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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끈 얼어도, 눈밭에서 자는…자전거 캠핑의 맛 [ESC]

등록 2023-01-06 07:18수정 2023-01-06 13:33

커버 스토리 동계 자전거 캠핑

산과 바다 풍경 바라보며 자전거로 이동해 자연 속에서 하룻밤
직접 루트 짜며 자기만의 호흡으로 계절 온전히 느끼는 즐거움
텐트 안에서 따뜻한 코코아 마시는 고요한 저녁, 중독적인 매력
자전거로 이동 중인 캠퍼들. 엄지수 제공
자전거로 이동 중인 캠퍼들. 엄지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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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겨울날, 11명의 자전거 캠퍼가 충남 태안으로 모였다. 눈 쌓인 도로 위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내리막에서는 간격을 두고 천천히 미끄러지고 오르막에서는 줄지어 자전거를 끈다. 커다란 나무 아래 자리를 잡는다. 바람을 맞으며 텐트를 친다. 산과 바다를 내려다보며 밥을 먹는다. 저녁에는 텐트 안에서 코코아를 녹여 마시며 몸을 데운다. 침낭 속에 머리 끝까지 집어넣고 꼼짝하지 않은 채 밤을 보낸다. 밤새 눈이 내렸고 텐트는 통째로 얼어붙었다. 입김을 불어 신발 끈을 녹인 다음 빠르게 발을 집어넣는다. 해가 뜨기 시작한다. 아침을 먹고 장비 위 얼음을 털어낸다. 짐을 자전거에 묶고서 안장에 오른다. 다시 함박눈이 내린다.

지난 12월17일, 자신의 에스엔에스(SNS) 계정을 통해 캠핑 참가자를 모집한 호스트 황두혁(40)을 필두로 자전거 캠핑을 떠났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캠퍼들은 오전 10시 태안군 이원면사무소 인근에 모여 이원면 포지리 왕따 나무까지 약 4시간가량 자전거로 이동해 각자의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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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용품 등 기본 장비는 필수

코로나19 이후 캠핑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 캠핑에 재미를 붙였다면 앞으로 어떤 캠퍼가 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는 주로 1박을 하는 장소인 박지까지, 사용하는 이동 수단을 기준으로 한다. 자동차를 타면 ‘오토 캠핑’, 오토바이를 타면 ‘모토 캠핑’, 짐을 등에 메고 걸으면 ‘백패킹’, 자전거를 타면 ‘자전거 캠핑’이 된다.

당신이 자전거 캠퍼가 되기로 했다면 먼저 자전거가 필요하다. 어떤 자전거가 좋을까? 대전에서 자전거 가게 ‘유성 바이키’를 운영하는 김문기(42)에게 조언을 구했다. “속도를 내려면 가벼운 카본 프레임이, 멀리 가려면 튼튼한 스틸 프레임 자전거가 좋아요. 지난 20년 사이에도 자전거 유행은 계속 변했어요. 산악자전거 엠티비(MTB)에서 접이식 자전거 미니벨로, 고정 기어 픽시, 빠르게 달리는 로드 바이크, 비포장도로에서 속도를 낼 수 있는 그래블 바이크로 흘러왔고, 요즘은 여행용 자전거인 투어링 바이크로 넘어오고 있어요.” 각 자전거는 몸통의 모양이 다르고, 타이어와 부품이 다르며, 자전거에서 나는 소리까지 다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와 짐을 더한 무게를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짐가방을 자전거에 부착할 수 있는 구조라면 더욱 좋다.

자기만의 속도로 이동 중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 캠핑. 조서형 제공
자기만의 속도로 이동 중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 캠핑. 조서형 제공

자전거 캠핑을 위한 짐은 백패킹을 할 때와 거의 같다. 텐트, 매트, 침낭, 의자, 테이블, 식기를 상황에 따라 더하거나 빼가며 준비하면 된다. 가볍고 부피가 작을수록 덜 고생한다. 한겨울 캠핑은 어쩔 수 없이 짐이 많아진다. 추위를 피하려면 부피가 크고 두꺼운 의류, 침낭, 매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날 모인 11명의 캠퍼 중 가장 오래인 20년간 자전거 캠핑을 한 김현욱(38)에게 준비물을 물었다. ‘벨로 오렌지’ 사의 투어링 바이크를 타는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자전거 여행책을 찾아 읽었다. 그리고 성인이 되자마자 엠티비를 사서 국내 여행을 했다. 이후에도 미국 뉴욕에서 캐나다 밴쿠버까지, 일본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포르투갈 포르투까지 틈틈이 여행했다. 지금은 아웃도어 소품 브랜드 ‘히치’를 운영하며 국내에서 자전거 여행을 한다.

김현욱은 장비의 중요성을 거듭 말한다. “처음 자전거 여행을 할 때에는 일상복을 입었어요. 비를 맞고 자전거를 타면 옷이 젖어 냄새가 나요. 음식점에 들어가기 민망할 만큼요. 자전거 캠핑을 하면 악천후에도 하루 네 시간은 안장 위에 앉아 있어야 해요. 젖은 옷을 오래 입고 있으면 피부병이 생기기도 하고,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몸에 무리가 가기도 해요. 기어(장비)의 기능성을 간과해선 안 돼요.” 겨울철 자전거 캠핑을 위해서는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은 다음 컨디션에 맞춰 입고 벗는 게 중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바람이 차고 눈이 내리는 계절엔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 동상에 걸리지 않도록 한다. 비니, 고글, 장갑, 발라클라바(모자와 목도리를 이은 방한용품) 등을 꼼꼼하게 챙기는 게 중요하다.

얼어 붙은 캠핑 장비. 조서형 제공
얼어 붙은 캠핑 장비. 조서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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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아닌 경치 즐기는 재미

짐도 많고 옷도 겹쳐 입어야 하는 한겨울에 자전거를 타고 캠핑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 이날 자전거 캠핑의 호스트이자 카페 컨설팅을 하는 회사원 황두혁이 자신 있게 답했다. 산길 라이딩을 즐기는 그는 산타크루즈 사의 엠티비 카멜레온을 탄다. “원래 야외 활동의 묘미는 겨울입니다. 캠핑장이 아닌 자연환경 그대로인 박지에서 야영을 할 거라면 겨울이 좋아요. 백패킹이든 자전거 캠핑이든 여름엔 땀을 흠뻑 흘리고도 샤워를 할 수 없지만, 겨울은 땀이 나도 금방 식죠. 무엇보다 박지에 도착해서 뜨거운 코코아를 나눠 마시는 재미가 있잖아요.” 경주용 자전거가 빠른 속도로 멀리 가는 게 목적이라면, 여행용 자전거는 계절과 자연을 즐기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자전거 캠핑에서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경치를 보는 눈이다.

황두혁은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고 혼자 자전거 캠핑을 시작했다. 혼자와 여럿이서 하는 자전거 캠핑은 다를까? 그에게 무리 지어 하는 자전거 캠핑을 선호하는 이유를 물었다. “자전거 캠핑은 마이너한 장르잖아요. 이런 취미를 가진 사람이 드물어요. 이 희귀한 사람들을 모아 같이 땀 흘리고 고생하며 가까워지고 싶었어요.” 황두혁은 이번 모임 경험을 살려 자전거 캠퍼를 대상으로 매달 자전거 캠핑 이벤트를 진행하려 한다.

여기에 남의 장비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자전거와 자전거 부품, 자전거 가방, 캠핑 장비 등이 주요 구경거리다. 어린 시절, 친구의 방이나 학용품을 보던 경험과 비슷하다. 매우 적은 국내 자전거 캠핑 인구에 비해 장비는 매우 다양하다. 이 기사 속 인터뷰이만 해도 모두 다른 장르의 자전거를 타고 캠핑을 한다. 이날 캠핑을 함께 한 참가자 중 울산에 사는 엄지수(32)는 로드 바이크, 엠티비, 그래블 바이크를 모두 갖고 있다. 로드 바이크는 운동할 때, 엠티비는 동호회 활동할 때, 그래블 바이크는 자전거 캠핑용으로 활용한다. 그는 현재 본업과 더불어 자전거 여행용 가방 브랜드 ‘드라이시아나’의 제품을 수입해 판다. 작은 공방에서 수제로 만드는 브라질 브랜드다. 바이크패킹용 가방으로는 토픽, 라파, 오르트립이 유명한 브랜드지만 누구에게나 가장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각자에게 맞는 장비가 있기 때문이다. 만족스러운 장비를 손에 넣기 위해 외국의 개인 브랜드 제품까지 찾는 일은 자전거 캠핑의 또다른 재미다.

짐가방을 자전거에 실은 모습. 조서형 제공
짐가방을 자전거에 실은 모습. 조서형 제공

이동 자체가 액티비티인 자전거 캠핑에서 중요한 건 루트다. 처음에는 자기만의 루트를 갖기 어렵다. 대전의 조민수(37)는 싱글 스피드 자전거를 탄다. 픽시 자전거에 브레이크와 굵은 타이어를 추가해 여행에 어울리게 개조했다. 자전거 브랜드 ‘라파 사이클링 클럽’(RCC) 회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좌를 진행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자전거 마니아인 그에게 자전거 캠핑에 관한 질문을 해왔을 것이다. 그는 어떻게 답했을까? “일단 확실한 건 누구든 저보다 좋은 루트를 찾아 더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시작만 한다면요.”

처음이라면 잘 알려진 백패킹이나 오토캠핑 루트를 활용해보자. 4대강 종주길, 동해안 자전거길, 제주도 한 바퀴, 낙동강변, 섬진강변 등에는 자전거 도로도 잘 만들어져 있다. 노지에서 캠핑이 익숙지 않다면 가고 싶은 캠핑장을 목적지로 정해놓고 연습을 해봐도 좋다. 수도권 거주자라면 한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난지 캠핑장이나 노을 캠핑장에서 야영을 하는 식이다.

어느 정도 자전거 캠핑이 익숙해진 다음에는 기술을 활용한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지도에서 제공하는 위성 자료를 통해 자전거를 탈 만한 산길을 찾는다. 다음에는 바닥이 평평하고 경치가 아름다운 근처 숙박지를 찾는다. 아예 캠핑장을 예약해도 된다. 조민수가 주로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카카오맵을 기반으로 한 ‘라이딩가즈아’. 이 외에도 길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는 구글맵의 스트리트뷰, 인기 코스를 모아 볼 수 있는 스트라바(자전거 라이딩 기록 앱)의 히트맵 데이터, 동선을 계산할 수 있는 ‘라이드 위드 지피에스’(Ride with GPS)가 있다. 네이버 카페 ‘자여사’, ‘자출사’ 같은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찾아 놓은 루트 정보를 얻는 것도 방법이다.

미끄러운 길은 자전거에 내려 끌고 이동한다. 조민수 제공
미끄러운 길은 자전거에 내려 끌고 이동한다. 조민수 제공

눈밭 위 아늑한 텐트 안. 조서형 제공
눈밭 위 아늑한 텐트 안. 조서형 제공

루트를 짤 때는 출발지와 잘 곳을 먼저 정한다. 그 사이의 거리와 소요 시간을 계산한다. 직선거리만으로 소요 시간을 계산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고도와 길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면 어둠이 내리고서도 박지에 도착하지 못한 채 자전거 위에서 고군분투해야 할 수 있다. 일정은 빠듯한 것보다 넉넉하게 잡는 게 좋다. 자전거 캠핑은 자연과 깊이 소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동해야 할 거리가 너무 길면 진이 빠지도록 자전거만 타야 할 수도 있다. 루트를 정했다면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지도로도 루트를 남기는 게 좋다. 온도가 낮고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에는 휴대전화 배터리가 닳기 쉽고 오지에서는 통신이 끊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머리 끝까지 침낭을 뒤집어 쓰고 자도 나름의 낭만이 있는 동계 캠핑. 권우창 제공
머리 끝까지 침낭을 뒤집어 쓰고 자도 나름의 낭만이 있는 동계 캠핑. 권우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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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캠퍼라면 흔적 없이 떠날 것

이날 자전거 캠핑을 처음 경험한 사람도 있었다. 안동에 사는 회사원 강종현(42)은 중학교 이후 자전거를 타는 게 처음이라고 했다. 평소 달리기, 등산, 클라이밍,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을 함께 즐기는 지인의 추천으로 자이언트 사의 그래블 바이크를 샀다. 자갈을 뜻하는 영어 단어에서 이름을 따온 그래블 바이크는 비포장도로를 빠르게 달리기 위한 자전거다. 엠티비와 로드 바이크의 성격이 섞여 있어 산길과 동네에서 모두 타기 좋다. “시작하고 처음 30분 동안은 나랑 맞지 않는 활동이라 생각했어요. 맞바람을 가르며 페달을 굴리는데 짐을 실은 자전거는 무겁고, 손과 발은 깨질 듯 시리고요.” 강종현의 마음이 녹은 건 워밍업을 마친 손과 발이 녹으면서였다. “나와 자전거가 같은 호흡으로 움직이는 게 느껴졌어요. 발 구르기를 멈추면 자전거도 멈추고, 발을 빨리 구르면 자전거도 힘차게 앞으로 나가요. 그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오토바이를 타면 멀리 갈 수 있고 백패킹을 하면 많이 볼 수 있어요. 자전거 캠핑은 많이 보면서 멀리 갈 수 있고요.”

각자 텐트에서 커피와 코코아 등으로 아침을 먹은 다음 박지를 정리했다. 가방에 챙겨온 짐과 쓰레기를 남김없이 자전거에 도로 실은 다음 주변을 정리했다. 자전거 캠핑의 재미는 장소와 날씨가 좌우한다. 장소와 날씨는 곧 자연을 이른다. 자전거 캠퍼라면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일이 곧 다음번 아웃도어 활동의 재미를 보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배운 대로 머문 자리를 머물기 전과 같은 모습으로 되돌려놓았다. 텐트를 쳤던 자리에 흙과 눈을 원래대로 덮은 다음 박지를 떠났다. 자전거 캠핑을 잘한다는 것은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잘 노는 것만큼이나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기본이다.

자전거 캠핑 시작하기 좋은 코스 3

경기도 가평 서리산: 수도권 지역 자전거 캠핑의 가장 대중적인 코스다.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활용하는 등 이동이 쉽기 때문이다. 계곡과 산길, 시내를 모두 건너기 때문에 다채로운 풍경을 누릴 수 있다. 지도 앱에서 ‘서리산 농장’으로 검색해 그곳을 박지로 잡으면 된다. 개인이 운영하는 유료 캠핑장이다. 1인 1박에 1만원.

전북 진안 용담호: 진안의 용담호를 오른쪽에 두고 시계 방향으로 약 41㎞를 일주하는 코스. 근처 들어갈 수 있는 임도가 여럿 있어 원하는 대로 라이딩 코스를 짜기 좋다. 용담대교 북쪽 언덕은 짧지만 경사가 제법 있는데, 언덕 위 태고정에서 내려다보면 용담호의 운치를 느낄 수 있다. 박지는 운일암반일암 옆 국민여가캠핑장으로 잡으면 된다. 기암괴석과 계곡이 보이는 곳에서 캠핑을 할 수 있으며 공용화장실도 있다. 고창, 남원, 무주, 순창, 완주 등 주변 도시를 이어서 라이딩하는 방법도 있다.

충남 태안 왕따 나무: 태안의 만리포와 천리포 해수욕장 옆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탄 다음 일몰 시간에 맞춰 찾기 좋은 박지. 오르막을 따라 20분 정도 자전거를 끌면 ‘왕따 나무’라 불리는 나무와 평지가 나온다. 커다란 나무 아래서 강한 빛이나 눈, 비를 피할 수 있다. 주변이 탁 트여 있어 태안 앞바다와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조서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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