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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뭐니해도 인디언 텐트지! 여름 거실에 펼쳐도 ‘찐낭만’

등록 2022-06-17 07:00수정 2022-06-17 14:49

[ESC] 알고 쓰는 등산 장비 이야기
‘캠핑 필수’ 텐트 선택지 다양
나의 캠핑 스타일 살펴 구매해야
백패킹 즐기면 2㎏ 이하 경량
차박 땐 루프톱 텐트 선택을
원뿔 모양의 티피 텐트. 이현상 제공
원뿔 모양의 티피 텐트. 이현상 제공

팬데믹 이후 캠핑은 이제 가장 인기 있는 아웃도어 레저 활동이 되었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밀폐된 공간을 피해서 탁 트인 자연 속에서 쉴 수 있는 캠핑이 더욱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캠핑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그리고 필요한 장비를 하나만 들라면 바로 텐트다. 다른 장비는 없으면 불편한 정도이지만 텐트가 없으면 아예 캠핑 활동이 성립되지 않는다.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텐트가 있지만 텐트가 제공하는 기능은 주택이 제공하는 기능과 동일하다. 텐트는 아웃도어 활동을 할 때 잠자리를 제공해주며, 악천후를 막아주고 최소한의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주는 공간이다. 한마디로 텐트는 휴대용 주택, 영어로 말하자면 ‘포터블 셸터’(portable shelter)라고 할 수 있다. 데스크톱이 일반적인 주택이라면 텐트는 랩톱이나 태블릿 정도 되는 셈이다.

다양한 형태와 색상의 텐트들. 이현상 제공
다양한 형태와 색상의 텐트들. 이현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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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 이어지는 인디언 텐트

텐트는 오랜 역사와 다양한 활용 사례를 가지고 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소재와 형태도 계속 변했다.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약 7만년 전 호모사피엔스 무리가 동아프리카를 빠져나와 중동을 거쳐 유럽에 진출했을 때 그들의 거처는 대부분 동굴이었다. 천적의 공격을 방어하기 쉽고, 추위와 더위, 그리고 비와 눈을 피할 수 있는 동굴은 최고의 거처였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은 그리 흔하지 않았다. 요즘 세태처럼 그들도 심각한 주택난을 겪었을 것이다. 인류는 진화하면서 자연 동굴에만 거처를 의지하지 않았다. 스스로 거처를 만들어야 했다. 그 최초의 흔적은 약 4만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한 평야 지대에서 발견된 천막의 흔적은 탄소 연대 측정 결과 기원전 4만년쯤으로 밝혀졌다. 이 천막의 소재는 매머드 가죽이었다.

인류 최초의 텐트 흔적에서 알 수 있듯이 텐트는 나무 지지대와 동물 가죽, 나무껍질로 만든 로프 등을 이용해 만들었다. 소재와 형태는 계속 바뀌었어도 텐트의 기본 설계 구조는 오늘날에도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약 1만년 전 인류가 농경사회로 진입한 이후 가장 오래된 텐트 형태는 북미 인디언들의 티피 텐트다. 나무 기둥을 가운데 세우고, 동물 가죽으로 덮는 원뿔형 텐트인데, 지금도 인기 있는 텐트 형태 가운데 하나다. 물론 오늘날에는 동물 가죽 대신 캔버스 천이나 합성섬유를 사용한다. 티피 텐트는 비교적 설치가 쉽고 악천후 대응력이 좋아 사계절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는 옮기거나 직접 만들 수 없는 동굴 대신 텐트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텐트의 원형은 북미 대륙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직도 일부 몽골 유목민들이 사용하는 게르(Ger)가 그것이다. 원뿔형인 티피에 비해 게르는 원통형에 가깝다. 현대 아웃도어 레저 브랜드들이 게르를 원형으로 삼아 그룹 캠핑을 할 수 있는 대형 셸터로 상품화했는데, 인기 있는 장비다.

아웃도어 레저 활동이 제대로 없던 시절에도 텐트는 계속해서 진화했다. 특히 많은 전쟁에서 이동하면서 전투를 벌이는 군인들의 막사로 활용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시블리 텐트를 들 수 있다. 시블리 텐트는 미군 장교 헨리 홉킨스 시블리가 발명하여 1856년에 미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오늘날에도 시블리 텐트는 대형 캠핑 텐트로 널리 사랑받고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티피 텐트처럼 원뿔형 디자인이지만 벽면 쪽을 직각으로 세워 티피 텐트보다 거주성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

대형 옥외 행사에서도 텐트는 널리 쓰인다. 우리가 흔히 캐노피라고 부르는 행사용 천막도 텐트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우리에게 지난 2년간 익숙했던 풍경,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코로나 선별진료소 등도 텐트의 한 유형이다.

텐트는 4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원형의 문제이고 아웃도어 레저 활동에서 텐트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일이다. 이때서야 휴대용 거주지라고 할 수 있는 경량화된 텐트가 상품화되었다. 나일론을 비롯한 합성섬유가 개발되어 매머드와 들소 가죽을 대신하였고, 무거운 나무 대신 알루미늄 소재의 텐트 폴(지지대)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캠핑은 대중적인 레저 활동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소형 석유스토브도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여 캠핑 붐을 가속했다.

운동경기장에 있는 다양한 텐트. 이현상 제공
운동경기장에 있는 다양한 텐트. 이현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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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별 텐트 장만할 필요 없어

텐트는 형태별로 앞서 텐트의 기원에서 살펴보았던 티피 형태, 게르 형태 등도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돔형이다. 돔형 텐트는 폴대를 교차하여 돔 모양을 이루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데 오늘날의 아웃도어 활동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텐트가 약간의 변형은 있어도 폴대를 가로질러 세우는 방식에서는 거의 동일하다. 북유럽에서 주로 사용하는 터널형 텐트는 설치 지형이 비교적 광활해야 한다는 제한은 있지만 거주 공간이 넓고 바람에 강한 장점을 가진다. 군인들의 막사로 사용되던 에이(A)형 텐트도 오랫동안 널리 사용되던 텐트 형태의 하나이다. 에이형 텐트는 유연성을 가진 알루미늄 합금의 텐트 폴이 보급되면서 돔형 텐트에 자리를 내주고 오늘날에는 거의 볼 수 없다.

모양, 색상, 크기, 그리고 가격에 이르기까지 시중에서 파는 텐트의 종류는 선택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다양하다. 텐트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따져 봐야 할 것은 수용 인원이다. 2인용과 4인용 텐트가 가장 흔한데 캠핑 장비가 많고 2명이 쓸 경우에는 3인용을, 3명이 쓴다면 4인용을 선택하는 게 좋다.

자신이 즐기는 캠핑 스타일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캠핑 장비를 모두 배낭에 넣고 다니는 백패킹 스타일이라면 2㎏ 이하의 경량 텐트를, 차로 짐을 옮기는 오토캠퍼라면 내부 공간의 높이가 허리를 펴고 설 수 있을 정도로 큰 텐트가 유리하다.

텐트는 삼계절 텐트와 동계 텐트로도 나뉜다. 동계용 텐트의 특징은 텐트 바닥으로부터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스커트(텐트 밑단에 부착하는 가림막)가 있다. 이 스커트를 탈부착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사계절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텐트도 있다. 그러나 동계용 텐트 자체로는 특별한 발열 기능이나 보온 기능이 없다. 동계용 텐트는 바람을 잘 막아주고, 난방 기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실 등의 공간이 넓을 뿐이다. 캐주얼한 캠핑이나 아웃도어 활동을 즐긴다면 굳이 계절별로 텐트를 따로 장만할 필요는 없다.

차 지붕에 설치하는 루프톱 텐트. 툴레코리아 제공
차 지붕에 설치하는 루프톱 텐트. 툴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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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 맞춤형 텐트들

2~3년 전부터 차에서 잠을 자는 소위 ‘차박’이라는 것이 대유행이다. 차박의 장점은 이동과 숙식을 모두 차로 해결할 수 있어서 따로 텐트를 설치하고 해체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것과 딱히 정해진 야영장이 아니어도 차를 주차할 수만 있다면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다. 차박이 유행이다 보니 좁은 자동차 내부 공간을 확장할 수 있는 일종의 애드온(Add-on) 텐트도 시중에는 많이 나와 있다. 뒤 트렁크와 연결하여 거주 공간을 확장하는 텐트이다.

차 지붕에 설치하는 루프톱 텐트도 있는데 다양한 편의성을 제공해준다. 아예 자동차로 견인하는 이동식 주택인 트레일러도 있지만 국토 면적이 좁고 대형 트레일러를 주차할 만한 공간이 부족한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루프톱 텐트가 적절한 선택이다.

텐트의 역사가 유구하다고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그때의 텐트와 지금의 텐트는 존재 가치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거주지로 출발하여 전쟁을 치르는 군인들의 이동형 막사를 거쳐, 차박 유행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변화에 따라 텐트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이현상 (그레이웨일디자인 대표, 〈인사이드 아웃도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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