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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얼려도 끓여도 맛나, 과일계의 멀티플레이어

등록 2022-08-15 11:00수정 2022-08-16 12:42

홍신애의 이달의 식재료: 블루베리

얼려 먹으면 천연 셔벗 되고
와르르 끓이면 달콤한 잼 뚝딱
쓰임새 다양·건강 성분도 듬뿍
국내 블루베리 농가도 많아졌다. 사진은 지난해 6월 경기도 양평 혜림원이라는 자연농 농장에서 만난 블루베리. 홍신애 제공
국내 블루베리 농가도 많아졌다. 사진은 지난해 6월 경기도 양평 혜림원이라는 자연농 농장에서 만난 블루베리. 홍신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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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적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과일이다. 동그란 과실 끝에 뾰족한 왕관 모양을 달고 있는 블루베리. 재밌는 것은 이름과는 달리 파란색도 아니고 베리류도 아니라는 것이다. 블루베리는 라즈베리, 블랙베리 등 과육에 수분이 많은 장과(漿果)류 열매가 아니다. 진달래과 식물에 속한다. 색도 검은색에 가까운 보랏빛인데 애초에 왜 블루베리라는 이름을 얻었는지 궁금해진다.

블루베리엔 안토시아닌이란 성분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안토시아닌은 일종의 방어물질로 주로 식물에 들어 있는 색소인데 빨강, 파랑, 보라 등의 색을 띤다. 블루베리가 보라, 자주, 파랑 등 다양한 색을 띠는 것도 이 안토시아닌 때문이다. 안토시아닌 성분이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논문이 대히트를 치면서 냉동 블루베리가 홈쇼핑에 등장한 것도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미국 오리건주에서 잘 기른 통통한 블루베리가 서로 엉겨붙은 채 비닐봉지에 얼음처럼 달라붙어 있던 것이 내가 경험한 첫번째 블루베리였다. 입안에 넣었더니 시원하고 서걱서걱 씹혔다. 새콤달콤하면서도 살짝 쓴맛이 났다. 몇개 연달아 먹었더니 손가락 끝과 혓바닥이 검게 물들었다. 귤 많이 먹으면 손이 노래진다더니 비할 데가 아니었다. 금세 치아까지 시커멓게 색이 들었는데, 그만큼 안토시아닌 성분이 많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과일을 얼리면 영양가가 떨어질까 걱정할 수 있지만 블루베리는 얼려 먹어도 영양 손실이 크지 않다. (오히려 탄수화물이 줄고 항산화 성분이 살짝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블루베리는 생과로 섭취해도 간편하고 좋지만 냉동하면 유통이 편하고 먹는 재미도 있다. 얼린 상태로 씹으면 천연 셔벗이 따로 없다. 대신 얼렸던 블루베리를 다시 녹여 먹지는 않는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블루베리를 많이 재배해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생과든 냉동 제품이든 블루베리는 그냥 입에 넣고 깨물어 먹는 게 가장 맛있고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혹은 우유에 꿀을 조금 넣고 블루베리와 함께 갈아서 스무디로 먹어도 좋다. 블루베리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과일인 바나나를 같이 넣고 갈아도 좋겠다.

컵케이크나 파운드케이크, 쿠키 등 달달한 제과류를 만들 때 블루베리를 사용하면 농축된 상큼함과 단맛을 줄 수 있다. 포인트로 보라색이 들어가니 예쁜 모양새도 얻을 수 있다. 설탕을 많이 넣는 과자류에 사용되는 블루베리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매력적인 신맛을 가미해준다.

집에서 얼음을 얼릴 때 블루베리를 한알씩 같이 넣고 얼려서 블루베리 얼음을 만들어보자. 투명한 얼음 조각 속에 탱글한 블루베리가 한두알 들어 있는 모습은 그저 생수 한잔, 평범한 음료수 한잔에도 생기를 불어넣고 기대치 않은 고급스러움을 연출한다.

구매한 지 오래된 시들시들한 블루베리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끓이자.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살짝 두르고 블루베리와 설탕 두어스푼을 넣고 뒤적거리다 화이트와인을 두어스푼 넣고 센불로 빠르게 끓여 알코올을 날려준다. 이렇게 하면 2~3분 만에 초간단 블루베리 잼 완성이다. 과육이 모두 터지지 않게 빠르게 볶아내는 것이 요령이다. 이걸 차게 해서 먹으면 상큼한 맛과 향이 살아 있는 블루베리 잼을 즐길 수 있다.

홍신애 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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