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바가 뜬다
정통 에스프레소 바 리사르커피 성공 뒤 인기 급상승
설탕 기본으로 넣어 쓴맛 제거…유럽 여행의 추억까지
서서 먹는 탓 작은 공간에서 창업 가능, 진입장벽 낮아
정통 에스프레소 바 리사르커피 성공 뒤 인기 급상승
설탕 기본으로 넣어 쓴맛 제거…유럽 여행의 추억까지
서서 먹는 탓 작은 공간에서 창업 가능, 진입장벽 낮아
서서 커피를 마시는 유럽 스타일의 에스프레소 바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장소협찬 쏘리에스프레소바
문화적 충격 긴 줄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헉. 가격이 왜 이렇게 싸. 에스프레소가 1500원이다. 우유나 크림 등이 올라간 다른 메뉴도 있지만, 제일 비싼 것도 2천원. 이래도 남아? 괜한 걱정이었다. 사람들을 보니 기본이 두잔, 서너잔을 마시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다시 줄을 서기 싫어 한번에 3가지를 주문했다. 카페 에스프레소, 카페 스트라파짜토, 카페 오네로소. 에스프레소는 ‘빠른’이란 뜻 그대로 고온 고압으로 빨리 뽑아낸 커피다. 당연히 양이 적고 진하다. 여기에 물을 타면? 우리가 흔히 먹는 아메리카노다. 미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방식이라 붙은 이름. 스트라파짜토는 카카오 가루가 토핑된 것이고, 오네로소는 크림과 우유를 섞은 에스프레소다. 쓰지 않을까. 한모금 들이켰다. ‘오.’ 쓰지 않다. 달짝지근하면서 견과류의 향이 올라온다. ‘이거 뭐지’ 하면서 들이켜니 숨어 있던 정답이 드러났다. 잔 아래에 깔린 설탕! 이 설탕 한 스푼이 엄청난 풍미를 만들어줬다. 스트라파짜토는 은근한 카카오 향이 코를 즐겁게 했고, 오네로소는 크림과 우유의 부드러운 느낌이 식도와 위를 감싸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먹었던 쓰고 역했던 에스프레소는 어디로 갔나. 순식간에 석잔을 마시고 가게를 나섰다. 한 10분 약간 넘게 걸렸나. 늘어선 사람들을 보니 젊은층만 있는 게 아니었다. 노년층도 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잔을 들고 가게 밖에서 마시는 사람도 많았다. 서서 먹는 카페라니, 세상에나. 문화적 충격!
리사르커피 약수점. 이정국 기자
설탕 한 스푼의 ‘마력’ 이런 독특한 형태의 카페인 에스프레소 바는 지금 커피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다. ‘열풍’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다. 최근 몇년 사이 서울 홍대 앞, 연남동, 서촌, 성수동 등 이른바 핫플레이스엔 에스프레소 바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에스프레소 바를 검색하면 2만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라온 상태. 여러 곳에 지점을 거느린 업소가 생길 정도로 성업 중이다. 열풍의 주역인 리사르커피도 약수 본점 외에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매장을 운영 중이다. 사람들이 왜 에스프레소 바에 열광할까. 일단 커피가 맛있어서다. 에스프레소는 그동안 어디서도 먹을 수 있는 커피였지만 많은 이들이 찾지 않았다. 쓰디쓴 사약 같은 커피로만 인식된 것이 사실. 하지만 에스프레소에 천착한 젊은 바리스타들이 숙제를 풀어냈다. 리사르커피의 이민섭(34) 대표도 그런 경우다. 일반 커피숍을 운영했던 이 대표는 여타 커피숍과의 차별성을 갖기 위해 에스프레소라는 장르에 몰두했다. 최적의 맛을 내는 원두 로스팅을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오래된 로스팅 기계를 수소문해 찾는 등 발로 뛰며 에스프레소를 연구했다. 그 결과 쓰지 않고 구수하면서 향이 좋은 로스팅 비법을 찾아냈다.
리사르커피 청담점. 이정국 기자
리사르커피의 다양한 에스프레소. 이정국 기자
유럽여행 추억 소환 유럽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에스프레소 바 인기 요인의 하나다. 코로나19로 여행길이 막히자 유럽에서 먹었던 그 맛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 것. 포르투갈에서 직접 수입한 원두를 사용하는 서울 종로 서촌의 쏘리에스프레소바의 이사라(30) 대표는 “유럽 여행 때 먹었던 맛이라며, 한번에 서너잔 먹고 가는 손님이 많다. 여행을 못 가는 시대라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은 포르투갈의 유명 디저트인 에그타르트도 함께 파는데, 여행지에서 에그타트르를 탑처럼 쌓아 올려 먹었던 추억을 그대로 재현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란다. 서서 에그타르트와 커피를 먹고 후딱 자리를 떴던 여행의 추억을 한국의 에스프레소 바에서 되살리는 것이다. 쏘리에스프레소바도 기대 이상의 인기에 힘입어 근처 안국동에 2호점을 준비 중이다.
쏘리에스프레소바.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오르소에스프레소바의 에스프레소. 이정국 기자
집에서도 에스프레소를 에스프레소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집에서도 에스프레소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느는 추세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긴 하지만, 값이 비싼데다 관리도 쉽지 않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산 뒤 얼마 못 쓰고 당근마켓에 내놓는 사례가 우리 주변에 꽤 많지 않은가. 캡슐형 머신의 경우 가격은 합리적이지만 아무래도 원두를 바로 갈아 내려 마실 때의 신선함은 떨어지는 게 사실. 가장 간편하게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모카포트다. 물을 끓여 그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인데 가격도 싸고 잘만 뽑으면 꽤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어 인기다. 온라인 커머스 티몬에 따르면 2019~2020년 사이 모카포트 판매율이 두배 가까이(97%) 늘었다. 에스프레소 인기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모카포트를 사용하면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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