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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코끝 시린 겨울캠핑, ‘타닥타닥’ 불멍에 한해 시름 잊는다

등록 2021-12-31 10:50수정 2022-01-18 15:45

캠핑의 정석: 겨울 캠핑 & 공현진 해변
호젓한 공현진 해변서 차박, 근처 해파랑길 하이킹 추천
전기매트·무시동 히터·핫팩 등 방한용품 잘 챙겨야
차박은 텐트 설치·해체의 번거로움이 없다. 홍유진 제공
차박은 텐트 설치·해체의 번거로움이 없다. 홍유진 제공

캠핑이 여가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다양한 캠핑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오늘부터 차박캠핑>을 쓴 홍유진 여행작가가 4주에 한번 ‘캠핑의 정석’을 연재합니다.

진부하고 뻔한 느낌은 있지만 나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가는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위해 해맞이 캠핑을 떠난다. 이른 새벽 코끝이 시리도록 찬 바람을 맞으며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하는 시간은 언제나 기대보다 뜨겁고, 기억보다 가슴 벅찬 일이었으니까.

겨울캠핑 낭만엔 ‘거실형 텐트’ 유리

보통은 여행이나 캠핑을 가장 하기 좋은 계절이라면 봄이나 가을을 꼽는다. 그러나 캠핑을 위해 기꺼이 주말 반납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틈만 나면 캠핑할 궁리로 시간을 보내며, 캠핑에서 얻은 힘으로 일상을 살아내는 이들 사이에서 겨울 캠핑은 ‘캠핑의 꽃’이라 불린다. 겨울이야말로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가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불멍을 즐기기에 그만 아닐까. 자동차 보닛 위로 사락사락 눈 내리는 소리에 잠들고, 트렁크 창을 프레임 삼아 하얀 눈으로 덮인 세상을 바라보며 뜨겁게 마시는 커피 한잔에 마음을 녹인다. 설중차박의 낭만이란 이런 것.

겨울 캠핑의 낭만을 충분히 즐기고 싶다면 기본적인 방한 대책은 필수다. 겨울에는 야외보다 텐트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으므로 거주성이 좋은 거실형 텐트가 유리하다. 넉넉한 사이즈 덕분에 취침과 취사를 모두 텐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반면 크기와 무게가 상당히 있어 설치와 해체 시 품과 시간이 많이 든다.

겨울 차박에 텐트를 활용하면 방한에 도움이 된다. 홍유진 제공
겨울 차박에 텐트를 활용하면 방한에 도움이 된다. 홍유진 제공

따뜻한 취침을 도와줄 매트와 침낭도 중요하다. 매트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막아줄 수 있는 것으로 선택한다. 텐트 설치 뒤 먼저 방수 매트를 깔아 결로와 냉기를 차단하고, 잠자리에는 매트나 발포 매트를 깔아 다시 한번 냉기를 차단해준다. 지면과 거리가 있는 야전침대를 이용하면 더 따뜻하게 잘 수 있다. 침낭은 필 파워의 숫자가 높을수록 보온성이 우수하니 구매 때 참고한다. 여기에 잠들기 전 핫팩 네댓개 정도를 터트려 놓으면 훨씬 따뜻하다.

아무리 텐트를 잘 치고 바닥공사를 잘해도 난방 기구가 없다면 겨울 캠핑이 난감해진다. 공기를 훈훈하게 데워주는 데는 석유난로가 그만이지만 화재의 위험이 있으니 텐트 내에서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개인적으로 추위를 많이 타서 방한 대책을 철저히 하는 편이다. 휴대용 배터리인 파워뱅크는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전기매트와 전기담요 이용이 가능하다. 전기와 함께 연료를 사용하는 무시동 히터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게 단점이지만 매주 캠핑을 떠나는 내겐 영하의 추위에서도 따뜻한 캠핑을 만들어주는 효자 아이템이다. 다만, 무시동 히터 사용 시에는 일산화탄소 등 연소한 배기가스가 들어와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창문이나 선루프를 살짝 열어둔다.

수뭇개바위의 일출. 홍유진 제공
수뭇개바위의 일출. 홍유진 제공

텐트 없이 떠나는 ‘스텔스 차박’ 캠핑…장소 자유롭고 준비 가벼워

이번 캠핑은 텐트를 치지 않고 차 안에서 숙식하는 스텔스 차박으로 결정했다. 준비가 필요한 여행은 피로하다. 챙겨야 할 것들이 산더미라면 출발 전부터 지쳐버리기 일쑤. 언제든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떠났다 돌아오기를 반복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생각과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기동성은 차박의 가장 큰 매력일 테다. 게다가 반려견 ‘겨울’, ‘바다’와 함께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두 반려견이 각각 사모예드 겨울이 25㎏, 보더콜리 바다가 18㎏으로 중대형견이다 보니 마땅한 캠핑장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스텔스 차박은 이럴 때 유리하다. 차량 테일게이트에 텐트 등의 부속물을 별도로 치지 않기 때문에 합법적인 주차 공간만 주어진다면 차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느 유명한 해변과는 달리 호젓하고 아담한 게 매력인 공현진 해변은 강원도 고성 북단에 수줍게 들어앉아 있다. 꽤 오래전 해파랑길 고성 구간을 걸으며 처음 알게 되었는데, 보자마자 그만 한눈에 반해버렸다. 바닥이 투명하게 비치는 민트색 물빛에 동그란 해안선이 인상적이었는데, 마치 스페인의 어느 이름 모를 작은 바다를 닮은 것도 같았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볼 수는 없었지만.

인근에 주차를 마치고 조수석을 앞으로 최대한 당긴 뒤 2열 시트를 접어 트렁크 공간을 확장했다. 바닥을 수평으로 만들고 자충매트를 깐 뒤 전기매트를 올려 겨울, 바다와 함께할 포근한 잠자리를 만들었다. 노랫말 속삭이듯 파도 소리 잔잔한 밤, 그렇게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수뭇개바위는 배낚시와 일출 좋기로 알음알음 소문이 나 아는 사람들만 찾아드는 곳. 북방파제 끝자락 바다 위에 불쑥 솟아 있는 바위군이 그 주인공이다. 수뭇개바위라는 이름은 2017년 고성군에서 정식 명칭으로 정한 것으로 현지에서는 흔히 옵바위로 불린다. 이른 새벽 뼛속까지 파고드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망망대해로 펼쳐진 수평선, 그리고 두 개의 바위 사이로 장쾌하게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마주했다. 새해의 다짐을 소원에 담았다. 올 한 해도 우리 부부, 그리고 반려견 겨울 바다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소똥령 구름다리. 홍유진 제공
소똥령 구름다리. 홍유진 제공

반려견 있다면 하이킹뒤 노곤한 밤 함께 보내길 

최근에 나는 하이킹을 즐기며 차박 하는 ‘차박 하이킹’에 푹 빠졌다. 반려견과 함께하기 좋은 아웃도어 활동으로 하이킹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프로 등산러는 아니지만, 산을 오르거나 아기자기한 산책로를 반려견과 함께 걷고 노곤해진 몸을 서로의 체온으로 녹이며 잠든 겨울밤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강원도 고성에는 반려견과 함께 하이킹하기 좋은 곳이 많다. 바다를 좋아한다면 해파랑길 고성 구간을 추천한다. 걷는 내내 아름다운 동해를 감상할 수 있고 이름 없는 작은 해변을 지날 때는 반려견과 잠시 장난치며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한적한 숲길이 좋은 진부령 소똥령숲길은 옛날 소똥령마을에서 진부령으로 오르던 오솔길이다. 초입에 자리한 귀여운 출렁다리인 소똥령 구름다리를 건너면 칡소폭포를 지나 소똥령마을까지 약 5㎞를 걷는다.

진부령 소똥령마을 장신유원지야영장은 애견 동반 캠핑이 가능하다. 이곳은 5~9월에만 요금을 받고 이외 기간에는 별도의 야영 비용을 받지 않는다. 진부령의 맑은 계곡이 바로 근처에 있고 50년 수령의 소나무 군락지 아래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대한민국 최북단에 자리한 명파오토캠핑장은 2021년 여름에 오픈해 전체적으로 시설이 쾌적하다. 무엇보다 해변 바로 앞에 자리해 바다 전망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죽왕면에 자리한 티피캠핑장은 바로 앞에 문암해변이 있고 식당, 카페 등의 접근성이 좋다. 다만, 사이트 간격이 좁은 편이라 차박 시 후면 도킹텐트 이용은 불가하다. 대형견 동반의 경우, 사전 문의 전화가 필요하다.

홍유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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