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는 커피 여행을 하기 좋은 곳이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한데 섞인 ‘멀티 컬처’를 자랑하는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커피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드니, 멜버른 등 지역 곳곳에 작지만 개성 강한 로컬 브랜드 커피전문점이 많다. 이들 로컬 커피숍 때문에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맥을 못 춘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가 2000년에 시드니에 진출했으나 2008년까지 1억4800만 오스트레일리아달러(약 1325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84개 점포 중 약 60개 점포를 폐쇄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커피 문화는 유럽 이민자들이 만들었다. 1900년대 오스트레일리아에 정착한 이탈리아와 그리스인들이 가져온 유럽 스타일의 에스프레소가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에스프레소에 미세한 스팀밀크를 혼합해 만든 플랫화이트가 오스트레일리아의 대표 커피로 널리 알려졌다. 플랫화이트는 우유 거품의 형태가 카푸치노와 같이 부풀어 있지 않다고 해서 ‘평평한’이라는 뜻의 ‘플랫’(flat)에 우유를 뜻하는 ‘화이트’(white)를 더해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특히 목초지에서 소를 방목해서 키워 얻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우유는 매우 담백하고 부드럽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커피로 유명한 도시는 멜버른이다. 디그레이브스 스트리트 등 카페 거리가 잘 형성돼 세계 커피 애호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피츠로이에 있는 커피전문점 ‘인더스트리 빈스’는 최근 주목받는 ‘핫플’(핫플레이스). 트레버와 스티븐 시먼스 형제가 2010년 멜버른의 작은 창고에서 시작해 현재는 시드니, 브리즈번 등에서 매장 7곳을 운영하고 있다. 가정용 에스프레소 기계와 원두를 제공하는 멤버십 프로그램 등 단골 대상 서비스를 운영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멜버른에는 세계 커피 대회에서 우승한 바리스타들이 많다. 커피전문점 ‘타이거러스 에스프레소’ 대표이자 2015년 ‘월드 라테아트 챔피언십’ 우승자인 차성원(캘럽 차)도 그중 한명. 지난 5월2일 멜버른에서 만난 그는 “멜버른에만 1600개가 넘는 카페가 있는데, 이 중 95%는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며 “카푸치노나 라테와 같은 일반적인 메뉴뿐 아니라 스페셜티 커피 메뉴인 필터, 콜드 드립 등 독창적이고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멜버른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대 커피 행사도 열린다. 스페셜티커피협회가 주최하는 ‘멜버른 국제 커피 엑스포’가 오는 9월27일부터 30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행사 기간에 ‘2022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과 ‘월드 브루어스 컵’이 진행된다.
멜버른(오스트레일리아)/글·사진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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