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여성

“여성 민주열사도 기억하자는 펀딩에 33배 모였어요”

등록 2018-06-11 20:21수정 2018-06-11 22:47

[짬] 대학생 페미니즘 소모임 ‘파란 여성’

대학생 페미니즘 소모임 ‘파란 여성’의 회원들. 왼쪽부터 이예림, 전신휘, 황희정씨. 사진 황희정씨 제공
대학생 페미니즘 소모임 ‘파란 여성’의 회원들. 왼쪽부터 이예림, 전신휘, 황희정씨. 사진 황희정씨 제공
“여성들도 민주화 운동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지만 남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배제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사례도 많았고요.”

민주화에 기여했음에도 기억되지 못하는 여성 민주화 운동가들을 위해 3명의 대학생이 뜻을 모았다. 대학생 페미니즘 소모임 ‘파란 여성’의 황희정(22·광고홍보학)·전신휘(〃·중어중문학)·이예림(20·언론홍보학)씨다. 이들은 지난 5월 18일부터 크라우드펀딩 누리집 텀블벅에서 ‘여성 민주열사 기억 프로젝트’(tumblbug.com/paran_woman)를 진행 중이다. 민주화를 일궈내는 데 기여한 여성들을 일상 속에서 기억하자는 취지에 맞춰, 후원자들에게는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 참여를 독려했던 ‘가두 방송원’ 전옥주씨의 모습을 본 뜬 자수 배지와 ‘걸스 런 더 월드’를 새긴 에코백과 이니셜 스트랩 등이 제공된다.

영화 ‘택시운전사’ ‘1987’ 보고 ‘의아’
“민주화 현장의 여성들 기록 왜 없나”
황희정·전신휘·이예림씨 의기투합

‘여성 열사 기억’ 크라우드펀딩 진행
목표액 50만원…3주만에 1650여만원
“절반은 광주 5·18 여성 생존자 지원”

‘걸스 런 더 월드’를 새긴 에코백과 이니셜 스트랩, 전옥주씨 가두방송 패치.
‘걸스 런 더 월드’를 새긴 에코백과 이니셜 스트랩, 전옥주씨 가두방송 패치.
지난해 크라우드펀딩 관련 대외 동아리 활동에서 만난 이들은 연말께 광주항쟁과 6·10항쟁 등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와 <1987>을 본 뒤 ‘파란 여성’ 소모임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민주주의 역사의 현장에 여성 운동가들도 있었는데 왜 남성들의 이야기만 기억될까’라는 공감대가 싹 텄기 때문이다.

“5·18 당시 광주 시내에서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버스 위에 올라가 시위 참여를 호소했던 전옥주씨를 비롯해 많은 여성이 민주화 운동에서 활약했잖아요. 하지만 근·현대사는 남성들을 중심으로만 기록됐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서도 여성 배역은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연인으로만 등장해요. 그래서 이제라도 여성 민주열사들을 기억하고 알리기로 했어요.” 파란 여성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황희정씨의 얘기다.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확인한 실상은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우선 여성 운동가를 기록한 자료 자체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또 여성이 주도한 운동은 그 의미가 축소되거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구속된 민주화 운동가의 어머니들로만 알려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이 대표적이다.

황씨는 “민가협 회원 어머니들은 단순히 열사의 가족에 머물러 있지 않고, 스스로 열사의 뜻을 이어 민주화 운동의 현장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웠지만 이 분들에 대한 자료를 찾는 것부터 힘들었다”며 “한국 사회가 이들에 대한 기록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신휘씨는 “광주 ‘5월의 집’에 있는 80년 5·18 피해자 기록을 확인했는데, 가두 방송원으로 꽤 알려진 전옥주씨조차 ‘어떤 방송원’이라고만 기록돼 있었다”며 “‘여성들은 민주화 운동을 기록한 역사의 주류에서도 밀려나 있구나’라는 생각에 안타까웠다”고 했다.

다행히 이들의 취지에 공감한 누리꾼 덕분에 펀딩은 빠르게 목표액을 달성했다. 후원금은 당초 목표 액수였던 50만원을 훌쩍 넘겨 펀딩 마감일(12일)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3시 기준으로 목표치의 33배가 넘는 1680여만원이 모였다.

이예림씨는 “처음엔 딱 50명만 우리 취지에 공감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50만원으로 목표를 잡았다”고 했다. ‘예상 밖 대박’에 대해 이들은 “펀딩이 너무 잘 돼서 후원자들에게 사은품 배송을 어떻게 할지 걱정되기도 한다”며 웃었다.

이들은 펀딩으로 모은 순수익의 절반은 인천여성의전화 여성역사발굴단을 통해 광주 민주화운동 여성 생존자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나머지 절반은 다음 프로젝트의 마중물로 쓸 예정이다. 이들의 다음 프로젝트도 기억되지 못하는 여성들이 주제다. 황씨는 “다음 프로젝트도 한국 근현대사에서 조명받지 못한 여성과 관련된 주제로 진행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지금, 한겨레가 필요합니다.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