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통로 게시판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지지하는 대자보와 메모들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여성가족부(여가부)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직원을 “관련법에 따라 (성폭력) 피해자라고 본다”고 16일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이 성폭력 가해자가 됐을 경우에 대응하는 지침도 따로 만들 계획이다. 17일에는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재발방지 보완 대책을 논의한다.
여가부가 ‘피해자’라고 명칭을 정리한 까닭은 지난 14일 입장자료를 내면서 ‘피해자’를 ‘고소인’ 또는 ‘피해 고소인’으로 명시했다가 비판받았기 때문이다. 16일 피해자와 함께 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가족부 등은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 등으로 호칭하며 유보적 상태로 규정하는 태도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황윤정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피해자 지원 기관을 통해 보호를 받는 분들은 피해자로 본다는 점은 명확하다”며 “고소인도 중립적인 용어라서 쓸 수 있다고 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지원과 대책 마련에 여가부가 발 빠르게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에 황 국장은 “여성단체들과 (피해자) 지원 논의가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여가부가 (예산 등을) 지원하는 민간기관에서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민간기관은 지난 13일 피해자 법률 대리인과 공동 기자회견을 했던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을 말한다. 하지만 이날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주무부처인 여가부를 서울시, 더불어민주당과 같이 비판하며, “(피해자에 대해) 판단을 보류하는 퇴행적 대응을 중단하고 적극적인 성폭력 문제 해결과 성폭력적 문화 개선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이날 여가부는, 박 전 시장이 2018년 서울시 내부에서 진행한 성희롱 예방교육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성추행 의혹이 서울시에 접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조만간 서울시에 현장점검을 나가는 한편, 17일에는 이수정 경기대 교수 등 여성폭력방지위원회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긴급회의를 열어 관련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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