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방영된 티브이엔(tvn) 드라마 ‘미생’ 속 선지영 차장(신은정)은 워킹맘이 겪어야 하는 고충을 보여줬다. ‘미생’ 페이스북
“실물이 없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여성노동계 12개 단체는 7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정부가 ‘패러다임 전환’을 외쳤지만, 막상 여성의 경력단절과 독박육아를 해소하고 아이 낳을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185만명 가량의 여성이 경력단절을 겪는 현실에서 성차별적인 노동시장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성노동자회 등은 “성차별적인 노동시장과 사회문화가 (저출생) 문제의 중요한 원인으로 파악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평등 노동과 관련해선) ‘고용평등 전담조직 검토’로 대책을 내 놓고 있다”고 규탄했다. 성평등 노동을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있다면 고용평등 전담조직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성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방안도 빠졌단 지적이다. 여성 노동계는 “여성 고용의 질적 제고를 병행 추진하겠다고 돼 있으나 그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라며 “채용 성차별부터 유리천장, 여성노동 저평가, 성별임금격차 해소까지 산적한 과제가 많은데도 한정되고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로드맵이 남성을 돌봄의 주체로 제대로 포섭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이들은 “노동시간 단축이나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캠페인성 대책 이상이 없다”며 “정부가 강력한 법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행정력을 동원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로드맵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 캠페인이라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남성 육아휴직제도조차 일선 기업에선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지부진한 대책을 내놓는데 그쳤다는 얘기다.
고령화 정책 역시 비판받았다. 여성노동자회는 “우리나라의 빈곤 노인은 70%이상이 여성이다. 또 여성의 기대수명은 남성보다 6년이 더 길다”며 “이런 현실에서 여성 노인에 특화된 대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 건 여전히 여성을 남성생계부양자의 피부양자로 상정하고 있는 셈법”이라고 지적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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