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의 성인용 영상물 이용률이 2년 전보다 14%p 넘게 증가했다. 초등학생들은 주로 인터넷 개인 방송이나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서 성인용 영상물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23일 ‘2020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2년에 한 번씩 실시하며, 국가 승인 통계로 활용한다. 이번 조사는 전국 17개 시·도의 초·중·고등학생 1만4536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 2020년 초등학생의 성인용 영상물 이용률은 33.8%로 2018년(19.6%)보다 14.2%p 늘었다. 전체 청소년 이용률은 2018년 39.4%에서 2020년 37.4%로 감소했다. 성인 영상물에 접근하는 걸 방지할 수 있는 유해사이트 차단 프로그램 설치율은 30% 초반대에 머물렀다.
여가부는 초등학생의 성인물 이용률이 급증한 배경으로 코로나19로 미디어 접촉이 늘어난 상황을 꼽았다. 최성유 여가부 청소년정책관은 “티브이 등 실시간 시청 매체가 아닌 자신이 편한 시간에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찾아서 소비할 수 있는 유튜브와 같은 매체를 많이 이용하는 식으로 미디어의 소비패턴이 변화했다. 코로나19로 이런 미디어의 접촉이 증가하면서 초등학생의 이용률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고등학생들은 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31.8%)에서 성인용 영상물을 봤다고 응답한 반면, 초등학생은 인터넷 개인 방송 및 동영상 사이트(21.6%), 포털사이트(19.4%), 스마트폰앱(18.5%), 메신저(18.4%) 등 다양한 매체에서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내의 ‘오프라인’ 폭력은 감소 추세지만, ‘온라인 공간’에서의 폭력 피해가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폭력을 당한 적이 있는 남자 청소년의 경우 온라인 피해 경험률이 2018년 4.8%에서 2020년 24.9%로 5배 가까이 늘었고,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 가운데 온라인 공간에서 피해를 입은 비율이 58.4%로 2018년(24.2%)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성폭력 가해자로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 47.4%로 여전히 가장 많았지만 그 비율은 2018년(73.5%)보다 낮아졌다. 그러나 ‘잘 모르는 사람’이 성폭력 가해자인 경우는 33.3%로 2018년(10.7%)보다 3배 넘게 늘었다. 특히 여자 학생의 경우 성폭력 가해자가 ‘온라인에서 새로 알게 된 사람’(7.8%→13.2%)이라거나 ‘잘 모르는 사람’(16.1%→38.8%)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년 전보다 크게 증가했다. 최성유 정책관은 “코로나19로 온라인에서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 늘어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청소년유해매체 모니터링단을 운영해 채팅앱이나 에스엔에스(SNS) 등의 유해정보를 상시 점검하고,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김성벽 청소년보호환경과장은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미디어 환경에 대한 대응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인터넷·스마트폰을 건강하게 이용하기 위한 생활수칙을 만들어 일선 학교에 적극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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