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33살 프로젝트_젠더 보도 가이드라인
<한겨레>는 1988년 창간 때부터 국내 종합일간지 최초로 여성 담당 기자를 두고 여성면을 신설했습니다. 성평등 가치와 저널리즘의 접목을 실현한 국내 최초의 종합일간지였습니다. 전시 성폭력 사건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표현조차 생소했던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적극적으로 세상에 알렸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호주제 폐지, 새로운 가족 구성, 성폭력 문제를 성평등 관점에서 해석한 보도를 이끌었습니다. 이는 국내 언론들이 관련 사안을 보도할 때 참고하는 기준점이 됐습니다.
<한겨레>는 ‘성평등’한 사회에 기여하는 언론이라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 2010년 중반 이후 이 사회의 주요 이슈로 자리 잡은 성평등 요구의 목소리를 담아냈습니다. 불법촬영 근절 시위,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 디지털 성범죄 반대 운동의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최초의 역사도 다시 써내려갔습니다. <한겨레>는 2018년 10월 젠더 분야 담당 기자, 2019년 5월 젠더데스크, 2020년 11월 젠더팀을 만들었습니다. 텔레그램 엔(n)번방 성착취 실태 보도, 세계 여성의 날 특별판 발행, 20대 여성 정신건강 위기를 다룬 ‘조용한 학살’ 보도 등을 이어갔습니다. <한겨레> 편집국 특정 부서가 아닌 모든 부서가 성평등한 사회로의 변화에 필요한 콘텐츠를 내놓고 있습니다.
성차별·성범죄 보도 악습은 벗고자 노력했습니다. 성범죄 기사 작성 때 몰카·도촬을 ‘불법 촬영’, 성적 행위를 강요해 만든 영상을 ‘성착취물’이라 적었습니다. 성폭력 보도 때 언론이 저지르는 잦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난해 4월에는 내부적으로 성범죄·성평등 보도 때 쓰지 말아야 할 표현을 공유했습니다.
창간 33돌을 맞은 <한겨레>는 ‘주의사항’에 그치지 않고, 기사·사진·영상 등 콘텐츠 제작 때 비춰볼 ‘기준’인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사내 간담회도 진행했습니다. 성차별적인 사회 인식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서 벗어나 성평등한 사회로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성폭력 보도에서는 ‘피해자 관점’을 분명히 해 2차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기준입니다. 불변의 기준이 아닙니다. 앞으로 <한겨레> 안팎의 고민과 논의를 담아 진화하는 기준을 선보이겠습니다.
1. 성평등 보도
게티이미지뱅크
①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취재원 가운데 특정 성만 포함하지 않는다.
② 토론, 칼럼 참여자의 성별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한다.
③ 사진, 영상, 일러스트에 특정 성만 등장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2) 성 고정관념
① 성별과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표현을 쓰지 않도록 노력한다.
② 등장인물을 성별에 따른 특정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③ 등장인물을 묘사할 때 전형적인 여성성과 남성성을 강화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3) 성차별 용어 및 표현
①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② 불필요한 성별 표현을 쓰지 않는다.
③ 여성의 나이, 외모, 목소리, 가족관계, 옷에 집중해 보도하지 않는다.
④ 특정 성을 성적대상화한 표현을 쓰지 않는다.
2. 성폭력 보도
게티이미지뱅크
① 이름, 나이, 회사·근무지, 직업, 업무, 주소지 등 피해자의 신상을 알 수 있는 내용을 노출하지 않는다.
②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성격, 이전의 성경험이나 혼인경험, 평판 등을 보도하지 않는다.
③ 피해자가 방어에 취약한 상태에 있었던 사실을 범죄의 원인으로 단정 짓지 않는다.
④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2) 가해자
① 가해자의 입장을 우선해 다루지 않는다.
② 가해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비유하지 않는다.
③ 성폭력 사건과 무관한 가해자의 업적, 성격, 평판, 사적 인상 비평 등을 부각하지 않는다.
① 제목에 선정적·자극적인 내용을 부각하지 않는다.
② 영상·이미지에 성범죄를 선정적·자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③ 사건과 관련한 정보 전달 목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잔인하거나 노골적인 폭력 행위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④ 정확하지 않은 성폭력 관련 표현을 쓰지 않는다. 4) 성폭력 이해
① 성폭력을 개인 또는 특정 집단의 일탈 또는 충동의 문제로만 다루지 않고, 구조적 문제를 함께 다루도록 한다.
②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사적 관계를 단정 짓거나 앞세워 성폭력의 심각성을 희석하지 않는다.
③ 성폭력을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다루거나, 정치적 공방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여과 없이 보도하지 않는다.
④ 재판 보도 중 법리적 쟁점이 아닌 피고인과 피고인 측 증인의 발언을 검증 없이 보도하지 않는다.
⑤ 성폭력의 폭력성을 희석하고 사소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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