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초등학교 2층 체육관에서 투표소 설치작업 중인 관계자가 기표용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1430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강간죄 판단 기준을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데 대한 동의 여부를 물어본 결과 13.6%(194명)가 “동의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스토킹처벌법 제정이나 불법촬영물 소지 처벌규정 마련엔 모두 동의했으나, 생활동반자법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엔 유보적인 응답을 내놨다.
여성·시민단체로 구성된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연대회의) 등이 지난 2일부터 14일까지 2주 간 21대 국회의원 후보를 대상으로 시민들이 직접 강간죄 개정여부를 묻고 응답 현황을 공유하는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 14일 오전 10시 기준 전체 후보 1430명 가운데 194명(지역구 후보 145명·비례대표 후보 48명)이 ‘동의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253개 지역구 중 112개 지역구 후보가 응답했고, 41개 정당 가운데 16개 정당과 무소속 후보가 응답했다. 강간죄 기준을 ‘동의 여부’로 바꾸는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5개 원내 정당이 모두 발의했으나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정의당(73명) △더불어민주당(45명) △민중당(31명) △더불어시민당(7명) △무소속(7명) △녹색당(5명) 순으로 나타났다. ‘비동의 강간죄 조속 개정’을 공약으로 내건 정의당과 ‘강간죄 개정 및 성폭력 카르텔 해제’를 내세운 민중당 응답률이 각각 70.1%, 44.7%로 비교적 많았다. 이밖에 ‘강간죄 개정’을 성평등 정책으로 공약한 녹색당과 여성의제 정당을 표방한 여성의당도 후보 전원이 동의 의사를 밝혔다.
연대회의 쪽은 “집권 여당으로서 ‘비동의 간음죄 도입 검토’를 발표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후보 253명 중 45명(17.7%)이 응답하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고,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과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관련 공약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생활동반자법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데도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11일 국민의당·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민생당·민중당·정의당 등 총 6개의 정당에 주요 여성 정책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보낸 결과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처벌 실질화 △강간죄 개정 등 성폭력 통념 변경 제도화 △여성폭력 사각지대 해소 △여성폭력 피해자 자립시스템 구축 △성평등 사회문화를 위한 정책 수립을 21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꼽았다.
공개 질의서에 응답한 4개 정당(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민중당, 정의당)은 △불법촬영물 소지 시 처벌규정 마련 △성구매자 및 성매매 알선자 처벌 강화 △스토킹처벌법 제정 △가정폭력 등 여성대상 폭력 사건에서 반의사불벌조항 폐지 △신뢰관계에 있는 폭력 가해자 가중처벌 등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정책엔 모두 동의했다. 반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생활동반자법 제정 △양성평등기본법을 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모두 응답을 보류해 찬성률이 50%에 머물렀다. 미래통합당은 또 합의이혼 과정에서 숙려기간 제도를 폐지하는 데 반대입장을, 교육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 폐기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사회 안에서) 혐오가 날이 갈수록 커져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며 “성평등과 인권의 가치가 일상의 규범이 되도록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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