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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성전환자 성폭행, 강간죄 아닌 강제추행죄?

등록 2006-02-01 17:35수정 2006-02-02 21:42

‘피해자가 성전환자라서 가해자에게 강간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김아무개(24)씨는 최근 며칠이 악몽 같았다. 김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시 구로구 한 오피스텔 주차장 승용차 안에서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이아무개(30)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이씨를 이날 경찰에 성폭행으로 고소했다.

그러나 서울 구로경찰서는 이씨에게 강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강제추행 혐의 적용을 고려하고 있을 따름이다. 경찰은 “김씨는 성전환자라 강간죄 적용 객체가 될 수 없다”며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는지도 서로 진술이 엇갈려 강제추행 혐의 적용을 고려하고 있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강제추행죄는 강간죄에 견줘 형량이 가볍고, 처벌도 가벼운 편이다.

피해자 김씨가 성폭행을 호소해도 가해자를 강간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된 것은 현행 형법 규정에 대한 해석 때문이다. 현행 형법은 강간죄를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것’으로 규정하는데, 사법당국은 부녀에 성전환자를 포함시켜 해석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성전환자는 여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판례도 보수적인 편이다. 대법원은 1996년 “외견상 여성으로서의 체형을 갖추고 성격도 여성화되어 개인적으로 여성으로서의 생활을 영위해 가고 있다 할 지라도 기본적인 요소인 성염색체의 구성 등으로 볼 때 성전환자는 여자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성전환자를 형법상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최근 힘을 얻어가고 있다. 법원은 2000년대 들어 성전환 수술을 거친 사람 가운데 일부에 대해 성별 변경을 허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 연예인 하리수씨는 “법적인 여성으로 인정해 달라”며 법원에 성전환 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씨는 주민번호 시작번호가 1에서 2로 바뀌어 법적인 여성이 됐다.

조균석 서울 남부지검 차장 검사는 “현행 형법상 성전환 수술을 했다는 것만으로 여성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법원에서 정식으로 성별 변경 허가를 받은 성전환자가 성폭행을 당했을 경우 강간죄 적용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현숙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은 “‘부녀’, ‘삽입’ 등 구시대적 판단기준으로 강간죄를 판단하는 발상 자체를 이제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사회부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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