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의 마스코트 로야, 로미. 동작구 누리집 갈무리.
서울 동작구의 마스코트는 백로를 모티브로 한 로야(수컷)와 로미(암컷)다. 파란색 깃털을 달고 파란색 옷을 입은 로야는 활발한 동작으로 음악을 듣고, 손을 내밀어 이곳이 금연구역임을 알린다. 반면 분홍색 깃털과 긴 속눈썹이 달린 로야는 공손하게 인사를 하거나 한복을 입고 절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일 ‘생활 속 성차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지방자치단체 마스코트나 학교 교가, 자동음성안내(ARS)를 대상으로 한 특정성별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를 진행한 김둘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대국민 공모를 통해 국민들이 직접 선정한 소재들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60개의 기관·지자체 공식 마스코트를 전수조사한 결과 43%가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21.5%에서 성역할 고정관념 및 편견이, 16.7%에서는 성별 대표성 불균형이 발견됐다.
문제가 발견된 대다수 기관·지자체는 역할·색깔·표정·크기 등으로 남녀 마스코트를 구분했다. 가령 여성 마스코트는 동작구 로야처럼 속눈썹·볼 터치 등을 통해 외모와 꾸밈노동이 강조됐다. 여성은 분홍, 남성은 파랑이라는 성별에 따른 정형화된 색 이미지를 사용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남성은 대표 마스코트 또는 주체적 역할로 표현되는 반면, 여성은 보조적 마스코트에 머무르는 경향도 발견됐다.
역사적 인물을 토대로 한 마스코트인 경우에도 성별에 따라 묘사가 달랐다. 남성 마스코트의 경우 역사성에서 드러나는 업적을 기리거나, 위인적 측면을 강조했지만, 여성 마스코트는 역사적 인물을 토대로 하더라도 지위를 낮추거나 친근감을 강조했다. 김둘순 연구위원은 “지역민 전체를 아우르는 마스코트 제작을 위해 중성적, 양성적, 탈성별화된 마스코트를 제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학교 교가·교훈 등에서 성편향적 단어 사용 사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제공
학교 교가와 교훈에서도 성차별적 요소(1016개 초·중·고교 대상)가 있는지 살펴봤더니, 성편향적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남중 교가 41.4%에서 꿈, 미래, 개척 등 성취지향적 표현이 도드라졌지만, 여중 교가 34%에서는 배려, 아름답게, 협동 등 관계지향적이거나 전통적 여성 역할을 강조하는 표현이 자주 사용됐다. 남학생은 건아, 기둥, 씩씩, 아들, 나라의 기둥, 역군 등으로 지칭된 반면, 여학생은 향기, 딸, 아름다움, 꽃, 순결 등으로 지칭됐다. 김둘순 연구위원은 “남학교와 달리 여학교의 경우 전형적 여성성을 기를 것을 강조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교육부 예산 지원을 통해 교가·교훈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