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가 이미경-고미경 인터뷰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피해자, 최선 다해 수사 협조에도
‘6층 사람들’은 증거인멸 시도
수사 통한 진실 규명이 국가의 의무
사람 따라 잘잘못 다른 판단은
사회정의·신뢰 무너뜨리는 일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대표
정치권 ‘피해 호소인’ 단어 사용은
성폭력 자체를 인정 안하려는 용어
다른 범죄자엔 그런 표현 안쓰지않나
‘변호인이 사건 주도한다’는 비판
피해자 신뢰성 흔드는 전형적 사례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피해자, 최선 다해 수사 협조에도
‘6층 사람들’은 증거인멸 시도
수사 통한 진실 규명이 국가의 의무
사람 따라 잘잘못 다른 판단은
사회정의·신뢰 무너뜨리는 일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대표
정치권 ‘피해 호소인’ 단어 사용은
성폭력 자체를 인정 안하려는 용어
다른 범죄자엔 그런 표현 안쓰지않나
‘변호인이 사건 주도한다’는 비판
피해자 신뢰성 흔드는 전형적 사례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왼쪽)과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본사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고발 이후 50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와 사진촬영은 발열검사와 소독을 마친 뒤 진행했고, 사진 촬영 전후로 마스크를 착용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그래도 희망은 있다 사건 이후 3000명 이상 응원 메시지 피해를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피해자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그럼에도 이들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사건 이후 3천명 이상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피해자 지원단체에 후원이 끊겼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그 이상으로 응원과 지지를 표현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무엇보다 이들은 “피해를 말하는 사람이 늘고 피해자들의 태도가 달라진 점”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미투’ 운동을 거쳐오면서 피해자가 자신의 권리를 인지하고, 어떻게 하면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를 바꾸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을 할 것인가 고민하고 행동에 옮기는 시민들이 늘어났다는 점을 체감한다”며 “이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참으라고 강요하거나 유난스럽다고 비난하며 사소화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 사건을 접하고 어땠나. 고미경 “뿌리깊은 가부장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누구보다 성평등을 많이 이야기한 사람도 ‘내 안의 가부장성’이 다 안 씻겨진 거다. 오랫동안 여성인권 운동을 하면서 수많은 성폭력·가정폭력 가해자를 만나다 보니, ‘이 사람은 그럴 리가 없다’는 관념이 깨진 지 오래다. 밖에선 ‘호인’이고 ‘진보적’인데도 여성폭력에 한해선 가해를 하는 사람을 많이 봐왔다. 피해자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이 소장님은 1993년 ‘서울대 신 교수 사건’ 때 박 전 시장과 함께 하기도 했다. 이미경 “개인적으로 함께한 경험이 있지만, 다른 판단기준을 갖는 건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박 전 시장이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제도의 최종 책임자라는 점에서 원천적인 장벽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평소 사회적으로 신망받는 분에 의한 성폭력은, 사건을 알리거나 해결하는 데 가림막이 더 많다는 걸 반성폭력운동가로 30여년간 현장에 있으면서 봐왔다. 이 사건 역시 그 패턴을 벗어나지 않아 공분했다.” ―어떻게 두 단체가 피해자 지원을 맡게 됐나. 이미경 “7월7일 김재련 변호사로부터 사건을 지원해달란 제안을 받았다.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사건파악과 피해자 면담이 필요해 9일 오전 두 단체가 처음 피해자와 변호사를 만났다. 증거자료를 확인한 뒤,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해 온 두 단체로선 지원이 꼭 필요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피해자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의 과거 경력을 문제삼거나 변호사가 피해자나 지원단체를 부추긴 것 아니냐는 시각도 일부 있다. 무고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는데. 고미경 “피해자는 변호인의 긍정적·부정적 요인을 모두 검토해 변호인을 선택한 거다. 단체의 지원도 본인 의사로 진행했다. 저희도 모든 사안을 피해자, 변호인단과 회의를 거쳐서 진행하고 있다. 그런 비판은 성폭력 피해자의 신뢰성을 흔드는 전형적인 사례다. 피해를 믿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또 다른 행태다.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여성단체나 변호인에 의해 부추겨졌다’는 말은 피해자를 수동적인 존재로 치부하고, 이 자체로 피해자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다.” 이미경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 때도 ‘피해자 아버지가 특정 당에서 일했다’는 허위 사실이 퍼졌고 피해자를 공격하는 데 이용됐다. 이번엔 변호인을 인신공격하는 방식으로 나타난 거다. 피해자가 자유의지로 변호사를 수임하고, 변호인이 오랜 피해자 지원 경험이 있는 여성인권단체에 함께하자고 제안하는 건 다른 피해자의 경우에도 매우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이다. 피해자나 지원단체를 자율적인 존재로 존중하지 않고 근거없는 의심부터 하는 것에 대한 성찰을 요청드린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성폭력 고발이 벌써 세번째다. 왜 이런 사건이 반복될까. 이미경 “‘보좌’를 기반으로 제왕적 권력을 누리기 때문이다. 고위직은 이런 권력을 이용해 공사를 임의로 뒤섞는다. 이번 경우, 비서 채용 단계부터 맡은 역할까지 문제다. 피해자는 (임용 시) 비서를 생각지도 않았는데 공무원 시보를 하다가 갑자기 차출됐다. 이후 아침식사를 챙기는 것부터 ‘심기 보좌’까지 사적 노무를 맡아야 했다. ‘여성’이란 성 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일이고, 인격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4년 동안 20명에게 말했는데도 이를 묵살한 주변인들, 비서가 그런 ‘사적인’ 역할을 하고 지속적인 성폭력 피해에 노출되는 구조를 함께 봐야한다.” 고미경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뿌리깊은 가부장성과 결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다른 회사에서도 비서를 채용할 때 외모 등을 보고 차출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 사람을 ‘노동자’로 보지 않고 이런 기준을 보는 것 자체가 이미 성차별과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거다.” ―첫 기자회견을 고 박 전 시장의 발인날인 13일에 한 점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고미경 “피해자가 4년 만에 겨우 목소리를 냈다. (장례의 격으로) ‘서울특별시장’이 적절하지 않다는 국민청원도 60만명에 달했는데 그대로 진행했다. 그 자체로 위력을 보여주는 거다.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는 상황이었는데, 그와 함께하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피해자가 말해야 할 공간도 있어야 했다. 오히려 예의를 지키려고 당일 오전 발인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거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시민단체 대표자들이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모여 `서울시장 위력에 의한 성폭력사건 연대행진 및 기자회견‘을 연 다음 국가인권위원회로 행진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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