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ESC] 더욱 스마트한 등산을 위한 스마트폰 사용법

등록 2022-02-04 10:50수정 2022-02-04 18:18

[알고 쓰는 등산 장비 이야기] 유용한 등산 보조도구 스마트폰
카카오맵·맵스 미 등 다양한 앱
등산로·예상시간에 기록 공유도

겨울 산에 오르는 등산객. 이현상 제공
겨울 산에 오르는 등산객. 이현상 제공

새로운 취미가 생기면 관련 장비를 사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 ‘소확행’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다. 그러나 ‘알고 쓰는 등산 장비 이야기’의 일관된 메시지는 새로운 장비를 소개하고 장만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이미 가지고 있는 장비를 제대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번 연재도 마찬가지다. 여러분의 손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폰에 관한 이야기다.

고도와 위치를 알려주는 스마트워치. 이현상 제공
고도와 위치를 알려주는 스마트워치. 이현상 제공

지피에스 전용 단말기(왼쪽)와 수첩. 이현상 제공
지피에스 전용 단말기(왼쪽)와 수첩. 이현상 제공

기술 문명과 등산 보조도구

등산화, 배낭, 트레킹 폴 등 전통적인 필수 장비 이외에도 기계 문명이 발달하면서 등산 활동에서도 유용한 보조도구가 늘어나고 있다. 1세대 보조도구의 대표 격은 나침반이다. 고대 중국에서 발명되었다고 알려진 나침반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1세기부터다. 교역을 위해 대륙을 넘나들던 항해사들에게 나침반은 태양과 북극성을 대신했고, 근대 사회에서는 탐험가들에게도 필수 장비가 되었다. 해와 달, 별의 위치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은 정밀함이 떨어질 뿐 아니라 기상 조건에 따라 불가능하지만 자성을 이용한 나침반은 밤낮과 상관없이 일정한 방향을 가리켰다. 지금도 전통적인 등산 교육기관에서는 나침반을 이용한 독도법을 가르치고, 등산 교재에도 한 챕터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위치의 고도를 알려주는 고도계 역시 등산 활동에서 유용한 보조도구라고 할 수 있다. 고도계는 고도에 따른 기압 차이를 계산하여 현재 고도를 나타내는 상대 고도계가 널리 쓰였으나 상대 고도계는 기압 차이를 알아내기 위해 출발 지점에서 보정을 해주어야 하고, 기압 측정 센서의 정확도도 떨어져서 완벽하게 신뢰할 수는 없었다. 나침반이 1세대 기술 문명 보조도구라면 기압계를 이용한 고도계는 1.5세대쯤 된다고 할 수 있다.

위치 항법시스템인 지피에스(GPS) 기술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기술 문명이다. 경도와 위도에 고도 정보를 합쳐서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나타낸다. 흔히 지피에스로 통칭하지만 사실 지피에스는 미국에서 개발하고 관리하는 위성항법시스템인 지피에스(GPS·Global Positioning System)를 일컫는 말이다. 말하자면 여러 종류의 위치 항법시스템의 하나인 셈이다. 미국이 관리하는 지피에스 이외 위성항법시스템은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 유럽 우주국(ESA) 및 다른 국가들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갈릴레오(Galileo), 중국이 주도하는 베이더우(BDS·BeiDou Navigation Satellite System) 등이 있다. 스마트폰 이전에 주로 사용했던 지피에스 단말기는 미국의 지피에스 신호만을 수신할 수 있어서 속도나 정확도가 떨어졌으나 최근에는 대부분 글로나스, 갈릴레오, 베이더우 등 모든 신호를 수신하게 되면서 위치 측정의 정확성과 속도가 크게 개선되었다.

2세대 보조도구라고 할 수 있는 지피에스 단말기는 항해자뿐 아니라 탐험가들과 산림 종사자들에게도 혁신적인 기기였다. 해와 별의 위치로 대략적인 위치와 방향을 파악하는 일은 지피에스를 통해 정확한 위치 정보를 얻는 일에 비해 눈을 감고 코끼리를 만지는 격이었다. 그러나 지피에스 전용 단말기의 운명은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엠피3(MP3) 플레이어의 운명과 비슷했다. 핵심기술은 전용 단말기를 빠져나와 스마트폰으로 흡수 통합되었고 사람들은 엠피3 플레이어를 따로 들고 다니지 않듯이 지피에스 단말기를 따로 들고 다니지 않는다. 2세대 보조도구였던 지피에스 전용 단말기는 다음 세대인 스마트폰에 자리를 넘겨주었다.

카카오 맵을 이용해 만든 등산 경로. 이현상 제공
카카오 맵을 이용해 만든 등산 경로. 이현상 제공

구글어스의 위성 지도. 이현상 제공
구글어스의 위성 지도. 이현상 제공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아날로그 감성에 기대는 노스탤지어가 아니라면 아날로그 방식의 독도법보다 스마트 기기들을 이용한 내비게이션과 관련 애플리케이션 운용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스마트폰에는 등산 활동에 유용한 많은 기능과 애플리케이션이 숨어 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노트북 가격과 비슷하거나 더 비싸다. 이렇게 비싼 물건으로 통화 기능과 에스엔에스(SNS) 기능만을 주로 사용한다면 아까운 일이다.

등산 활동에서 스마트폰의 유용한 기능은 위성항법시스템에서 전달하는 위치 정보 그 자체보다는 측정 신호 기반의 각종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들이다. 단순히 현재 위치와 고도만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서 길을 잃지 않도록 전체 등산로와 남은 거리, 예상 소요 시간을 보여주는 내비게이션 기능, 걸어온 길을 기록하는 트래킹 기능, 그동안의 활동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모니터링 기능, 더 나아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기록을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킹 기능 등이 있다. 수많은 앱이 백가쟁명하고 있지만, 그중 널리 사용되거나 필자가 애용하는 몇가지 앱을 소개한다.

등산 지도 기능을 원한다면 여러 지도 앱 중에서 카카오 맵이 가장 뛰어나다. 유명한 등산로뿐 아니라 근교 낮은 산의 등산로도 비교적 자세히 보여준다. 카카오 계정을 가지고 있다면 피시에서 경로를 생성하고 편집할 수 있으며, 당연히 저장한 경로는 스마트폰 앱에서 열어 볼 수 있다.

만약 외국으로 하이킹 여행을 떠난다면 구글 맵을 이용하여 경로를 만들고 저장하여 스마트폰을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필자가 추천하는 또 하나의 앱은 맵스 미(Maps.Me)다. 맵스 미는 특히 오프라인 지도 기능이 뛰어나다. 지피에스 신호 자체는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아도 수신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지도 관련 앱은 네트워크를 통해 지도 데이터를 받는다. 따라서 네트워크 연결이 되지 않는 곳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러나 맵스 미는 방문 지역의 상세 지도를 스마트폰으로 미리 전송받을 수 있어서 네트워크 연결이 되지 않는 곳에서도 현재 위치의 지도를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하이킹 트레일(등산로)이 잘 표시된 것도 장점이다.

등산 지도를 확인하고 자신의 경로를 기록하며, 기록을 공유하고 과거의 등산 기록을 관리하길 원한다면 국내 서비스인 트랭글과 램블러가 유용하다. 일종의 등산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는 트랭글과 램블러는 업체가 제공하는 정보보다 이용자들이 공유하는 정보가 훨씬 유용하다. 등산 분야 집단지성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의 아이티(IT) 관련 지식이 필요하지만 구글어스도 아주 흥미로운 응용 프로그램이다. 구글어스는 트래킹 데이터인 지피엑스(GPX)나 케이엠제트(KMZ) 파일을 열어서 해당 지역을 3D 지형도로 보여준다. 3D 지형도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산행 대상지의 전체적인 지형 윤곽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등산 경로를 기록하여 지피엑스나 케이엠제트 파일로 저장한 뒤 구글어스에서 열어서 전체 등산 경로를 3D 지형도로 확인해본다면 책상에 앉아서 다시 한번 산행하는 흥미로운 경험을 즐길 수 있다. 다만 구글어스는 네트워크가 연결된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내비게이션이나 트래킹 기능은 없다.

무엇보다 ‘엔진’이 좋아야

하지만 스마트한 기기에만 의지하면 안 된다. 농담으로 하는 얘기이지만 결국 ‘엔진’, 즉 본인의 심폐 기능과 근지구력을 향상하지 않으면 등산은 즐거움보다는 고통의 경험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고성능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보장하지 않듯이 스마트한 기기들이 등산 능력을 향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또한 아웃도어 활동은 늘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스마트 기기들은 보조도구일 뿐, 오랜 경험과 그에 따른 직관이 훨씬 빠르고 정확할 때가 많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원이 꺼지는 순간 스마트 기기들은 그저 수많은 원자의 집합일 뿐, 우리에게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못한다.

이현상 (그레이웨일디자인 대표, 〈인사이드 아웃도어〉 저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숲 여행도 하고 족욕도 하고…당일치기 기차 여행 1.

숲 여행도 하고 족욕도 하고…당일치기 기차 여행

‘미친놈’ 소리 들으며 3대가 키우는 정원, 세계적 명소로 2.

‘미친놈’ 소리 들으며 3대가 키우는 정원, 세계적 명소로

쉿! 뭍의 소음에서 벗어나 제주로 ‘침묵 여행’ 3.

쉿! 뭍의 소음에서 벗어나 제주로 ‘침묵 여행’

인간이 닿지 않은 50년 ‘비밀의 숲’…베일 벗자 황금빛 탄성 4.

인간이 닿지 않은 50년 ‘비밀의 숲’…베일 벗자 황금빛 탄성

초보자들을 위한 초간략 핵심 무협 용어사전 5.

초보자들을 위한 초간략 핵심 무협 용어사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