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현행범 즉시 체포, 접근 금지 어길 시 징역형’ 등 강화된 범정부 차원의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는 최창행 여가부 권익증진국장,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 김창룡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이 참석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여성가족부의 내년도 예산안 규모가 지난해 7641억원과 견줘 41.2% 늘어난 1조788억원으로 확정됐다. 여가부는 9일 “실질적 성평등 실현과 여성안전 강화를 위한 내용을 중심으로 2019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총 1조788억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 대비 2.8%(292억원) 늘어난 규모다.
양성평등기금·청소년육성기금을 포함한 여가부 예산안이 1조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으로, ‘미투’ 운동과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문제 등이 주요 사회 의제가 되면서 관련 예산 규모가 크게 확충됐다. 한부모가족 자녀의 양육비 지원비를 인상하고 아이돌봄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 아이 키우는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여가부는 증액된 예산안을 토대로 내년부터 성폭력·성희롱 예방 사업과 피해자 지원을 확대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상담과 삭제, 수사와 법률·의료 지원을 하는 지원 인력은 16명에서 26명으로 늘린다. 삭제 이력과 채증자료 확보 등 피해자 지원을 위한 관리시스템도 새롭게 만든다.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시설과 인력을 늘리고, 가정폭력 피해자의 자립을 돕기 위해 보호시설 퇴소자를 대상으로 1인당 500만원의 자립지원금을 지급한다. 직장 내 성희롱 등을 방지하기 위한 집중지원 프로그램도 새로 운영하기로 했다. 2차 피해를 막고 조직문화를 개선한다는 목표다.
자료: 여성가족부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저출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중점을 뒀다. 한부모가족 자녀의 양육비 지원 연령은 만 14살 미만에서 만 18살 미만으로 높이고, 지원 금액도 월 13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한다. 양육·생계·가사 삼중고를 겪는 한부모의 양육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복지시설 입소자를 대상으로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 비용을 지원한다.
만 12살 이하 아동을 둔 맞벌이 가정 등에 아이돌보미가 직접 방문하는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시간은 연 600시간에서 720시간으로 늘린다. 정부 지원 대상도 중위소득 120% 이하에서 150% 이하로 확대하고, 지원 비율은 소득 유형에 따라 5∼25%포인트까지 넓혔다. 여가부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때 정부 지원을 받는 가구가 연 6만5천가구에서 9만가구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여성가족부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실질적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신규 사업도 편성됐다. 성별 갈등 해소와 성평등 정책 제안 등을 위한 ‘청년참여플랫폼 운영’ 사업에 5억원, 민간기업 임원진 등의 여성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성평등 일자리 환경 구축’ 사업에 6억원이 국회에서 새롭게 반영됐다.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이 지난해에 견줘 9.5%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단일 부처 예산이 40% 넘게 증액된 건 이례적이다. 다만 늘어난 부분을 포함해도, 한 부처의 전체 예산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국회 증액 규모(1조2천억원)보다 적은 점은 한계다.
늘어난 예산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도 여가부 예산안 분석보고서에서 한부모가족 양육비 지급 확충에 대해 “(관련 사업 예산은) 2015~2017년 연례적으로 불용이 발생하다가 올해는 100억원 이상 부족했다”며 “예산의 철저한 집행 관리를 통해 사업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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