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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환절기 등산복, 두께보다 겹쳐 입기가 중요하다

등록 2021-11-12 13:59수정 2021-11-12 14:06

알고 쓰는 등산장비 이야기
등산 의류 세겹의 레이어링
체온 유지와 외부 공기 차단
아우터 레이어 하드 셸 권장
등산복을 여러겹 겹쳐 입으면 보온에 큰 도움이 된다. 이현상 제공
등산복을 여러겹 겹쳐 입으면 보온에 큰 도움이 된다. 이현상 제공

빛깔 고운 단풍이 피는 가을, 산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등산로에서는 곱고 다양한 단풍 색깔만큼이나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볼 수 있다. 지금은 약간 시들해졌지만 한때는 중년들의 공항 패션이라고까지 불렸던 등산 재킷은 여전히 등산 동호인들의 필수품이다. 철 지난 공항 패션이라고 비아냥받기는 했지만 사실 등산 재킷은 패션보다는 ‘장비’에 속하는 의류이다. 자신의 안전을 담보해주는 장비이므로 제대로 알고 제대로 입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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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어링 시스템

등산 의류에 대해 알려면 장착법을 이해해야 한다. 등산 의류는 레이어링 시스템(Layering System)으로 이루어져 있다. 레이어링 시스템의 핵심 개념은 여러겹의 얇은 옷을 겹쳐 입는 것이 한두벌의 두꺼운 옷을 입는 것보다 보온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레이어링 시스템의 장점은 단지 체온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 아웃도어 활동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변화무쌍한 날씨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 말하는 ‘추위를 느끼기 전에 웃옷을 입고, 땀 흘리기 전에 웃옷을 벗는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다.

아웃도어 의류의 레이어링 시스템은 보통 세겹으로 분류하며, 각 레이어는 자기 역할이 있다. 가장 안쪽에 입게 되는 베이스 레이어는 체온을 유지해주는 보온 내의인데 땀을 빠르게 건조하는 게 속건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면(cotton) 종류는 피하는 게 좋다. 보온이 필요한 계절에는 전통적으로 울(wool) 제품을 권장하며, 피부 접촉감을 좋게 가공한 합성섬유 내의를 입기도 한다. 한겨울이라고 해도 두꺼운 내의는 활동성을 떨어뜨리고, 건조도 잘 안되므로 얇은 옷이 좋다.

내의와 바깥층의 중간인 미드 레이어에는 어느 정도 보온 기능을 가진 셔츠와 재킷을 입는다. 추운 겨울에는 플리스(fleece) 소재 셔츠와 재킷을 권장하며, 선선한 가을 날씨에도 긴팔 셔츠나 재킷 중 하나만이라도 보온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게 바람직하다. 어떤 가을날은 한겨울보다 추운 경우를 산에서는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드 레이어 의류 역시 속건성이 필요하다.

레이어링 시스템에서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바깥에 입게 되는 아우터 레이어가 제일 중요하다. 아우터 레이어는 바람과 비, 눈을 직접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따뜻한 미드 레이어를 입었다고 해도 바람을 막지 못하면 급격하게 체온을 뺏기게 되고, 비에 젖는다면 보온 재킷은 무용지물이 된다.

바람을 막아주는 셸 재킷. 이현상 제공
바람을 막아주는 셸 재킷. 이현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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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셸 재킷의 역할

아우터 레이어는 보통 방수 투습 기능을 가진 하드 셸(Hard Shell) 재킷을 권장한다. 하드 셸 재킷은 원단 특성상 뛰어난 방풍 기능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동네 뒷산을 가면 모를까, 산에서 비와 바람은 언제라도 만날 수 있으므로 추운 계절이 아니더라도 하드 셸 재킷은 꼭 필요하다. 야영하지 않는다면 두꺼운 다운 재킷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산행 중에 입기에는 너무 둔하고 무겁기 때문이다. 무거운 다운 재킷보다는 가벼운 보온 재킷과 하드 셸 재킷을 겹쳐 입는 게 산행에 훨씬 도움이 된다.

하드 셸이라는 명칭은 원단 표면의 물성이 뻣뻣하기 때문에 부르는 이름인데, 섬유 기술이 발전한 최근에는 하드 셸 재킷이지만 몸동작이 불편하지 않은 부드러운 하드 셸 재킷이 많이 나와 있다. 부드러운 하드 셸 재킷은 말아서 수납하기도 편하다.

모든 장비가 그렇듯이 제품 가격과 성능은 항상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등산 의류가 지나치게 고가라는 지적을 받는데 그것은 대부분 하드 셸 재킷류이다. 하드 셸 재킷은 성능이 천차만별이고, 산행 수준에 따라 기대하는 성능 수준이 매우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드 셸 재킷을 고를 때는 특히 제품의 사양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곧 높은 사양을 고집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자신이 즐기는 산행이 어느 정도의 난도인지, 악천후를 만날 가능성은 얼마큼인지를 고려하여 적정 수준의 사양을 선택한다. 어느 수준 이상의 고기능성부터는 제품 가격이 기하급수로 높아질 뿐, 실제 사용했을 때 기능 차이를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등산복 위에 반소매 셔츠를 입은 등산객. 이현상 제공
등산복 위에 반소매 셔츠를 입은 등산객. 이현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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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다 ‘쾌적함’

아우터 레이어의 하드 셸 재킷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수 성능이다. 방수 성능은 내수압으로 표기하는데, 단위 면적당 일정의 수압을 가했을 때 견딜 수 있는 수압 수치를 나타낸다. 바람이 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리는 가랑비에는 500㎜, 강한 비에는 1500㎜ 이상의 내수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재킷의 원단 기준이며, 실제 여러 모양으로 재단한 원단을 봉제해서 제작한 재킷의 내수압은 더욱 높아야 한다. 아웃도어 환경에 적합한 레인 재킷의 내수압은 보통 5000㎜ 이상을 권장하며, 1만㎜ 이상임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마케팅적인 측면이 강하다. 해외 원정 등 악천후 환경에서 장기 산행을 하지 않을 거라면 5000㎜에서 7000㎜ 정도의 내수압이면 적절한 방수 성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우터 레이어의 재킷에서 방수 성능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투습 성능이다. 하드 셸 재킷의 투습성은 원단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습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성능을 말하는데, 보통 투습도(MVTR·Moisture Vapor Transmission Rate) 단위로 측정한다. 투습도는 하루 24시간 동안 1㎡ 넓이에서 배출하는 습기(물)의 무게를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7000g/㎡/Day’ 수준의 투습 성능이라면 1㎡당 하루에 7㎏의 습기를 배출한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가벼운 등산이나 당일 하이킹에서는 쾌적한 산행을 즐기기에 충분한 성능이다. 악천후가 예상되는 지역을 2박3일 이상 장기 산행에 나선다면 ‘2만g/㎡/Day’ 이상의 전문가급 재킷이 필요할 수 있지만 이 정도의 산행을 즐긴다면 이미 전문 산악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높은 투습 성능이라고 해도 오르막길에서 흘린 땀을 방출하지 못해 내부의 습기가 채 마르지 않은 채 재킷 내부에서 얼어붙는 경우도 흔하다. 재킷 겨드랑이에 통기구(벤틸레이션)가 있다면 가끔 개방하여 내부 습기를 환기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제품 사양을 살펴볼 때 유의할 점은, 위와 같은 측정치는 실험실에서의 결과이며, 실제 산행에서는 원단의 오염 정도, 외부 습도, 바람의 세기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사실 가벼운 등산이나 당일 하이킹이라면 투습 성능이 필수적인 것도 아니다. 겨울철 산행이 아니라면 투습 성능은 ‘안전’보다는 ‘쾌적함’ 측면에서 요구되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한겨울보다 계절이 바뀌는 요즘이 오히려 레이어링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크고, 지역과 지형에 따라 기온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차라리 추운 겨울에는 보온을 위해 충분하게 옷을 입거나 준비해가겠지만 따뜻한 한낮의 날씨만을 떠올리게 되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자칫 준비 없이 혹독한 겨울 날씨를 경험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한여름을 제외한다면 값비싼 고기능성 하드 셸 재킷은 아니더라도 가벼운 방풍 방수 재킷 하나쯤은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바람이 없는 곳에서는 가벼운 보온 재킷이나 셔츠만으로 산행하다가 바람이 강한 능선에서는 재킷을 꺼내 입어 체온을 유지하는 게 안전하다. 적절한 레이어링 시스템으로 장착하되 부지런함도 함께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현상 그레이웨일디자인 대표·〈인사이드 아웃도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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