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동계 자전거 캠핑
산과 바다 풍경 바라보며 자전거로 이동해 자연 속에서 하룻밤
직접 루트 짜며 자기만의 호흡으로 계절 온전히 느끼는 즐거움
텐트 안에서 따뜻한 코코아 마시는 고요한 저녁, 중독적인 매력
산과 바다 풍경 바라보며 자전거로 이동해 자연 속에서 하룻밤
직접 루트 짜며 자기만의 호흡으로 계절 온전히 느끼는 즐거움
텐트 안에서 따뜻한 코코아 마시는 고요한 저녁, 중독적인 매력
자전거로 이동 중인 캠퍼들. 엄지수 제공
방한용품 등 기본 장비는 필수 코로나19 이후 캠핑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 캠핑에 재미를 붙였다면 앞으로 어떤 캠퍼가 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는 주로 1박을 하는 장소인 박지까지, 사용하는 이동 수단을 기준으로 한다. 자동차를 타면 ‘오토 캠핑’, 오토바이를 타면 ‘모토 캠핑’, 짐을 등에 메고 걸으면 ‘백패킹’, 자전거를 타면 ‘자전거 캠핑’이 된다. 당신이 자전거 캠퍼가 되기로 했다면 먼저 자전거가 필요하다. 어떤 자전거가 좋을까? 대전에서 자전거 가게 ‘유성 바이키’를 운영하는 김문기(42)에게 조언을 구했다. “속도를 내려면 가벼운 카본 프레임이, 멀리 가려면 튼튼한 스틸 프레임 자전거가 좋아요. 지난 20년 사이에도 자전거 유행은 계속 변했어요. 산악자전거 엠티비(MTB)에서 접이식 자전거 미니벨로, 고정 기어 픽시, 빠르게 달리는 로드 바이크, 비포장도로에서 속도를 낼 수 있는 그래블 바이크로 흘러왔고, 요즘은 여행용 자전거인 투어링 바이크로 넘어오고 있어요.” 각 자전거는 몸통의 모양이 다르고, 타이어와 부품이 다르며, 자전거에서 나는 소리까지 다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와 짐을 더한 무게를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짐가방을 자전거에 부착할 수 있는 구조라면 더욱 좋다.
자기만의 속도로 이동 중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 캠핑. 조서형 제공
얼어 붙은 캠핑 장비. 조서형 제공
속도 아닌 경치 즐기는 재미 짐도 많고 옷도 겹쳐 입어야 하는 한겨울에 자전거를 타고 캠핑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 이날 자전거 캠핑의 호스트이자 카페 컨설팅을 하는 회사원 황두혁이 자신 있게 답했다. 산길 라이딩을 즐기는 그는 산타크루즈 사의 엠티비 카멜레온을 탄다. “원래 야외 활동의 묘미는 겨울입니다. 캠핑장이 아닌 자연환경 그대로인 박지에서 야영을 할 거라면 겨울이 좋아요. 백패킹이든 자전거 캠핑이든 여름엔 땀을 흠뻑 흘리고도 샤워를 할 수 없지만, 겨울은 땀이 나도 금방 식죠. 무엇보다 박지에 도착해서 뜨거운 코코아를 나눠 마시는 재미가 있잖아요.” 경주용 자전거가 빠른 속도로 멀리 가는 게 목적이라면, 여행용 자전거는 계절과 자연을 즐기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자전거 캠핑에서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경치를 보는 눈이다. 황두혁은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고 혼자 자전거 캠핑을 시작했다. 혼자와 여럿이서 하는 자전거 캠핑은 다를까? 그에게 무리 지어 하는 자전거 캠핑을 선호하는 이유를 물었다. “자전거 캠핑은 마이너한 장르잖아요. 이런 취미를 가진 사람이 드물어요. 이 희귀한 사람들을 모아 같이 땀 흘리고 고생하며 가까워지고 싶었어요.” 황두혁은 이번 모임 경험을 살려 자전거 캠퍼를 대상으로 매달 자전거 캠핑 이벤트를 진행하려 한다. 여기에 남의 장비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자전거와 자전거 부품, 자전거 가방, 캠핑 장비 등이 주요 구경거리다. 어린 시절, 친구의 방이나 학용품을 보던 경험과 비슷하다. 매우 적은 국내 자전거 캠핑 인구에 비해 장비는 매우 다양하다. 이 기사 속 인터뷰이만 해도 모두 다른 장르의 자전거를 타고 캠핑을 한다. 이날 캠핑을 함께 한 참가자 중 울산에 사는 엄지수(32)는 로드 바이크, 엠티비, 그래블 바이크를 모두 갖고 있다. 로드 바이크는 운동할 때, 엠티비는 동호회 활동할 때, 그래블 바이크는 자전거 캠핑용으로 활용한다. 그는 현재 본업과 더불어 자전거 여행용 가방 브랜드 ‘드라이시아나’의 제품을 수입해 판다. 작은 공방에서 수제로 만드는 브라질 브랜드다. 바이크패킹용 가방으로는 토픽, 라파, 오르트립이 유명한 브랜드지만 누구에게나 가장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각자에게 맞는 장비가 있기 때문이다. 만족스러운 장비를 손에 넣기 위해 외국의 개인 브랜드 제품까지 찾는 일은 자전거 캠핑의 또다른 재미다.
짐가방을 자전거에 실은 모습. 조서형 제공
미끄러운 길은 자전거에 내려 끌고 이동한다. 조민수 제공
눈밭 위 아늑한 텐트 안. 조서형 제공
머리 끝까지 침낭을 뒤집어 쓰고 자도 나름의 낭만이 있는 동계 캠핑. 권우창 제공
훌륭한 캠퍼라면 흔적 없이 떠날 것 이날 자전거 캠핑을 처음 경험한 사람도 있었다. 안동에 사는 회사원 강종현(42)은 중학교 이후 자전거를 타는 게 처음이라고 했다. 평소 달리기, 등산, 클라이밍,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을 함께 즐기는 지인의 추천으로 자이언트 사의 그래블 바이크를 샀다. 자갈을 뜻하는 영어 단어에서 이름을 따온 그래블 바이크는 비포장도로를 빠르게 달리기 위한 자전거다. 엠티비와 로드 바이크의 성격이 섞여 있어 산길과 동네에서 모두 타기 좋다. “시작하고 처음 30분 동안은 나랑 맞지 않는 활동이라 생각했어요. 맞바람을 가르며 페달을 굴리는데 짐을 실은 자전거는 무겁고, 손과 발은 깨질 듯 시리고요.” 강종현의 마음이 녹은 건 워밍업을 마친 손과 발이 녹으면서였다. “나와 자전거가 같은 호흡으로 움직이는 게 느껴졌어요. 발 구르기를 멈추면 자전거도 멈추고, 발을 빨리 구르면 자전거도 힘차게 앞으로 나가요. 그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오토바이를 타면 멀리 갈 수 있고 백패킹을 하면 많이 볼 수 있어요. 자전거 캠핑은 많이 보면서 멀리 갈 수 있고요.” 각자 텐트에서 커피와 코코아 등으로 아침을 먹은 다음 박지를 정리했다. 가방에 챙겨온 짐과 쓰레기를 남김없이 자전거에 도로 실은 다음 주변을 정리했다. 자전거 캠핑의 재미는 장소와 날씨가 좌우한다. 장소와 날씨는 곧 자연을 이른다. 자전거 캠퍼라면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일이 곧 다음번 아웃도어 활동의 재미를 보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배운 대로 머문 자리를 머물기 전과 같은 모습으로 되돌려놓았다. 텐트를 쳤던 자리에 흙과 눈을 원래대로 덮은 다음 박지를 떠났다. 자전거 캠핑을 잘한다는 것은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잘 노는 것만큼이나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기본이다.
자전거 캠핑 시작하기 좋은 코스 3
경기도 가평 서리산: 수도권 지역 자전거 캠핑의 가장 대중적인 코스다.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활용하는 등 이동이 쉽기 때문이다. 계곡과 산길, 시내를 모두 건너기 때문에 다채로운 풍경을 누릴 수 있다. 지도 앱에서 ‘서리산 농장’으로 검색해 그곳을 박지로 잡으면 된다. 개인이 운영하는 유료 캠핑장이다. 1인 1박에 1만원.
전북 진안 용담호: 진안의 용담호를 오른쪽에 두고 시계 방향으로 약 41㎞를 일주하는 코스. 근처 들어갈 수 있는 임도가 여럿 있어 원하는 대로 라이딩 코스를 짜기 좋다. 용담대교 북쪽 언덕은 짧지만 경사가 제법 있는데, 언덕 위 태고정에서 내려다보면 용담호의 운치를 느낄 수 있다. 박지는 운일암반일암 옆 국민여가캠핑장으로 잡으면 된다. 기암괴석과 계곡이 보이는 곳에서 캠핑을 할 수 있으며 공용화장실도 있다. 고창, 남원, 무주, 순창, 완주 등 주변 도시를 이어서 라이딩하는 방법도 있다.
충남 태안 왕따 나무: 태안의 만리포와 천리포 해수욕장 옆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탄 다음 일몰 시간에 맞춰 찾기 좋은 박지. 오르막을 따라 20분 정도 자전거를 끌면 ‘왕따 나무’라 불리는 나무와 평지가 나온다. 커다란 나무 아래서 강한 빛이나 눈, 비를 피할 수 있다. 주변이 탁 트여 있어 태안 앞바다와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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