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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모든 물건은 사용될 때 빛난다, 등산 장비도 그렇다

등록 2022-03-04 09:59수정 2022-03-04 19:41

알고 쓰는 등산 장비 이야기

방수 재킷, 오염된 곳 부분 세탁
접지 말고 옷걸이 걸어 보관해야
잦은 고장 트레킹 폴 촉 살피고
새것 대신 촉 교체 서비스 이용
산에 올라 자연경관을 감상하는 등산객. 이현상 제공
산에 올라 자연경관을 감상하는 등산객. 이현상 제공

모든 재화는 사용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아무리 값비싼 장비라고 해도 베란다 선반이나 탕비실에 처박혀 있다면 그것은 의미가 없는 물질에 불과하거나, 심하게 말하면 비싼 쓰레기일 뿐이다. 등산 장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베란다에 처박혀 있는 장비 중 혹시 기대수명에 미치지 못하고 고장이 나거나, 혹은 처음 구매했을 때와 같은 성능을 발휘하지 못해 눈길을 주지 않고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이번에는 장비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올바른 장비 관리법에 대해 살펴봤다.

재킷 발수성이 중요하다

등산의류는 패션이기 전에 장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방수 재킷은 사계절 필수 장비라고 할 수 있다. 등산용 방수 재킷은 보통 3레이어(3겹), 혹은 2.5레이어(2.5겹) 원단으로 제작되는데 가장 안쪽 층은 사람의 인체에서 나오는 땀과 유분 등으로 오염되기 쉽다. 땀과 유분은 방수 투습 필름의 미세한 구멍을 막아서 재킷의 투습 성능을 약화한다. 한 계절 정도 입었거나 장시간 등산 활동으로 오염되었다면 세탁을 해야 한다. 다만 찌든 때를 완전히 제거하는 게 아니라 필름을 덮고 있는 얇은 오염물질을 가볍게 제거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표백제를 넣어서 다시 새하얀 속옷처럼 만들려고 했다가는 재킷을 폐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등산 재킷은 엄숙한 자리에 입고 가야 할 슈트가 아니다. 심하게 오염된 곳만 부분 세탁 하는 것을 권장한다.

재킷의 바깥층은 외부로부터의 습기와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특히 발수성이 중요하다. 발수성은 물이 재킷 원단에 닿았을 때 안쪽으로 스며들지 않고 밖에서 굴러떨어지게 하는 성능인데 재킷을 반복해서 입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수성은 저하된다. 발수성이 떨어지면 아무리 뛰어난 방수 성능을 가진 재킷이라고 해도 비 오는 날 물이 스며들게 된다. 발수 성능이 저하된 재킷에는 기능성 발수제를 뿌려주어야 한다. 특히 세탁 후에는 반드시 발수제 스프레이로 가볍게 도포해준다. 약간의 비에도 이내 축축해지던 낡은 재킷이 마치 엊그제 새로 구매한 재킷처럼 빠릿빠릿해졌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방수 재킷의 보관법도 중요하다. 방수 재킷을 강한 힘으로 접거나 꾸겨서 보관한다면 투습 필름이 훼손될 수 있다. 배낭에 말아서 넣더라도 지나치게 꾸겨서 수납하지 않도록 한다. 옷장에 보관할 때도 잘 펴서 옷걸이에 걸어두는 게 좋다.

주기적으로 왁스를 발라야 하는 가죽 등산화. 이현상 제공
주기적으로 왁스를 발라야 하는 가죽 등산화. 이현상 제공

등산화 안에 마른 종이를

등산화는 가장 혹사당하는 장비 중 하나다. 물론 튼튼한 소재로 만들어져 쉽게 고장이 나는 일이 없는 장비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하다. 등산화를 쾌적하게 오래 신으려면 안쪽의 위생 상태 관리와 바깥쪽의 방수 성능 관리가 중요하다.

신발 안쪽은 장시간 산행으로 발생하는 땀과 높은 온도로 박테리아가 서식하기 좋은 곳이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산행 후 반드시 등산화 안창(인솔)을 꺼내어 세탁하거나 잘 건조해 따로 보관한다. 산행을 자주 간다면 별도로 판매하는 기능성 인솔을 구매하여 번갈아 사용한다면 지불한 비용이 아깝지 않게 더 오랫동안 쾌적한 상태로 등산화를 신을 수 있다.

등산화 바깥쪽이 먼지와 흙으로 심하게 오염되었다면 제때에 세탁해야 한다. 등산화 역시 각종 기능성 소재들로 만들어지는데 오염된 등산화는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재킷과 마찬가지로 가능한 한 부분 세탁을 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폐칫솔에 세제를 묻혀 부분적으로 닦아주는 것이다. 등산화를 보관할 때는 인솔을 빼내고 내부에 마른 종이를 넣어주면 좋다. 마른 종이가 신발 내부를 건조한 상태로 만들어줄 뿐 아니라 모양을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혹사당하기로 치자면 등산화 못지않은 게 트레킹 폴이다. 트레킹 폴의 잔고장은 연결 부품이 흙과 먼지로 오염되었거나 습기 때문에 부식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용 후에는 특히 연결 부분의 흙과 먼지를 잘 닦아주고 습기를 완전히 제거해준다.

트레킹 폴의 잦은 고장 부품 중 하나는 폴 끝의 촉(팁)이다. 텅스텐 등의 아주 강한 금속으로 만들어졌지만 바위와의 반복적인 마찰로 무디어지거나 심하면 빠지기도 한다. 이 경우 새것을 살 것이 아니라 촉을 교체한다. 대부분의 전문 브랜드들은 촉 교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손목을 거는 스트랩 역시 반복적인 하중으로 자주 고장 나는 부품이다. 이 역시 전문 브랜드들은 교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너무 느슨해졌거나 낡았다면 스트랩을 교체한다.

땀에 젖은 등산 의류를 햇볕에 말리는 모습. 이현상 제공
땀에 젖은 등산 의류를 햇볕에 말리는 모습. 이현상 제공

우모 제품 전용 세제 사용해야

3월, 이제 우모 제품의 오염 상태를 확인한 후 다음 겨울까지 잘 보관해야 할 때이다. 보온성과 경량성이 뛰어난 우모 제품은 여전히 침낭과 방한 재킷에서 최고의 소재이다. 우모 제품은 세탁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오염 상태가 심각하다면 우모 전용 세제를 사용하여야 한다.

우모 제품은 세탁 방법에 따라 제품의 외피와 내부 충전재의 기능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우모 제품 외피는 내부 충전재가 쉽게 젖지 않도록 발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잘못된 세탁 방법은 외피의 발수 성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방수 재킷과 같은 방법으로 관리해야 한다. 우모는 습기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외피 발수성이 떨어지면 우모의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 손빨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침낭처럼 부피가 큰 경우 손빨래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세탁기의 가장 약한 코스를 선택하여 세탁하되 섬유 유연제를 사용하면 안 된다. 우모 침낭이나 재킷 역시 우모 제품 전용 세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

우모 제품은 세탁 후 세탁기로 완전히 탈수하는 것은 좋지 않다. 털이 뭉쳐서 다시 복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이 줄줄 흐르지 않을 정도로만 탈수한 후 잘 펴서 건조한다. 건조 후에는 나무 막대나 두꺼운 종이를 말아서 가볍게 툭툭 쳐주어 세탁 후 뭉쳐 있던 우모를 복원시킨다. 물론 보관할 때는 우모가 뭉치지 않도록 잘 펴서 보관해야 한다.

등산용 냄비(코펠)는 대부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다. 피막 처리된 경질 알루미늄은 가볍고 견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긁힌 표면에 염분이 닿는다면 알루미늄은 쉽게 부식된다. 피막이 벗겨지지 않도록 나무 수저를 사용하고, 사용 후에는 염분이 남아 있지 않도록 깨끗하게 세척한다.

국물 요리가 많은 우리나라 음식 문화에서 스토브는 넘치는 국물 때문에 노즐이나 화구가 오염되는 경우가 많다. 국물이 넘쳤을 경우 말라붙기 전에 즉시 닦아주는 게 좋다. 어느 추운 겨울, 미처 점검하지 않고 가져온 스토브의 노즐이 막혀 식사를 거르게 된다면 괴로운 밤이 될 것이다.

식기와 스토브에 염분이 있는 국물이 남았다면 즉시 세척해야 한다. 이현상 제공
식기와 스토브에 염분이 있는 국물이 남았다면 즉시 세척해야 한다. 이현상 제공

황동 스토브 사용자를 만난다면

지구를 위하는 일이 반드시 거대담론일 필요는 없다. 아웃도어 의류를 포함하여 장비를 개발하는 책임감 있는 브랜드들은 수십년간의 경험을 반영하여 사용자의 안전과 요구에 맞게 제품을 개발한다. 올바른 사용법과 적절한 관리로 장비를 오래 사용한다면 내 주머니뿐 아니라 지구에도 이로운 일이다. 오래된 장비는 그 자체로 빈티지한 멋을 주기도 하지만 흥미진진했던 순간들을 함께하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어느 야영장에서 수십년 된 황동 스토브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나는 그에게 자연스러운 경의를 표할 것이다.

이현상 (그레이웨일디자인 대표·〈인사이드 아웃도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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