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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섬, 브르타뉴 공작의 성…낭트는 22㎞ 초록선에 다 있다

등록 2022-10-29 11:00수정 2022-10-29 11:08

프랑스 페이드라루아르 여행

프랑스 북서부 페이드라루아르
예술로 재건한 해양도시 낭트
생나제르 강변 예술작품 전시
근교 휴양지 라볼 일몰 매력적
폐조선소 공간에 만든 테마파크 ‘기계섬'에 있는 거미 모양의 놀이기구. OFFGstudio 김은주
폐조선소 공간에 만든 테마파크 ‘기계섬'에 있는 거미 모양의 놀이기구. OFFGstudio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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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초록선이 있다. 나침반 같은 그 선을 따라 걸으니 ‘기계섬’(마신 드 릴)이 보였다. 기계섬은 선박을 제조하던 목재, 철 등을 재활용해 만든 나무늘보, 코끼리 등 동물 모형의 놀이기구가 있는 테마파크다. 녹슨 철근, 낡은 시멘트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은 폐조선소 공간을 이용해 만든 것. 한쪽에서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새우와 배 모형의 놀이기구를 탄 3층짜리 ‘바다 세계 회전목마’가 돌고 있었다. 소설가 쥘 베른의 작품 <해저 2만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놀이기구다.

지난 9월24일에 찾은 프랑스 페이드라루아르의 낭트. 길이 1012㎞로 프랑스에서 가장 긴 루아르강 유역 일대에 있는 서쪽 해안 도시다. 14세기부터 항구도시로 발전했던 이곳은 조선업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면서 도시 재생 목적의 프로젝트로 폐공장, 폐건물들을 새로운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낭트는 고유한 역사가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939년부터 1547년까지 독립국인 브르타뉴 공국의 수도였다. 행정구역상 페이드라루아르에 속하지만, 여전히 브르타뉴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로 통한다.

낭트 도심에 있는 초록선을 따라 걷는 여행자들. OFFGstudio 김은주
낭트 도심에 있는 초록선을 따라 걷는 여행자들. OFFGstudio 김은주

이틀이면 도시 전체 여행 가능

낭트를 여행하려면 22㎞의 초록선을 따라가면 된다. 초록선은 기계섬, 브르타뉴 공작의 성 등 100여개의 낭트의 주요 관광지와 이어져 있다. 낭트 관광 안내사무소의 가이드 아네스 포라는 “낭트는 작은 도시라 2일 정도면 걸어서 대부분의 공간을 여행할 수 있는 곳”이라며 “초록선을 따라 걸으며 도시 곳곳에 있는 예술작품과 관광명소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낭트에는 오래된 건축물이 많다. 브르타뉴 공작의 성이 대표적. 13~16세기 브르타뉴 공작이 거주한 곳이다. 1598년 앙리 4세가 위그노 전쟁을 끝내기 위해 프로테스탄트들의 종교적 자유를 일부 인정한 낭트칙령을 발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현재는 낭트 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어 낭트와 브르타뉴 지역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외부는 성벽과 해자로 둘러싸인 폐쇄적인 요새 구조이나 내부는 르네상스 양식의 영향을 받은 16~17세기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중세시대 해자와 다리, 원형 탑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당시 건축양식을 살펴보기 좋은 곳이다. 성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7개의 탑이 있고 성 옆으로 내려가는 미끄럼틀도 있다. 여행자들 대상으로 가이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가이드 투어 가격은 12유로(약 1만7천원·성 내부와 낭트 역사박물관 무료 입장 가능).

낭트 시내 중심에 있는 파사주 폼레도 역사 깊은 건축물이다. 1843년에 세워진 이곳은 현재 디저트 가게, 옷 가게, 가방 판매점 등 로컬 상점들이 있는 쇼핑센터로 사용되고 있다. 19세기 건축물로는 특이하게 3층 건물 지붕을 석조 대신 유리를 덮어 만들어 건물 안에 햇빛이 들어올 수 있게 설계됐다. 프랑스에서 3층으로 이뤄진 파사주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파사주 폼레는 층마다 조각상이 많아 미술관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쇼핑하지 않더라도 건축물 여행지로 넣을 만한 장소다.

낭트에서 가볼 만한 곳은 <80일간의 세계 일주>, <해저 2만리> 등을 쓴 소설가 쥘 베른의 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다. 쥘 베른의 고향인 낭트는 그가 땅속, 해저, 우주 등에 관한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온 곳이다. 박물관은 쥘 베른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1978년에 세워졌다. 쥘 베른의 유품, 자필 문서, 초판본, 초상화 등이 전시돼 있다. 루아르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은 박물관에서 보는 낭트의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낭트의 브르타뉴 공작의 성 앞에 트램이 지나가고 있다.허윤희 기자
낭트의 브르타뉴 공작의 성 앞에 트램이 지나가고 있다.허윤희 기자

19세기에 지어진 파사주 폼레는 쇼핑센터로 사용되고 있다. OFFGstudio 김은주
19세기에 지어진 파사주 폼레는 쇼핑센터로 사용되고 있다. OFFGstudio 김은주

정원에서 만난 장 줄리앙의 분수

낭트는 도시 자체가 예술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곳곳에서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낭트역 근처에 있는 낭트 식물원이 그중 한곳. 면적은 7만㎡이고 프랑스에서 네번째로 큰 식물원이다. 이곳에서는 1만여종의 식물과 꽃이 피는 정원뿐 아니라 위트 넘치는 캐릭터와 강렬한 색감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 장 줄리앙(쥘리앵)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특히 식물원 안쪽에 있는 호수에 가면 물을 뿜는 8m의 분홍색 캐릭터를 만나게 된다. 분수를 활용해 물줄기를 내뿜는 사람을 형상화한 장 줄리앙의 작품이다. 식물원 산책을 하다 보면 장 줄리앙이 만든 긴 줄로 이어져 있는 캐릭터 모형, 드넓은 들판을 쇠스랑으로 고르게 가꾸는 캐릭터를 발견할 수 있다.

좀 더 다채로운 미술품을 보고 싶다면 낭트 미술관행을 택하길. 낭트 조르주 클레망소 거리에 있는 미술관은 19세기 지어진 건축물이다. 고풍스러운 건물 내부에는 레옹 프랑수아 코메르, 폴 보드리 등 13세기부터 21세기까지 시대별로 회화, 조각품 등 1만점이 넘는 예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해마다 두 차례 특별 전시도 하는데 내년에는 초현실주의 작품전을 할 예정이다. 입장료는 성인 8유로(약 1만1천원).

낭트에서 루아르강을 따라 운행하는 크루즈를 타다 보면 이색적인 야외 미술전시장에 닿는다. 낭트에서 생나제르까지 이르는 60㎞에 달하는 루아르강 유역에 있는 설치미술을 크루즈를 타며 볼 수 있다. 2007년에 낭트에서 에스튀에르 비엔날레 프로젝트로 조성한 야외 전시장이다. 루아르 강변을 따라 설치된 15m 높이의 굴뚝집, 옛 콘크리트 공장에 설치된 7m 시계추 등 30여개의 예술작품을 비롯해 중국 전위미술의 대표주자인 황융핑의 작품인 120m에 달하는 ‘해양의 뱀’도 만날 수 있다. 루아르강은 프랑스 동남부 고원에서 시작하여 중남부 중앙 평원을 지나 낭트에서 바다와 만난다.

2시간 정도 배를 타고 가면 생나제르에 닿는다. 낭트에서 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생나제르는 루아르강 어귀에 있는 항구도시다. 대서양과 맞닿아 있는 지리적 특징으로 조선업이 발달했고 현재는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의 기체 부품 공장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만든 잠수함 기지와 항만이 남아 있는데 그 공간을 잠수함 체험장으로 꾸몄다. 풍력 에너지 박물관, 조선소와 에어버스 공장 투어 등 공업 분야에 특화된 관광지가 조성돼 있다.

낭트 식물원의 호수에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장 줄리앙의 작품. OFFGstudio 김은주
낭트 식물원의 호수에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장 줄리앙의 작품. OFFGstudio 김은주

낭트에서 생나제르까지 이어진 루아르 강에 있는 설치 미술. OFFGstudio 김은주
낭트에서 생나제르까지 이어진 루아르 강에 있는 설치 미술. OFFGstudio 김은주

9㎞에 이르는 모래 해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라 볼. OFFGstudio 김은주
9㎞에 이르는 모래 해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라 볼. OFFGstudio 김은주

9㎞, 끝없는 모래 해변

생나제르에서 서쪽으로 15㎞ 떨어진 곳에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 ‘라볼 에스쿠블라크’(라볼)가 있다. 라볼은 9㎞에 이르는 모래 해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유럽에서 가장 긴 해변이다. 요트, 해변 승마, 서핑 등을 즐기기에도 좋은 장소이다. 라볼에 닿으니 너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의 해변은 한산했다. 해가 저물자 벤치에 앉아 바다를 보는 이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일몰에 맞춰 해변에 온 사람들이다. 바다가 노을빛으로 점점 물들었다. 해 질 녘 라볼에서는 프랑스 서쪽 해변에서만 볼 수 있는 장엄한 해넘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낭트 여행 정보

교통 낭트에 가려면 인천국제공항에서 파리를 경유해 낭트 아틀랑티크공항으로 향하는 항공편을 이용해야 한다. 직항 항공편은 없다. 파리 직항편을 이용한 뒤 파리의 몽파르나스역에서 낭트역까지 테제베(TGV)로 가는 방법도 있다. 소요시간은 2시간20분. 낭트 시내에서는 트램(노면전차)을 이용할 수 있다. 트램 1호선 근처에 테마파크 ‘기계섬’(마신 드 릴) 등 관광지가 몰려 있다. 자전거로 도심 투어도 가능하다. 낭트에서는 자전거 무인 대여 서비스 ‘비클루’를 운영하고 있다.

시티 패스 낭트 여행자들을 위한 관광 카드인 ‘시티 패스’가 있다. 시티 패스를 구매하면 대중교통(버스, 트램, 수상버스)을 무료로 탈 수 있고 브르타뉴 공작의 성, 기계섬, 낭트 미술관 등 관광지를 최대 50% 할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공항 셔틀 무료 이용도 가능하다. 패스는 24시간(26유로), 48시간(35유로), 72시간(45유로), 7일(90유로) 단위로 나뉘는데 이용 시간에 맞춰 패스를 사면 된다. 낭트 패스 앱을 플레이스토어나 애플스토어 또는 누리집(www.levoyageanantes.fr)에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낭트 시내 가이드 투어, 오디오 가이드 예약은 이메일(info@levoyageanantes.fr)로 신청하면 된다. 브르타뉴 공작의 성 맞은편에 있는 낭트 관광 안내사무소를 방문하면 가이드 투어 등 다양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프랑스/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취재 협조: 프랑스 관광청(kr.france.fr), 에어프랑스(airfrance.co.kr), A Modern Journey through An Old Land(voyage-en-bretag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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