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올해 하늘로 떠난 성노예제 피해자 이귀연 할머니, 김순옥 할머니, 안점순 할머니, 김복득 할머니, 하점연 할머니. 정의기억연대, 나눔의집, 수원시민사회장례위원회 제공. 신소영, 이정아 기자.
올해만 8명의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하늘로 떠났다. 14일 이귀녀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240명 가운데 생존자는 25명으로 줄었다. 여성가족부는 이귀녀 할머니가 뇌경색 등 건강악화로 이날 아침 8시께 운명을 달리했다고 밝혔다.
올해 세상을 떠난 8명은 이귀녀 할머니를 포함, 임아무개 할머니(1월), 김아무개 할머니(2월), 안점순 할머니(3월), 최덕례 할머니(4월), 김복득 할머니(7월), 하점연 할머니(10월), 김순옥 할머니(12월)다. 할머니들은 대부분 공장에 취직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중국 등지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해방 이후 고국으로 돌아와 지내다 1992년 시작된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등에 참여했다. 고 김복득 할머니는 1994년 정부에 피해 생존자임을 알리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받기 위해 위안소·위안부의 존재 사실을 증언했다. 고 김순옥 할머니는 2013년 일본 정부에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민사조정을 신청했다. 고 안점순 할머니는 지난해 3월 독일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했다.
할머니들의 마지막 소원은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였다. 안 할머니는 다큐멘터리 <안점순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에서 “억만금을 우리한테 준들 내 청춘이 돌아오지 않는다. (일본으로부터) 사과 한마디가 듣고 싶다”고 말했다. 고 김복득 할머니는 생전 “내가 죽기 전 일본으로부터 잘못했다는 사죄를 받는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되뇌였다.
일본의 사과는 요원하다. 여가부는 지난달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공식 선언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국제적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시간은 야속하게 흐르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는 현재 6명의 피해 생존자가 머물고 있는데, 이 가운데 103살 정복수 할머니와 하수임 할머니는 노환이 심해 거동을 못한 채 침상에 누워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활발한 증언으로 피해 할머니들의 실상을 알려온 박옥선·강일출 할머니는 지난달부터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다.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6명 할머니 가운데 유일하게 이옥선 할머니만 그나마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계시지만 노환이 깊어지고 있다. 할머니들의 존엄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일본의 사과와 명예회복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박다해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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