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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한반도 ‘정전’에서 ‘평화’로 나아가려면 여성이 참여해야”

등록 2018-12-13 14:20수정 2018-12-14 12:18

199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조디 윌리엄스
‘한반도 여성행동 프로젝트’ 꾸려 방한
“평화협상 여성 참여때 성공률 더 높아”
지난 7일 주한 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하는 조디 윌리엄스(가운데). 이김현숙 2018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위원, 안김정애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등이 함께 자리했다.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 제공
지난 7일 주한 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하는 조디 윌리엄스(가운데). 이김현숙 2018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위원, 안김정애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등이 함께 자리했다.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 제공
“왜 누구도 남성이 평화협상을 하는 사실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지 않죠?”

1991년부터 미국에서 국제지뢰금지운동을 주도한 공로로 9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평화운동가 조디 윌리엄스는 종종 “왜 여성이 평화운동을 하느냐”는 물음을 받을 때마다 이렇게 되묻는다고 했다. 지난 7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한겨레>와 만난 그는 남인순, 권미혁 두 여성 국회의원과 국내외 여성 평화운동가들을 만나고 막 돌아온 참이었다. 윌리엄스는 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들과 함께 ‘노벨 여성 이니셔티브’란 단체를 만들고, 세계 각지에서 평화운동을 하는 여성들을 돕고 있다. 올해 여름부터는 여성국제평화자유연맹, 위민크로스디엠지, 한국의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와 공동으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및 전쟁 종식을 위한 여성 행동’ 프로젝트(한반도여성행동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여성이 평화협상에 참여했을 때 그 조약이 최소 15년 이상 성공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남성만 참여할 때보다) 35%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협상 조항의 이행률도 높고요. 단지 군대나 무기 문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 교육, 문화, 종교 등 실제 삶와 밀접한 문제까지 협상에서 함께 논의하게 되기 때문이죠.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여성의 참여가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연이은 일정으로 피로함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왜 여성이 평화운동의 주축이 되어야 하냐”는 질문에 답할 때만은 윌리엄스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그는 군사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만이 평화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국가 안보’가 아닌 민간사회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인간 안보’의 관점에서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의 평소 지론이다. 그는 수평적인 연대를 만들고 공동체 의식을 발휘하는 것, 윌리엄스는 여성이 협상에 참여했을 때 이러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어떤 의제를 다룰 때 여성은 더 협력하고 토론하는 경향이 있다고 봐요. 저희 단체(노벨 여성 이니셔티브)를 예로 들어볼까요? 120년 가까운 노벨평화상 역사에서 여성 수상자는 20명이 채 안돼요. 남성 수상자가 훨씬 많은데도 우리처럼 모여서 다른 평화운동가들을 지원하지는 않잖아요. 우리가 훌륭하다고 말하는 건 아니예요. 하지만 적어도 남성과는 다른 관점에서 안보 문제를 바라본다는 걸 말해주죠.”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은 ‘한반도 여성 행동’ 프로젝트의 첫 발걸음이었다. 이 회의엔 남한과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캐나다 여성이 모여 각자 평화운동의 경험을 나누고,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만나 공동합의문을 만들 계획이다.

윌리엄스는 이 자리에서 남북 간 여성 교류가 민간 차원에서 꾸준히 이어져왔다는 점을 처음 알게돼 놀랐다고도 했다. 실제로 남북 여성들은 1991년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를 시작으로,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등을 위한 민간 교류를 지속해왔다. 2002년 금강산에서는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여성통일대회’를 개최했다.

지난 8일 경기도 연천군에서 비무장지대 지뢰 피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조디 윌리엄스.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 제공
지난 8일 경기도 연천군에서 비무장지대 지뢰 피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조디 윌리엄스.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 제공
민간 차원의 평화를 강조하는 건, 지뢰금지운동을 꾸준히 해 온 그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방한에서도 그는 경기도 연천군을 들러 지뢰 피해자들을 만났다. 그는 민간인들의 피해를 이야기하지 않고 평화를 말하는건 무의미하다고 여긴다. 그는 지뢰제거 작업이 남북 간 경제, 여행, 문화 교류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거듭 말했다.

“남북평화를 위해선 비핵화(denuclearization) 논의에 국한되지 않고, 비무장(demilitarization)이란 개념으로 확장해 나가야 해요. 지뢰제거작업은 그 시작으로, 평화와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고요. 실제로 콜롬비아에서도 정부와 반군이 함께 지뢰를 제거해 신뢰를 쌓았고, 이후 ‘대인지뢰금지국제협약’(오타와 협약)에도 가입했죠.”

윌리엄스는 내년 3월 열리는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 참석해 캠페인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0년 ‘여성과 평화안보’에 관한 결의(132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분쟁을 예방하거나 평화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여성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을 명시한 바 있다.

“많은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평화를 위해 노력해온 점을 알리고 평화운동의 방법을 나누고 싶어요. 다음 세대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요.”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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