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의 ‘모두가 멋져요’ 세트. 레고 누리집 갈무리
“만일 커밍아웃 뒤 내가 누구한테서든 이 세트를 받았다면 정말 큰 위안이 되었을 거예요. ‘너를 사랑하고, 너를 믿어. 언제나 너와 함께 있어 줄게’라고 말해줄 사람이 있다는 뜻이잖아요.”(매튜 애쉬톤 레고그룹 디자인 부사장)
덴마크의 세계적인 장난감 회사 ‘레고’가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에서 착안한 제품을 출시한다. 새 레고 이름은 ‘모두가 멋져요’(Everyone is Awesome). 레고는 “우리는 레고 놀이가 인종, 성별, 자기정체성, 취향 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성소수자 인권의 달인 6월 발매를 앞둔 ‘모두가 멋져요’ 세트는 무지개색을 포함해 11개 색깔로 된 피규어와 436개 레고 조각으로 구성됐다. 각각의 피규어 색깔은 ‘LGBTQIA+’(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 공동체의 다양성을 상징한다. 하늘색·흰색·분홍색 피규어는 트랜스젠더 공동체를 지지하고 포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검은색과 갈색 피규어는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 인종적 배경의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풍성한 올림머리 가발을 쓴 보라색 피규어는 드래그(성별·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의상과 화장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를 묘사했다.
새로운 레고를 디자인한 애쉬톤 부사장은 “나 스스로 성소수자인 마당에, 내가 먼저 당당히 나서서 사랑과 포용에 대해 진심 어린 목소리를 내고, 사랑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레고에 담긴 사랑의 메시지를 널리 전파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커밍아웃한 게이인 애쉬톤 부사장은 “이런 제품을 만들어 성소수자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을 표현하는 것이 비록 작은 한걸음에 불과하지만, 세상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으며 누구에게나 있을 곳이 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레고의 ‘모두가 멋져요’ 세트는 오는 6월1일부터 국내에서도 판매된다.
레고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적 장난감 업체들은 성별 고정관념이 담긴 장난감의 디자인을 수정하는 등 젠더·가족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영화 ‘토이스토리’에 등장한 것으로 유명한 ‘미스터 포테이토 헤드’를 제작한 미국 장난감 업체 해즈브로는 지난 2월 로고에서 ‘미스터’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동성 가족·한부모 가족 등 가족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마텔 역시 2019년 성별 구별을 하지 않은 ‘성 중립 인형’을 출시한 바 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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