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해보는 동작으로 ‘사회가 용인하는 여성상’ 깨는 파쿠르
어려서부터 들어온 “여자는 이런 운동 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들…
“특정한 몸, 특정한 동작만 ‘정상’으로 보는 사회규범 깨고 싶다”
어려서부터 들어온 “여자는 이런 운동 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들…
“특정한 몸, 특정한 동작만 ‘정상’으로 보는 사회규범 깨고 싶다”
지난 7월 진행된 여성을 위한 파쿠르 수업 <월담> 1기 수업 모습. 사진 필름고모리 제공
“‘탈코르셋’이라고 하면 단순히 화장, 머리 길이, 옷차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난생처음 해보는 새로운 운동을 하면서 20년, 30년 넘게 내 몸이 받아온 억압이 어떤 건지 직접 느끼게 됐어요.”
“땅바닥에 옷 신경 쓰지 않고 드러누워 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파쿠르 강사 리조. 사진 박수진 기자
“파쿠르는 있는 길을 가는 게 아니라 없는 길을 새로 내는 활동”
어원은 프랑스어 parcours로, 파쿠르를 가르치는 강사 리조는 ‘길을 내는 활동’, ‘길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파쿠르는 주변 환경에 있는 지형물을 활용해서 움직임을 만드는 활동이에요. 기어가기, 매달리기, 도약하기 같은 인간 본연이 가진 움직이는 능력을 끄집어내서 극대화하는 훈련이기도 하고요. 장애물을 넘을 때 매달려서 넘을 건지, 매달릴 때는 벽을 한번 찰 건지, 기어오를 때는 한손을 쓸 건지, 점프는 어떻게 할 건지 다양한 방식을 써보는 거죠.”
“다른 운동과 다른 점 중에 하나는, 함께 운동하지만 각자 가진 목표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는 거예요. 목표지점에 정확하게 착지하는 게 목표일 수도 있고, 빨리 도달하는 게 목표일 수도 있고, 가는 동안 예술적인 기술을 활용해서 최대한 자기표현을 하는 게 목표일 수도 있어요. 그 모든 목표를 다 존중하는 게 기본이에요.”
“고등학교 때 운동장에 나가면 남자애들이 절 안 끼워주더라고요. 누나라서, 여자라서 안 된다고. 그런 게 반복되다 보니까 운동은 함부로(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게 되더라고요.”
지난 7월 진행된 여성을 위한 파쿠르 수업 <월담> 1기 수업 모습. 사진 필름고모리 제공
“운동복 입을 때 노출 걱정하고, 스포츠브라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하는 게, 운동을 하려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9월 28일 진행된 파쿠르 수업 몸풀기 모습. 사진 박수진 기자
9월 28일 진행된 파쿠르 수업 몸풀기 모습. 사진 박수진 기자
“사람들이 정해진 시간에 제한된 공간에서만 움직이고 있어요.”
영국 런던의 노인 파쿠르 수업 모습. <에이피>(AP) 영상 갈무리.
86살 노인이 파쿠르를 한다면 어떨까
근육질의 남자들이 건물 사이를 뛰고 오르며 도심 추격전을 벌이는 영화 <13구역>, <야마카시>는 파쿠르에 대한 선망과 함께 한편으로 대중에 ‘파쿠르는 절대 근력을 요하는 거친 스포츠’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당장 유튜브에서 한글로 ‘파쿠르’를 검색해도 10대 남학생들의 연습 영상이나 ‘아찔한 실패 순간 모음’ 영상들이 뜬다. 하지만 노인들을 위한 파쿠르 수업도 있다. 단순히 난이도를 낮춘 게 아니라, ‘낙상과 부상을 방지하는 법’을 가르치는 수업이다. 2015년 <에이피>(AP)가 인터뷰한 이 남성의 당시 나이는 86살이었다.
지난 여름 이집트 카이로에서 파쿠르를 연습하는 젊은 여성들의 모습. BBC 아랍 영상 갈무리.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도시’를 뛰어다니는 여성들
지난 여름, 이집트 카이로 시내를 누비는 여성 파쿠르 모임의 활동이 국외 미디어를 통해 소개됐다. 이집트 최초이자 최대의 파쿠르 모임인 PKE에서 만든 여성들의 소모임으로, 히잡을 두르거나 두르지 않은 여성들이 섞여 지금까지 반년 넘게 코치의 지도에 따라 길거리에서 장애물 넘기와 점프를 연습하고 있다.
특별한 점은 카이로가 지난해 톰슨로이터재단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여성들에게 위험한 대도시’ 1위라는 점이다. 성폭력 위험, 문화적 관행 면에서도 최악의 점수를 받은 ’여성이 거리를 마음 놓고 다니기 힘든 도시’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 정면으로 맞선 거리 스포츠로 극복하고자 한 것이 이들이 모인 취지다. 참가자 자이넵 헬랄은 <로이터>에 “이집트에서는 여자들이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 한다, 그게 길거리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어려움을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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