교사의 페미니즘 교육에 대한 항의성 민원 전화를 해당 교사에게 넘기지 않고 교장 자신이 직접 교권 보호 차원에서 대응했어요. ‘교사는 교육과정 안에서 가르치고 그 방식은 교사 재량권이다’라고 설명했어요. 이런 대응은 매우 드문 사례죠. 대부분은 논란이 되면 보호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죠. 침묵을 강요하기도 하고요.”

‘성소수자 인권 교육’도 하루빨리 공교육 체계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연구회를 만들고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과 같이 일을 하면서 성소수자 인권 교육에 대한 제 생각이 바뀌었어요. 띵동을 찾는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느끼는 좌절감이 너무 커요. 자살기도율이나 학업포기율도 높죠. 공교육이 이 학생들을 포기하면 안 됩니다. 생존권 차원에서라도 교육받을 권리를 지켜줘야 합니다. 지금은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고 합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서한솔 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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