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 얇은 피에 육즙 가득
아삭한 채소 식감에 구수한 맛
차가운 계절 더 맛있는 솔 푸드
아삭한 채소 식감에 구수한 맛
차가운 계절 더 맛있는 솔 푸드
경기도 오산 초언니만두전문점의 샤오룽바오.
평양만두냐 딤섬이냐 어린 시절 명절의 추억은 늘 만두에서 시작해서 만두로 끝났다. 이북 평안도 출신인 외할머니는 설 때마다, 그리고 누군가의 생일마다 만두를 빚었다. 끊임없이 소를 넣고 빚고 쌓아 올리고 삶아내는 그 과정은 정말 끝이 없도록 반복됐다. ‘이 힘든 일을 뭐하러 하나’ 투덜댔던 어린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돈 주고도 못 사 먹는 그 만두의 기억은 그야말로 아련하다. 엄마가 물려받아 아직도 명절이면 만두를 빚지만 역시 예전의 그 맛은 아니다. 매번 빚어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할머니는 이따금 서울 장충동 ‘평양면옥’의 만두로 아쉬움을 달랬다. 성인 남자 손바닥만큼 크고 두툼한 만두피 속에 두부와 숙주, 돼지고기 소, 파가 잔뜩 든 평양 만두는 할머니가 만든 그 만두 맛과 흡사했다. 간을 적게 해 심심한 염도에 씹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돼지고기 육즙, 서걱서걱 씹히는 파의 향이 더해져 계속해서 “한 입만 더”를 외치게 된다.
경기도 오산 초언니만두전문점의 지짐만두.
서울 잠실동 도림 더 칸톤 테이블의 샤오룽바오.
서울 잠실동 도림 더 칸톤 테이블의 창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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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쫄면에 뜨끈한 만두 한 입
‘뉴만두집’은 젊은이의 거리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무슨 만둣집이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숨은 고수에서 ‘알려진 고수’로 유명하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2017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7년 동안이나 실릴 정도니 알 사람은 다 아는 만두 맛집인 셈이다. 만두전골과 만둣국, 빈대떡, 고추전과 비지가 메뉴의 전부다. 만둣국에는 맹맹해 보이는 국물에 만두 6알이 전부인데 그릇을 한 바퀴 저으면 그릇 밑바닥에서 고춧가루 양념이 올라온다. 심심해 보이는 국물인데, 먹다 보면 매콤한 맛이 올라와 중독적이다. 만두 한 알 정도는 맑은 국물에 풀어 먹어도 좋겠다. 만두 자체에 살짝 간이 되어 있어 조미료 역할을 한다. 기회가 된다면 막걸리도 함께 주문해서 마실 것. 발끝까지 따뜻해진다는 말을 직접 체감하게 된다.
인천 중구의 신포국제시장은 먹거리 천국으로 유명하다. 차이나타운과 가까워 두 곳을 한꺼번에 즐기는 미식 투어를 하는 관광객도 많다. 공갈빵, 빠오즈 같은 중국식 만두도 이 시장에서 만날 수 있지만 그 유명한 ‘신포 만두’의 발상지가 바로 이곳이다. 신포우리만두는 전국 곳곳에 자리 잡은 프랜차이즈이기도 하고, 마트 냉동식품 코너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이다.
신포 시장의 ‘신포우리만두본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쫄면의 발상지’로 더 유명한데, 가게 간판에 내건 만큼 만두 맛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딱 ‘분식집 스타일’ 만두인데, 속 재료가 살짝 비쳐 보일 정도로 얇은 피에 소가 잔뜩 들어 입맛을 돋운다. 쫄면과 모둠 만두야말로 사실 분식집 궁극의 조합 아닌가? 특별한 맛은 아니어도, 방금 쪄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는 그 자체만으로도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기에도, 술 한 잔 기울이기에도, 국에 넣어도 라면에 넣어도 그냥 먹어도 곁들여 먹어도 맛있는 만두. 이렇게 추운 계절, 한 입 베어 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주는 귀한 존재, 만두. 서양 사람들에게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가 있다면 우리에겐 뜨끈한 만두가 있다.
백문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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