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미(‘어미’의 방언)야, 전 부쳐라’라고 말하는 대신 이제는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기는 명절이 됐으면 합니다.”(60대 여성 ㄱ씨)
“‘남자가 장가가려면 연봉이 높아야할텐데…’란 말 대신 회사 잘 다니고 건강히 잘 지내고 있는지 물었으면 좋겠어요.”(30대 남성 ㄴ씨)
“‘남자가 돼 가지고…여자가 돼 가지고…’라고 말하지 않고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으면 합니다.”(50대 남성 ㄷ씨)
“여자는 살찌니까 조금 먹으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신 ‘명절에는 즐기자. 맛있게 먹어라’라고 말하는 건 어떨까요.”(30대 여성 ㄹ씨)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설 연휴를 맞아, 성평등한 명절을 위해 시민의 의견을 모아 제작한 ‘서울시 성평등 명절사전-2020년 설 특집편’을 22일 발표했다.
재단은 ‘이제는 꼭 써봐야할 단어’로 ‘집사람·안사람·바깥사람’을 ‘배우자’로, ‘친할머니·외할머니’를 ‘할머니’로 통일하는 것을 꼽았다. ‘친가’는 ‘아버지 본가’, ‘외가’는 ‘어머니 본가’로, ‘시댁’은 ‘시가’로 바꿔 부르는 것도 제시했다. 또 ‘서방님·도련님·아가씨’ 대신 이름에 ‘님’ 또는 ‘씨’를 붙여 부르자고 제안했다.
재단은 지난해 9월 추석 연휴기간(2019년 9월11~18일) 조사한 성평등 명절 체감도 설문 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설문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810명)의 43.2%는 “전보다 성평등해졌다고 느낀다”고 답했고, 39.3%는 “똑같다”고 했다. 부정적인 응답은 12.3%였다. 성별에 따라 느끼는 성평등 정도의 차이는 두드러졌다. “2019년 추석 명절이 얼마나 평등하다고 느꼈나”라는 물음에 여성은 평균 46.1점을, 남성은 평균 70.1점을 매겼다.
‘내가 겪은 성평등 명절 사례’를 제시하는 문항(복수응답)에 시민들은 △명절 집안일·운전 등 나눠서 하기(29.0%) △차례 준비 간소화(24.3%) △명절 때 양가 번갈아 방문하기(22.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양가 부모님 용돈을 동일하게 드리고, 아이들 용돈도 아들 딸 구별 없이 준 사례(10.0%), 차례 지낼 때 남녀가 같이 절을 한 경우(8.8%), 외식하고 여행을 가는 등 기존의 명절 관습에서 탈피해 즐겁게 새로운 명절 문화를 만든 것(8.5%)도 성평등 명절 사례로 답했다.
여성가족부도 설을 맞아 ‘가족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설 명절, 함께 만들어요!’라는 메시지로 가족 실천 캠페인을 진행한다. 특히 가족들이 고정된 성역할의 구분 없이 음식 준비, 설거지, 청소 등 명절 가사노동을 함께 하고 평등한 명절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가사노동 사다리게임’을 제작, 배포했다.
여가부는 또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가족 간 평등한 호칭 사용 문화를 확산할 수 있도록 언어 예절 캠페인을 계속 추진한다. 배우자의 부모는 ‘장인어른‧장모’ 대신 ‘아버님‧아버지’ 또는 ‘어머님‧어머니’로, 자녀의 외조부모는 ‘외’자를 붙이는 대신 ‘할아버지‧할머니’로 부르는 것이 그 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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