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동국대 총여학생회와 성균관대 총여 재건 단체(성성어디가) 등 관계자들이 2019년 11월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총여 폐지 흐름과 관련한 ‘백래시’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청년 여성의 75%가 ‘한국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청년 남성의 52%는 ‘남성이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성별에 따라 성 불평등에 대한 인식 격차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15∼39살 청소년·청년 1만101명을 대상으로 성장과정·성차별 관행 경험·성평등에 대한 인식 등을 두루 다뤘다.
20대 초반 여성 77% ‘여성이 불평등’, 남성 54% ‘남성이 불평등’
청년 여성과 청년 남성은 각자 자신의 성별이 한국사회에서 불평등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74.6%는 한국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남성 중 51.7%는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사회가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변한 여성은 7.7%,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남성은 18.6%였다.
특히 응답자 중에서도 ‘20대 초반’ 연령대에서 자신의 성별이 불평등하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았다. 19∼24살 사이의 여성들은 77%가 여성이 불평등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응답했고, 같은 연령대 남성 54.1%는 오히려 남성이 불평등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30∼34살인 응답자의 경우 같은 대답을 한 여성·남성이 각각 71.5%·47.8%였다.
연구를 진행한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 실장은 이들 세대가 젠더 관련 논쟁이 뜨거웠던 시기에 남초·여초로 분할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성 불평등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 것이 인식 격차를 키웠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 실장은 “20대 초반은 인터넷이 상용화되던 1990년대 후반에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해당한다. 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활발하게 활용하던 시기에 온라인에서 젠더 관련 논쟁이 많았고, 그런 경험들이 누적된 결과가 인식 격차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공간이 남초·여초로 분할되어 있고, 각자의 성별에 따라 이런 공간에서 성 불평등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세대 내 차이를 만든 게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결혼하지 않을 것’ 응답 여성이 남성 보다 두 배 많아
남녀 모두 절반가량이 결혼에 대해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여성(23.9%)이 남성(11%)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결혼을 망설이거나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분명했다. 남성은 ‘가족에 대한 생계 부담’(23%), ‘집·혼수 등 결혼 비용 부담’(20.5%)을 이유로 든 반면, 여성은 ‘굳이 결혼할 이유가 없어서’(26.3%), ‘전통적 가족 문화나 가족 관계의 부담’(24.6%)이라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자녀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남성(22.7%)보다 여성(41.4%)이 두 배가량 더 많았다.
가족·학교·직장 등에서 성차별적 관행을 겪은 적 있다는 응답 비율도 높았다. 이성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 ‘부모가 딸이 아들보다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을 당연시했는지’ 묻는 말에 여성 55.4%가 ‘그렇다’고 응답했지만 남성은 29.9%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학교에서 무거운 것을 옮기는 걸 여학생보다 남학생에게 더 많이 시켰다는 응답은 남녀 모두 80%를 넘었다. ‘우리 회사는 여성 직원이 주로 다과와 음료를 준비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여성의 51.8%가 ‘그렇다’고 답했다.
여가부 “동등하게 자랐으나 성차별 남아있어 성별 인식 차이 발생”
김종미 여가부 여성정책국장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청년은 가족·학교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성장했으나, 동시에 가정·학교·직장 등에서 직·간접적인 성차별·성희롱 피해를 겪었으며, 그 결과 성별 인식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다”고 짚었다. 김 국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기초로 하여 실질적 성 평등 사회를 실현하고, 성별 인식 격차가 해소될 수 있도록 성 평등 교육을 하고 청년들의 소통 창구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