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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이탈리아 거장 셰프가 만든 ‘서울의 맛’

등록 2022-03-30 11:59수정 2022-03-30 12:21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가보니
세계적 셰프 마시모 보투라 지휘
서울만을 위한 다양한 메뉴 선봬
마시모 보투라 셰프. 구찌 제공
마시모 보투라 셰프. 구찌 제공

단순히 입고 걸치는 것만을 ‘패션’이라는 말로 한정 지을 수 있을까? 표준국어대사전은 ①특정한 시기에 유행하는 복식이나 두발의 일정한 형식, ②새로운 양식(樣式)이라고 패션을 정의했다. 새로운 양식으로서의 패션이라면, 먹고 마시는 것도 패션의 일종이 될 수도 있다는 소리다. 지난 28일, 세계적인 이탈리안 패션 브랜드 구찌의 서울 이태원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 6층에 새롭게 둥지를 튼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에서 맛본 정찬은 패션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화려하고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는지 보여준 훌륭한 일례였다.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의 ‘서울 가든’. 구찌 제공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의 ‘서울 가든’. 구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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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네번째 구찌 식당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스타 셰프, 마시모 보투라가 진두지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오픈 전부터 ‘꼭 가봐야 할 곳’으로 화제가 됐다. 지난 16일 예약을 받자마자 2주치 예약이 5분만에 마감되기도 했다.

2018년 1월 이탈리아 피렌체 ‘구찌 가든’ 1호점을 시작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일본 도쿄 긴자에 이어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한국에 전세계에서 네번째로 문을 열었다. 왜 하필 서울일까. 보투라 셰프는 “한국의 문화와 이탈리아 문화를 한데 어우르는 음식을 선보이기 위해 서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실제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의 주방은 전형규 총괄 셰프와 다비데 카르델리니 헤드 셰프가 책임지고 있다. 보투라 셰프는 “그 나라의 로컬 라이프를 잘 알고 있는 현지인 셰프와 정통 이탈리안 셰프의 조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식재료의 사용도 그렇다. 수입 고기 대신 무조건 한우를 사용하고, 허브 하나까지도 직접 계약을 맺은 농장에서 매일 가져올 정도로 한국의 식재료에 집중했다.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의 토르텔리니. 구찌 제공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의 토르텔리니. 구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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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지키면서 과감한 변형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에서 선보일 메뉴는 보투라 셰프의 시그니처 디시인 ‘토르텔리니’와 ‘에밀리아 버거’ 외에는 모두 한국만을 위해 새롭게 개발한 메뉴다. ‘전세계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한국만의 맛’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총 일곱가지의 코스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아뮈즈부슈(식전 한입거리 음식)인 토스카나 스타일 ‘파파 알 포모도로’와 ‘파르미자노레자노 치즈로 맛을 낸 맑은 수프’로 시작됐다. 전통적인 파파 알 포모도로라면 토마토와 딱딱한 빵을 넣고 묵직하게 끓여 낸 수프가 맞겠지만, 첫 시작부터 예상을 빗나갔다. 가벼운 질감의 슈 안에 토마토와 크림을 넣어 한입에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맛은 파파 알 포모도로인데, 생김새나 질감을 새롭게 구현해냈다. 음식의 형태를 비틀고 재구성하는 보투라 셰프다운 식전 음식이었다.

파르미자노레자노 치즈 껍질로 향을 낸 ‘브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에스프레소 잔을 연상시키는 작은 잔 안에 담긴 맑은 수프의 질감은 가벼웠으나 풍미는 무척 깊었다. 수프를 절반쯤 마셨을 때 입안으로 들어오는 작은 토르텔리니 역시 반가웠다. 보투라 셰프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 추억의 음식인 수프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에밀리아 버거’. 구찌 제공
‘에밀리아 버거’. 구찌 제공

‘에밀리아 버거’. 구찌 제공
‘에밀리아 버거’. 구찌 제공

정식 코스의 첫번째 ‘서울 가든’은 한국의 사계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샐러드로, 신선한 미니 로메인의 아삭한 식감과 파르미자노레자노 칩의 바삭한 식감이 즐거운 조화를 이뤘다. ‘샐러드 하나도 허투루 내지 않는다’는 셰프의 고집이 느껴지는 접시였다. 두번째 코스로 병아리콩으로 만든 반죽 위에 쫀득한 스트라차텔라 치즈와 체리 토마토, 올리브, 튀긴 케이퍼를 얹은 ‘파리나타’가 준비됐다. 보투라 셰프는 이 음식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피자’라는 별명을 붙였다.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대신 한 손으로 접어 입에 넣으니 ‘파인 다이닝도 어렵지 않구나’ 생각이 들었다. 밀가루보다 비교적 찰기가 덜한 병아리콩으로 만든 도의 느슨한 식감에 부드러운 치즈의 맛이 더해져 흥미로웠다.

이윽고 등장한 ‘토르텔리니’는 역시 보투라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라 부를 만했다. ‘이탈리아 만두’ 토르텔리니 안에 2년간 숙성한 파르미자노레자노 치즈와 고기, 햄을 채워 넣고 파르미자노레자노 크림소스를 뿌려 냈다. 매일 주방에서 이 작은 토르텔리니를 빚어 낸다고 한다. 엄지손톱만한 앙증맞은 크기이지만 씹는 순간 고기의 육즙과 치즈의 녹진한 맛이 입안에서 폭발했다.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의 내부. 구찌 제공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의 내부. 구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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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만 미국식인 햄버거

또 다른 시그니처 메뉴 ‘에밀리아 버거’는 등장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구찌 로고가 박힌 작고 앙증맞은 분홍빛 상자에 담겨 나오는데, 보투라식 ‘치즈버거’다. 작은 버거 번 사이에 두꺼운 한우 패티를 넣은 것 같은 단순한 모양새지만 겉모습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 것.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 모데나의 전통 돼지고기 소시지 코테키노에 살사 베르데와 발사믹 식초로 만든 ‘가짜 마요네즈’까지 곁들인 ‘모양만 미국식 버거’에 가깝다. 코테키노 햄의 짭조름한 맛, 살사 베르데의 새콤한 산미가 곁들여져 완벽한 맛의 균형을 이뤘다. “머스터드나 케첩과 같은 가공된 맛에 익숙해져 있는 세태가 안타까웠다”고 보투라 세프는 설명하며 “자연 재료 위주로 만든 건강한 산미를 내기 위해 발사믹 식초를 마요네즈 대신 사용했다”고 말했다.

스테이크의 중심 온도를 56.7도로 맞춘 ‘한우 56.7’ 역시 완벽한 굽기를 자랑했다. 잘 구운 한우 채끝살에 대파 구이와 호박 퓌레를 함께 내 풍미를 더했다. 각종 시트러스 과일에 자몽 소르베, 마스카르포네 크림을 더한 ‘스피리츠’ 역시 유쾌했다. 기름진 고기로 다소 느끼할 수 있는 입안을 상큼하고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마지막 코스인 ‘찰리 트래블스 투 가옥’은 보투라 셰프의 아들 찰리의 이름을 붙인 초콜릿 디저트다. 보투라 셰프는 전세계 모든 레스토랑에 아들의 이름을 딴 디저트 메뉴를 만드는데, 서울에서도 새롭게 개발한 것이다.

코스를 마무리할 즈음,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에밀리아로마냐에서부터 서울로 긴 여행을 다녀온 듯했다. “도덕과 미학을 아우르는 접시를 내고 싶다”는 보투라 셰프의 말이 와닿았던 것은, 그의 요리에서 느낀 정직함과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국가 간의 장벽,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음식을 통해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말은 지금 한국의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에서 실현되고 있다.

백문영 객원기자 moonyoungba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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