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천주교 신자 기자회견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임신 중지는 여성의 문제,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한다며 천주교 신자로서, 여성 시민으로서 낙태죄의 전면 폐지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천주교 신도 1015명이 낙태죄 전면 폐지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천주교가 주장하는 ‘생명권’ 안에 여성의 삶도 존재할뿐더러, 특정 종교의 주장이 법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공동행동)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천주교구의 입장과 달리, 많은 신도가 낙태죄 폐지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며 신도들의 의견을 대독했다. 이들은 “생명권이 소중하다면 이미 태어나 존재하는 인간인 여성의 존재와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안나씨는 “1985년에 세례성사를 받은 뒤 단 한번도 천주교가 임신·임신중지·출산·양육 등에 대해 여성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묻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라파엘라씨는 “임신중단이 교리상 죄라 하더라도, 그 죄는 가톨릭 공동체 안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로서 형법 및 공권력 영역과는 달리 취급돼야 한다”며 특정 종교의 주장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과 제도에 반영되는 것을 비판했다.
이날 대독한 의견은 ‘공동행동’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약 2주간 천주교 신자들로부터 취합한 것이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의견서를 법무부, 보건복지부, 청와대, 국회, 천주교 한국교구(서울대교구)에 보냈다.
한편, 한국여성학회 등 9개 학회가 소속된 한국여성연구학회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정부 개정안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근본 취지를 축소, 왜곡하고 있다”며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을 충분히 존중하고 보장하는 법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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