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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인천 중구 개항장…짜장면 박물관 있는 140년 역사 속으로

등록 2022-02-11 13:59수정 2022-02-11 14:09

인천 중구 개항장 여행

인천 개항동·신포동 일대 개항장
1883년 개항으로 외국인 거주
차이나타운 짜장면 먹거리 많고
이국적인 근대건축물 곳곳에
인천역 건너편에 있는 차이나타운의 패루. 허윤희 기자
인천역 건너편에 있는 차이나타운의 패루. 허윤희 기자

인천광역시 중구는 근현대 역사를 품은 지역이다. 1883년(고종 20년) 제물포항(인천항) 개항 이후 외국인 왕래와 무역을 위해 개방한 구역인 ‘개항장’의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최초로 지어진 근대건축물, 외국인 거주 지역(조계지) 등이 그것. 현재 행정동으로는 중구의 신포동, 개항동, 동인천동 일대를 개항장이라 부른다. 서구 문물이 들어오던 길목이자 동시에 일제 수탈이 본격화된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 개항장. 최근에는 이국적인 풍경과 레트로풍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의 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한산한 차이나타운. 허윤희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한산한 차이나타운. 허윤희 기자

차이나타운에 있는 짜장면 박물관은 공화춘 건물을 개보수한 것이다. 허윤희 기자
차이나타운에 있는 짜장면 박물관은 공화춘 건물을 개보수한 것이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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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의 탄생지

지난 4일, 개항장의 첫 코스로 인천 중구 개항동에 있는 차이나타운을 찾았다. 인천역 건너편에 ‘중화가’라 쓴 붉은색 현판이 걸린 패루(중국식 전통 대문)가 보였다. 차이나타운에는 총 4개의 패루가 있는데 이것이 첫번째 패루다. 남쪽 대문이자 중심문인 중화가는 중국인 거리를 뜻한다. 입구로 들어가자 공갈빵, 옹기병 등을 파는 중국식 제과점, 양꼬치 가게, 붉은 간판을 단 수십개의 중국음식점이 이어져 있었다. 새해 행운을 기원하는 ‘복’이라는 한자가 적힌 붉은 종이가 바람에 휘날렸다. ‘한국 속의 작은 중국’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중국의 소도시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오래전부터 관광 명소로 알려진 곳이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문을 닫은 상점이 여러 군데 보였다.

차이나타운은 1883년 인천의 개항으로 생긴 곳이다. 개항으로 중국인들이 들어와 모여 살던 곳, 청국 조계지(청관)였다. 화교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현재 이곳에는 화교 2, 3세들로 구성된 170여가구, 5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인천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이곳은 짜장면이 탄생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중국 산둥 지방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국수에 채소와 된장을 얹어 비벼 먹던 ‘작장면’에서 유래한 것으로, 광복 후 캐러멜 시럽이 들어간 춘장을 넣어 현재 우리가 먹는 검은 짜장면이 만들어졌다.

짜장면의 탄생지답게 차이나타운에는 짜장면의 역사를 담은 ‘짜장면 박물관’(국가등록문화재 제246호)이 있다. 2층 규모로 ‘공화춘’ 건물을 개보수한 것이다. 공화춘은 대한민국에서 짜장면을 최초로 개발하여 판매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박물관에서는 짜장면의 탄생과 역사, 변천 과정 등을 볼 수 있다. 1930년대 공화춘의 접객실, 1960년대 공화춘 주방 모습을 실사에 가까운 모형으로 전시했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오전 9시~오후 6시) 전시 공간을 관람할 수 있고 입장료(성인)는 1천원이다.

짜장면 박물관에서 나와 자유공원 방향으로 올라가면 화려한 벽화가 눈길을 끄는 ‘삼국지벽화거리’를 만날 수 있다. <삼국지> 명장면을 160개의 벽화로 만들었다. 제갈공명, 유비, 관우 등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150m 길이의 대형 벽화가 펼쳐져 있다.

‘삼국지’ 명장면을 160개의 벽화로 만든 ‘삼국지벽화거리’의 모습. 허윤희 기자
‘삼국지’ 명장면을 160개의 벽화로 만든 ‘삼국지벽화거리’의 모습. 허윤희 기자

차이나타운의 하얀 짜장면. 허윤희 기자
차이나타운의 하얀 짜장면.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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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조계지와 경계 계단

벽화를 보며 위쪽으로 올라가면 자유공원으로 이어진다. 인천의 벚꽃 명소로 알려진 자유공원은 1888년 개항장 조계지 내에 조성된 한국 최초의 서구식 근대 공원이다. 개항 당시 각국에서 들어온 서양인이 만든 그들만의 휴게 공간으로 원래 만국공원이라고 불렸지만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 이후 자유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 일대는 개항 이후 들어온 미국, 영국 등 서양인들이 거주하던 지역이었다.

자유공원 근처에는 인천에 거주했던 외국인들의 사교 클럽인 ‘제물포 구락부’가 있다. 배우 공유가 주연한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더욱 널리 알려졌다. 1901년 6월에 건립된 이곳은 벽돌로 지은 2층 건물로, 도서실과 당구장 등을 갖춘 곳이었다. 현재 전시관으로 무료로 개방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문을 열고 있다.

자유공원에서 차이나타운 방향으로 내려오면 가파른 언덕에 있는 ‘청일조계지 경계 계단’을 볼 수 있다. 계단 위쪽에는 중국 칭다오에서 기증한 공자상이 서 있다. 일본인 거주 지역인 ‘일본 조계’와 중국인 거주 지역인 ‘청국 조계’의 경계에 있는 계단으로, 계단을 중심으로 양쪽 분위기가 서로 다르다. 다양한 먹거리 좌판과 중식당이 많은 청국 조계지가 화려한 풍경이라면 일본 조계지는 일본 목조건물과 근대건축물 등으로 구성된 차분한 분위기의 거리다.

김미영 인천 문화관광해설사는 “청일조계지 경계 계단은 외국인 거주지, 인천항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며 “이국적 정체성을 지닌 개항장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의미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개항장에 오면 여기는 꼭 들러야 할 필수 코스”라고 설명했다.

청국 조계지와 일본 조계지 사이에 만들어진 청일조계지 경계 계단. 허윤희 기자
청국 조계지와 일본 조계지 사이에 만들어진 청일조계지 경계 계단. 허윤희 기자

일본 조계지가 있던 곳. 일본풍 목조건물이 있다. 허윤희 기자
일본 조계지가 있던 곳. 일본풍 목조건물이 있다. 허윤희 기자

르네상스식 석조건축물인 인천개항박물관. 1899년에 건립된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 건물이다. 허윤희 기자
르네상스식 석조건축물인 인천개항박물관. 1899년에 건립된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 건물이다. 허윤희 기자

인천아트플랫폼에 있는 ‘개항장 지게꾼’ 동상. 허윤희 기자
인천아트플랫폼에 있는 ‘개항장 지게꾼’ 동상.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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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기의 인천 풍경

청국 조계지는 차이나타운으로 발전해서 많이 알려졌지만 바로 옆에 있는 일본 조계지는 최근 몇년 사이에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일본 조계지였던 곳은 일본풍 목조건물이 있어 이곳이 일본인이 거주한 곳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십년에서 100여년 전 건물들을 리모델링해, 문화 공간이나 카페로 변모한 곳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일본 조계지였던 이곳에는 근대 역사를 알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근대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인천개항장 근대건축 전시관’을 여행 코스에 넣기를 추천한다. 전시관은 1890년에 건립된 ‘일본제18은행 인천지점’ 건물이다. 일본이 중국을 상대로 한 면직물 중개무역으로 큰 이익을 거두자 수출입과 통관 업무의 중심지였던 인천에 은행 지점을 만들었다. 일본이 한국의 금융계를 지배하려는 목적으로 세운 것이다. 이 전시관에는 인천우체사, 내리교회, 인천역 등 근대 초기의 건축물 사진과 존스턴별장, 영국영사관 등 지금은 소실된 서구식 건축물 모형이 전시돼 있다. 인천 근대건축의 역사와 특징에 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옛 모습이 그대로 남은 ‘일본제18은행 인천지점’의 금고 공간에서는 개항장 은행거리에 관한 전시물을 볼 수 있다.

‘인천개항장 근대건축 전시관’ 바로 옆에 있는 ‘인천개항박물관’은 인천의 개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르네상스식 석조건축물인 이곳은 1899년에 건립된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 건물이다. 1883년 개항 이후부터 일제 강점이 시작되는 1910년 이전까지 개항기 인천을 통해 소개된 근대 문화의 다양한 유물이 전시돼 있어 개항 이후 근대 인천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인천개항박물관 근처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 전시관’이 있다. 1978년에 철거된 호텔을 고증을 통해 외관을 재현해놓은 것이다. 대불호텔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1관, 1960~70년대 인천 중구의 생활사를 체험할 수 있는 2관으로 구성돼 있다.

대불호텔 전시관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는 인천아트플랫폼이 있다. 1930~40년대 만든 건축물을 리모델링하여 창작스튜디오, 공방, 전시장 등 13개 동 규모로 조성한 것이다. 현대 예술인들이 근대 역사 공간을 예술 장소로 만들었다. 역사의 아트플랫폼 한편에는 벽돌 건물 앞에 무거운 지게를 지고 힘겨운 표정을 짓는 ‘개항장 지게꾼’ 동상이 있다. 개항 당시 항구 노동자로 일했던 조선인을 형상화한 것이다. 개항이라는 역사 소용돌이 속에서 밑바닥 노동을 했던 이들의 고단한 삶이 느껴진다.

김미영 문화관광해설사는 “인천 개항장은 나라를 빼앗기고 수탈을 당한 아픔을 보여주는 역사 장소이기도 하고 여러 나라 사람들이 활동하고 거주하며 외국 문물이 제일 빨리 들어왔던 당시 핫플레이스 같은 곳이기도 했다”며 “근대 역사에 관한 최초의 건축물도 많은 곳이라 골목골목 돌아다니며 숨은그림찾기 하듯 다양한 역사 공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코로나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며 취재·작성한 기사입니다.)

관광객이 앱 ‘인천e지’를 이용하는 모습. 인천관광공사 제공
관광객이 앱 ‘인천e지’를 이용하는 모습. 인천관광공사 제공

[ESC] 인천 개항장 여행 정보

먹거리 차이나타운의 대표 먹거리는 뭐니 뭐니 해도 짜장면. 차이나타운 초입에 있는 신승반점(중구 차이나타운로44번길 31-3/032-762-9467)은 짜장면의 원조 ‘공화춘’ 설립자의 외손녀가 운영하는 중식당으로, 유니짜장(9천원)이 유명하다. 연경(차이나타운로 41/032-765-7888)에서는 담백한 맛의 하얀 짜장면(9천원)이 인기다.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먹거리는 옹기병(화덕만두). 밀가루 반죽 안에 다진 고기와 채소 같은 소를 넣은 만두를 항아리처럼 생긴 커다란 화덕에서 구워낸 것이다. 십리향(차이나타운로 50-2/032-762-5888)에서 옹기병(1개 2천원)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식 전통 빵 홍두병도 차이나타운의 명물이다. 1개에 2천원으로 단팥, 망고, 크림치즈 등 다섯가지 맛이 있다.

여행 도우미 인천 여행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담은 앱 ‘인천e지’와 ‘인천e지 AR’가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간단한 설문을 통해 내 취향에 맞는 여행 코스를 추천해주니 여행 코스를 짤 때 유용하다. 먹거리부터 즐길 거리, 교통수단 정보를 볼 수 있고 관광 안내를 해주는 오디오가이드, 증강현실(AR) 체험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인천시티투어버스, 월미바다열차 등 교통수단 예약과 결제까지 가능하다. 인천e지에 카드 등록을 해놓으면 터치 한번으로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를 할 수 있다. 식당, 카페 등 할인쿠폰도 앱을 통해 받을 수 있다. 여행 중 궁금한 점이 있으면 앱의 1330 문자 채팅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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