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강력 규탄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가정폭력 강력 대응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참가자들은 최근 발생한 ‘강서구 가정폭력 살인’ 같은 사건이 가정폭력에 대한 국가의 대응 부실로 발생했다며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응 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앞으로 경찰관이 가정폭력 가해자를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게 된다. 가정폭력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을 어기면 최대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고, 2차 범죄를 막기 위해 자녀 면접교섭권도 제한된다. 지금까진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을 위반해도 과태료 처분에 그쳤다.
여성가족부가 27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가정폭력 방지대책’은 피해자 신변보호와 가해자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거주지나 직장 등 장소를 기준으로 했던 접근 금지를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 등 특정 사람 기준으로 변경한 것도 피해자의 안전을 강화하는 조처다. 피해자 보호명령 기간은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난다.
가정폭력 사건 처리에 있어서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는 실태를 분석한 뒤 개정을 추진한다. 가해자가 가정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받는 조건으로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해주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는 가해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제도로 악용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는 제도가 당초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가정폭력의 정도가 심하고 재범의 우려가 높은 경우 제도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밖에 ‘주거침입·퇴거불응’과 ‘불법촬영·유포’도 가정폭력범죄에 포함했다. 상습적이거나 흉기를 사용하는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해선 구속영장 청구를 원칙으로 적용한다.
피해자의 자립을 돕는 방안도 마련됐다. 피해자들이 경제적으로 자립이 어렵다는 이유로 가정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피해자의 특성을 반영한 전문 자립프로그램을 신설, 내년부터 3∼4개 지역에서 시범운영한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서 퇴소하는 이들에겐 1인당 500만원 내외의 자립지원금을 지급하고, 결혼이주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폭력피해 이주여성 전문상담소’ 5개소를 신설한다. 분리 이후 가해자가 다시 피해자의 거주지를 찾아내는 걸 방지하기 위해 여성긴급전화 1366센터 이용자도 상담사실 확인서나 긴급피난처입소확인서를 제출하면 주민등록표 열람과 등·초본 교부 제한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여가부는 “가정폭력은 집안 문제가 아닌 명백한 범죄이며 정서적 폭력도 폭력이란 인식이 확고히 정착될 수 있도록 인식개선에도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비인권적인 폭력행위가 ‘가족유지’란 명목으로 합리화되던 시대를 끝내고, 가정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분리를 통해 피해자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한다는 점에서 기존 대책과 차별점이 있다”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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