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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2050여성살이] 문희준 혐오 잠재운 ‘군입대’ 놀랍다

등록 2006-01-10 17:15수정 2006-01-11 13:47

며칠 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수 문희준씨가 화제로 떠올랐다. 지난 겨울 입대한 문씨가 군생활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기사가 간간히 전해진 후다.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가 공개되고 “왜 군대를 갔다와야하는지 군대에 와 보니 알겠다”며 건실한 ‘대한민국 남아’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그의 결의도 들렸다.

인터넷 공간 어디에서나 난무하던 그에 대한 악플과 패러디를 목도한 우리로서는, 그가 자기에게 향해지는 혐오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자기음악을 해왔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워했다. 우울증과 대면기피증을 앓기도 했다는 그에게 연민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를 탐탁치 않아 했던 주위 사람들에게 “왜 그리 싫어하냐”는 이유를 물어보면, 문희준씨 자신은 결코 내뱉은 적이 없다는 어이없는 어록이나 그의 스타일을 꼽고, 더 따져 들어가보면 결국 “그냥 싫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연예인 갑을을 좋아하는 것이 취향이고 스타일이라는 걸 인정한다 해도, 사이버 공간에서 휘몰아쳤던 그에 대한 혐오의 광풍을 단지 취향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꽤 무서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문희준씨 개인을 떠나 그에 대한 악플과 혐오가 순식간에 격려와 위로로 바뀌게 된 그 ‘결정적 국면’이다. 병역을 회피하며 불법을 저지르는 연예인들보다야 그가 건실한 것은 자명하겠지만, 그래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남는다. 그들에게 ‘군대 간다’는 사실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길래 특정인에 대한 미움을 한순간에 무화시키는 것일까? 게다가 그가 연예인의 특권을 버리고 평범한 한 남자로서 군입대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모든 광풍이 잠재워지는 것을 볼 때면, 취향의 가벼움을 빙자해 작동하는 어떤 정치가 느껴져 오싹해진다.

어쨌든 군복무를 기피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이유는 군이라는 조직이 가진 부정적인 면이 많다는 반증일테고, 그렇기에 ‘군입대’는 역으로 특정인의 인간됨과 남성성을 확인하는 척도가 되는 것이다. “군대를 안가기 위해서라면 누구보다 온갖 방법을 동원할 줄 알았던 그가 당당히 군입대를 선택했다니, 문희준이라는 남자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인터넷 유저들의 놀라움은 군대가 남자의 품성과 떡잎을 알아보는, 다른 무엇보다 앞서는 척도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가?

그렇다면 말이다. 괜한 미움을 한 몸에 받는 여자들은 그 인간됨과 품성을 과시할 기회를 어디에서 얻을 것인가? 괜한 미움을 받는 여자들의 성공사례를 기다리겠다.

정박미경/자유기고가 chaos400@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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