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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20만 득표’ 여성 정치세력화 씨 뿌렸지만…대중적 확장은 숙제

등록 2020-05-13 04:59수정 2020-05-13 14:52

‘여성의당’ 성과와 한계

미투·성착취 등 사회문제 동력삼아
창당 38일만에 원외정당 득표 2위
남성중심 정당 탈피 홀로서기 ‘밑돌’
2년 뒤 지방선거 당선자 배출 의욕

트랜스젠더 등 ‘배제의 정치’ 비판도
“소수자·약자 연대 등 필요” 지적
총선 하루 전날인 14일 여성의당 후보와 관계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선거운동을 마무리짓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여성의당 페이스북 갈무리
총선 하루 전날인 14일 여성의당 후보와 관계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선거운동을 마무리짓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여성의당 페이스북 갈무리

20만8697표. 득표율 0.74%. 여성의당이 지난달 15일 21대 총선에서 받은 성적표다. 원외정당 가운데 2위로, 여성의날인 3월8일 창당한 지 38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이런 결과를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를 각각 뽑는) 1인 2표제가 도입된 17대 총선 이후, 처음 등장한 원외정당이 20만표를 얻고 전국에서 고른 득표를 한 것은 특이 사례”(한국여성단체연합 ‘제21대 총선 평가토론회’)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성의당을 보는 시선은 “여성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과 “‘생물학적인 여성’만을 우선하는 배제의 정치”로 크게 엇갈린다.

여성의당은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 ‘리셋’(ReSET)팀을 당 특별정책협력단으로 위촉하고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안을 최우선 의제로 뒀다. 이를 비롯한 ‘여성 의제’를 전면에 내세운 여성의당 당원은 1만명이 넘는데, 90%가 10~30대 여성이다. 이번 총선에선 “인천 강화군 불은면, 강원도 영월군의 김삿갓면·한반도면처럼 읍면 단위에서도 3~4표씩이 나왔다”고 스스로 평가할 정도로, 그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

이는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미투’ 운동, 혜화역 ‘불법촬영’ 반대 시위, ‘엔(n)번방’ 사건 등 여성을 상대로 한 성착취와 폭력이 최근 몇년 사이 주요 이슈로 떠오른 점을 고려하면 필연에 가깝다. 이번 선거에서 여성의당에 투표한 원미라(35)씨는 “노동, 환경, 인권 등 여러 사회문제에 관심 있지만 이번에는 여성 정책을 최우선으로 둔 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고 투표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성의당의 선전은 광장에서 높아진 여성의 목소리를, 남성 중심의 기존 거대 정당이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지역구 30% 여성 할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공언에 그쳤고, 21대 여성 국회의원은 불과 6명이 늘어나 전체의 19%뿐이다. 오랫동안 여성운동을 해오다가 당 비례대표로 출마했던 이경옥(58) 여성의당 경남도당 공동위원장은 “그동안 여성운동계는 기존 정당에 ‘끼어들기’ 방식으로 정치운동을 해왔는데 10년 전부터 이런 방식에 한계를 느끼고 회의가 들었다”며 “여성이 직접 정치권력의 주체가 되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불과 1주일 만에 당원 1천명을 모아 시도당을 만들면서 그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여세를 몰아, 여성의당은 2022년 지방선거에 읍면 단위까지 후보를 낼 계획을 세웠다. 당원을 대상으로 정치학교도 운영할 생각이다.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만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는 어떻게든 ‘당선자’를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당이 2017년께부터 본격 등장한 급진적 페미니즘 운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진적 페미니즘에선 태어날 때부터 ‘생물학적 여성’만 여성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여성운동계 안에서도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당 내부에선 창당 준비 과정부터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지속됐다. 또 다른 여성주의 정당인 ‘페미당’과 추진했던 합당이 결렬된 것도 이 때문이다. 선거 땐 트랜스젠더 배제 문제를 지적한 칼럼이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뉴스레터에 실렸는데, 당원들이 댓글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거세게 항의하면서 결국 삭제되기도 했다. 이진심(29) 당 전략기획실장은 “안전과 생존이 절박한 과제인 여성들이 자신을 대변할 정당을 직접 만든 만큼 여성의 안전망 확보를 우선순위에 놓겠다는 것”이라며 “(트랜스젠더 관련 논의는) 다양성이 존중받지 않는 사회를 만든 기존 남성 집단이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성계 인사는 “다른 소수자, 약자와 함께 연대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려고 여성의 정치력 확대를 주장해온 것이지 단지 국회에 생물학적 여성의 수를 늘려 여성이 우월해지겠다고 하는 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창당 과정에 참여했던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연구위원은 “빠른 시간 내에 창당이 가능했던 건 (절박하게 뜻을 같이하는) 급진적 페미니스트가 모였기 때문이지만, 더 많은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여성이 여성을 구한다’는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확장성을 얻으려면 ‘급진적’이라는 정체성을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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