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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올겨울, 모두를 위한 비건·재활용 패딩 ‘대세’

등록 2021-11-11 13:59수정 2021-11-11 14:43

의류·침구 재사용 ‘리사이클 패딩’
폐페트병 재활용한 플리스 제품
동물 털 배제 비건 패딩도 주목
아르켓의 업사이클 패딩. 기존 의류·침낭 등에서 얻은 다운과 깃털을 재가공한 것이다. 아동용도 출시했다. 아르켓 제공
아르켓의 업사이클 패딩. 기존 의류·침낭 등에서 얻은 다운과 깃털을 재가공한 것이다. 아동용도 출시했다. 아르켓 제공

조류의 가슴 털 아래 가느다랗고 동그란 솜털을 모아 다운재킷 하나를 만들려면 15~20마리의 오리나 거위가 필요하다. 겨울이 가까워지면 착한 패션, 윤리적 패션, 지속가능 패션, 비건 패션 등 용어도 다양한 ‘친환경’ 의류 아이템이 각축전을 벌인다. 살아 있는 조류의 털을 잡아 뜯어 만드는 비윤리적인 다운 의류 생산에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기업의 전략도 수정되고 있는 것이다. 지구를 위해 가장 좋은 일은 더 이상 새로운 옷을 사 입지 않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오래 입을 수 있는 친환경 의류에 눈길을 주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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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와 침구 속 다운을 재활용

재활용 다운은 이제 윤리적 패션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템이 되었다. 올봄 한국에 진출한 북유럽 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르켓(ARKET)은 지난달 27일부터 ‘업사이클 다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충전재는 헝가리와 프랑스에 본사를 둔 리:다운(Re:Down)사에서 공급받은 다운을 100% 사용했다. 기존 의류·침낭·침구류 등에서 얻은 다운과 깃털을 화학제품 없이 뜨거운 물을 이용해 고온으로 살균·세탁한 뒤 재가공한 것이다. 외피 또한 재활용 폴리아미드 원단을 사용했으며 내피까지 전체를 리사이클 소재로 만든 것이 특징.

파타고니아 ‘비비 다운 베스트’. 앨라이드 페더&다운(Allied Feather & Down)사가 공급한 리사이클 다운을 100% 충전재로 썼다. 파타고니아코리아 제공
파타고니아 ‘비비 다운 베스트’. 앨라이드 페더&다운(Allied Feather & Down)사가 공급한 리사이클 다운을 100% 충전재로 썼다. 파타고니아코리아 제공

친환경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내놓은 대표적 리사이클 다운은 ‘비비 다운’이다. 품질 관리로 명성이 높은 미국 앨라이드 페더&다운(Allied Feather & Down)사가 공급한 리사이클 다운을 100% 충전재로 사용한다. 올겨울 출시된 ‘비비 다운 베스트’는 가벼운 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 발수 처리를 한 100% 재활용 폴리에스터를 겉감으로 썼고 안감은 친환경섬유임을 보증하는 블루사인(bluesign®) 인증 원단을 사용해 공정무역 봉제로 생산했다. 파타고니아는 2025년부터 유기농 또는 재생 유기농 면, 리사이클 폴리에스터와 리사이클 나일론 등만을 제품에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2011년부터 초경량 아웃도어 장비를 개발하고 친환경 아웃도어 제품을 출시해온 한국 브랜드 제로그램은 ‘3L 리사이클 다운재킷’을 내놓았다. 40년 이상의 노하우를 가진 국내 다운 가공업체 태평양물산에서 생산한 ‘프라우덴 리사이클 다운’을 100% 충전재로 사용했다. 기존 의류 등에서 추출한 거위나 오리의 솜털 80%, 깃털 20%로 구성해 가볍고 따뜻한 착용감을 추구했고, 겉감을 튼튼하게 삼층 구조로 만들어 깃털이 원단 밖으로 나오는 것을 최소화하면서도 통기성을 좋게 만들었다. 성별과 무관하게 공용으로 입을 수 있다.

제로그램의 ‘3L 리사이클 다운재킷’. 국내 다운 가공업체 태평양물산에서 생산한 ‘프라우덴 리사이클 다운’을 100% 충전재로 사용했다. 제로그램 제공
제로그램의 ‘3L 리사이클 다운재킷’. 국내 다운 가공업체 태평양물산에서 생산한 ‘프라우덴 리사이클 다운’을 100% 충전재로 사용했다. 제로그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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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을 재가공한 플리스

이번 시즌 친환경 의류의 큰 특징 중 하나가 버려진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로 만든 원단을 다수의 브랜드가 사용했다는 점이다. 블랙야크는 지난봄 국내의 폐페트병을 수거, 재활용한 재생섬유로 만든 친환경제품 라인 ‘플러스틱 컬렉션’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시즌에도 페트병 재생섬유를 활용한 ‘에코 플리스’ 소재의 ‘플리스 다운 후디 재킷’을 출시했다.

미국에서 출발한 친환경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나우(nau)는 바다에 버려진 폐그물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나일론을 겉감으로 사용한 다운재킷을 출시했다. 충전재는 동물학대 없이 윤리적 방법으로 생산한 제품임을 보증하는 아르디에스(RDS·Responsible Down Standard) 인증 덕다운을 썼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원단의 ‘나우 포그니 플리스’는 10월 초 완판되었고 리오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2019년 가을/겨울 시즌부터 버려진 페트병으로 만든 원단을 사용해온 노스페이스는 이번에도 제주에서 수거한 폐페트병으로 리사이클링한 원단을 적용해 ‘케이-에코 플리스 컬렉션’을 내놓았다. 한겨울에는 패딩과 함께 입을 수 있고, 아웃도어 활동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모든 주머니에 지퍼를 달았다.

코오롱스포츠가 선보인 여성 플리스 재킷 또한 버려지는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 원사로 직조한 원단을 사용했다. 칼라가 턱까지 올라오는 하이넥 디자인으로 보온성을 높였고 블루종 디자인으로 세련됨을 더했다. 아르디에스 구스다운을 쓰고 폐페트병에서 추출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원사를 사용한 재킷도 함께 출시되었다. 럭키슈에뜨가 올겨울 선보인 여성용 ‘프릴 구스다운’ 또한 리사이클 원단으로 제작했다.

국내에서 수거한 폐 페트병을 리사이클링한 원단을 적용한 ‘우먼스 플레이 그린 플리스 재킷’. 노스페이스 제공
국내에서 수거한 폐 페트병을 리사이클링한 원단을 적용한 ‘우먼스 플레이 그린 플리스 재킷’. 노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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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것이 아닌 비건 패딩

2012년 설립한 이탈리아 아우터웨어 브랜드 세이브더덕은 소나 돼지의 가죽, 물새의 깃털, 밍크나 여우 털 등 동물성 원료를 완전히 배제하는 ‘100% 애니멀 프리’의 ‘비건 패딩’으로 이름이 높다. 동물의 깃털 대신 자체 개발한 신소재 플룸테크를 충전재로 쓰는데, 물세탁이 가능하며 건조 속도가 빨라 손질이 편하다. 플룸테크 기술을 쓴 제품엔 오렌지색의 오리를 형상화한 ‘오렌지 배지’가,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 충전재의 패딩 제품엔 초록색 오리를 새긴 ‘그린 배지’가 팔뚝에 붙어 있다.

스웨덴 아웃도어 브랜드 피엘라벤에서도 다운 대체 충전재를 사용한 겨울 의류를 만날 수 있다. ‘캡 울 패디드 재킷’은 스웨덴산 울과 유해성분이 남지 않도록 옥수수 분말에서 추출한 환경친화적 패딩 보온재를 충전재로 사용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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