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 10명 가운데 6명이 사용 후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한 여성은 3년 전보다 늘었지만, 10명 가운데 6명은 육아휴직 이후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을 할 때 전일제 일자리를 원하는 여성도 이전에 견줘 대폭 늘어났으나 재취업 땐 임시직이나 자영업 비율이 높아지는 등 일자리의 질은 떨어졌다.
12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년 경력단절여성 경제활동 실태조사’에선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해도 직장 복귀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처음 드러났다. 경력단절 당시 출산 전후 휴가를 사용한 여성은 37.5%, 육아휴직을 한 여성은 35.7%로 2016년에 견줘 각각 14.4%포인트, 20.4%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휴직 이후 직장으로 복귀했다고 답한 이는 전체의 43.2%에 그쳤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오은진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결과는) 육아휴직 제도가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는 절대적인 제도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결혼, 임신·출산, 양육, 가족돌봄으로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은 3명 가운데 1명(35%)꼴로, 이들은 평균 28.4살에 경력단절을 처음 경험했다. 이후 재취업까지는 평균 7.8년이 걸렸는데, 일자리의 질은 떨어지고 임금도 낮아졌다. 단절 이전엔 상용근로자 비율이 83.4%였으나, 단절 뒤엔 55%로 28.4%포인트나 줄었다. 반면 임시근로자는 7.8%에서 14.6%로, 고용원 없이 일하는 자영업자는 4.8%에서 17.5%로 늘었다. 경력단절 이후 첫 일자리의 임금도 단절 이전(218만5000원)의 87.6% 수준으로 평균 191만5000원이었다.
전일제를 원하는 여성은 늘었지만, 기대하는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현상도 포착됐다. 재취업을 할 때 전일제를 선호하는 여성은 10명 가운데 8명(79.2%)으로 2016년(49.4%)보다 3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경력단절 이후 첫 일자리에서 시간제 근무를 하는 비율은 16.7%로, 경력단절 당시(5.4%)보다 3배가 높았다.
경력단절 여성은 다시 취업할 때 겪는 어려움으로 ‘자녀 양육으로 인한 구직활동 시간 확보 부족’(22.8%)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만 연령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는데, 만 25∼29살은 ‘임금 외에 원하는 근로조건의 일자리 부족’(32.2%)이, 만 50∼54살은 ‘일자리 경험이나 능력 부족’(24.3%)이 가장 힘들었다고 응답했다. 경력단절여성 지원 정책이 연령에 따라 세분화할 필요성이 드러난 셈이다.
경력단절 이후 취업 여부에 따라 바라는 정부 정책도 다르게 나타났는데 비취업 여성은 ‘일·생활 균형이 가능한 기업문화 조성 지원’(36.0%)을 가장 많이 꼽았고, 취업 여성은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확충’(33.6%)이라고 답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경력단절여성법에 따라 2013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로, 지난해 25~54살 여성 6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세번째인 이번 조사 결과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시행할 ‘제3차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촉진 기본계획’에 담겼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0차 양성평등위원회를 열어 이 기본계획 등 4개 안건을 심의했다. 올해 새로 마련된 제3차 기본계획은 경력단절 예방과 맞춤형 취업서비스 제공, 초등돌봄교실 단계적 확대 등 돌봄지원체계 강화를 뼈대로 한다. 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을 통해 임신 기간 중 육아휴직 허용을 추진하고, 중소기업 대체인력지원금을 월 80만원으로 늘려 육아휴직에 따른 사업주 부담을 낮출 계획이다.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한 고부가가치 직종 훈련 확대, 30∼40대 중점 사례관리 서비스 운영 등을 통해 경력단절여성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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