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폐지 공동행동’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은 헌재 선고 내용에 관한 세부 입장과 향후 계획 발표 한 뒤 기한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관련 법 개정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형법의 낙태죄 조항이 위헌성을 인정받았지만, 관련된 모자보건법 개정 등 입법체계가 정비되지 않으면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헌재가 개정 시한을 2020년 연말까지로 정했지만 빠른 입법이 시급하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문설희 ‘모두를 위한 낙태죄폐지 공동행동’(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은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보건복지부의 책임있는 역할을 촉구하며 “(주무 부처인) 복지부는 (낙태죄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될 때 어떤 입장도 발표하지 않았는데 이는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낙태죄 위헌소송 공동 대리인단인 류민희 변호사는 “입법·행정부가 위헌성을 지적받은 조항을 빨리 폐지하지 않으면 (여성은 권리를) 계속 침해받는 상황에 놓인다”며 “국민 건강 측면에서 입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의 결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임신 주수(기간)나 사유 등을 제한하는 식으로 논의를 좁혀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영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은 “헌재는 특정 주수를 언급하며 ‘제약이 필요하다’고 밝히지 않았다”며 “12주, 24주 등으로 나눠 전면 허용, 제한적 허용을 거론하면 헌재 결정보다 뒤처지는 논의”라고 강조했다.
앞서 헌재는 결정문에서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을 ‘임신 22주 내외’로 보면서도, 여성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도 함께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모낙폐 쪽은 “여성이 임신 사실을 인지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탐색해 결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도식적으로 (시기를) 구분하지 않고 임신 22주 안에 이런 과정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걸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프진’ 등 유산 유도약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오정원 산부인과 의사는 “유산 유도약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안전한 임신중지 가이드라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정도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며 즉각 도입을 촉구했다. △의료인 교육 △공공의료기관에서 임신중지 제도화 △포괄적 성교육 제공 △임신중지와 피임의 보험급여화 등에 대한 요구도 나온다.
정부여당은 22일께 관련된 당정협의를 열 계획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속 입법이 예민하게 고려할 지점이 많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라며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당정협의를 통해 구체안들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다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입법 논의가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대응해봤자 (총선에서) 실익이 없을 거라고 보는 면도 있다”며 “누군가 발의는 하겠지만, 논의는 총선 이후에나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다해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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