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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위 전기차 드리프트, 이 짜릿함 어떻게 설명하지? [ESC]

등록 2023-02-11 14:23수정 2023-02-13 23:15

볼보 아이스 드라이빙

30m 두께 얼음 호수 위 레이싱
중심 낮은 전기차라 더 즐거워
호텔까지 개썰매 체험은 보너스
지난 2일 스웨덴 키루나에서 열린 ‘볼보 윈터 테스트 드라이브’ 행사에서 얼음판 위를 달리는 볼보 C40 리차지. 볼보 제공
지난 2일 스웨덴 키루나에서 열린 ‘볼보 윈터 테스트 드라이브’ 행사에서 얼음판 위를 달리는 볼보 C40 리차지. 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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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스웨덴 키루나. 스마트폰 속 날씨 앱은 영하 2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얼굴을 둘러싼 털모자와 바라클라바(눈 부위를 빼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방한용품), 넥워머 틈 사이로 느껴지는 키루나의 추위는 영하 35도쯤 될 것 같았다. 숨을 쉴 때마다 진한 담배를 피우듯 공기 중에 하얀 열기가 선명했고, 눈꺼풀, 입술, 머리카락에 닿은 입김이 눈꽃을 피워냈다. 공기가 워낙 차가워 가슴이 약간 따끔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 극한의 추위를 견뎌낼 수 있는 건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벤트, 아이스 드라이빙 덕분이다.

꽁꽁 언 호수 위에서 펼쳐지는 아이스 드라이빙은 전 세계 드라이빙 관련 이벤트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벤트로 꼽히는 행사다. 12월부터 2월까지 스웨덴과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 북극과 가까운 지역에서만 열린다. 지난 3년 간은 코로나19로 인해 아이스 드라이빙 이벤트는 열리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부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 시작의 중심에는 안전의 대명사,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정수 볼보가 있다.

전기차로 체험하는 아이스 드라이빙

이번 이벤트가 특별했던 건 단순히 볼보가 코로나19 이후 가진 첫 아이스 드라이빙 이벤트라서가 아니다. 차종 때문인데, 볼보가 최근 선보인 전기차인 ‘XC40 리차지’와 ‘C40 리차지’가 활약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브랜드의 공식 글로벌 이벤트로 전기차를 타고 즐기는 아이스 드라이빙 이벤트는 볼보가 처음일 듯싶다.

아이스 드라이빙을 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호수 밑바닥의 얼음의 두께다. 자동차 수십 대가 함께 달리기 위해선 그 강도가 아주 중요하기 때문. 보통 30m는 돼야 운전대를 이리저리 돌리며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다. 그래서 보통 호수의 한가운데 코스를 만든다. 호수 한가운데는 가장자리보다 두어 배는 두껍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완전하게 반들반들한 얼음 위를 달리는 건 아니다. 언 얼음 위에 눈이 살포시 깔려 있어 바퀴와의 마찰력을 만들어 차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또한 일반 도로보다 마찰력이 현저하게 낮기 때문에 윈터 타이어는 필수다.

마지막으로 슬로우 존과 넉넉한 안전거리가 확보돼야 한다. 아무리 윈터 타이어를 끼웠다고 해도 일반 도로에서 사계절 타이어를 끼운 차보다 접지력이 낮기 때문에 긴 제동거리에 추돌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래서 슬로우 존에서는 시속 20㎞ 이내로 달려야 하고 안전거리는 최소 5m를 확보해야 한다. 만약 안 지키면 어떻게 되냐고? 처음엔 주의에서 그치지만 그 행위가 3회 이상 반복되면 그 자리에서 아웃이다. 다행히 내가 참여한 그룹에선 주의는 있었지만 아웃은 발생하지 않았다.

행사장은 축구장 두세 개를 붙여 놓은 듯한 크기의 규모에, 쇼트 커브와 롱 커브, 직선 구간이 이루어져 있었다. 롱 커브는 고속 드리프트가 가능하도록 완만한 각도로 구성했고, 쇼트 커브는 뒤를 좌우로 빠르게 흔들면서 드리프트를 유지하도록 코스를 디자인했다. 반면 사람이 아닌 자연이 만들어 낸 환경이기에 모든 바닥이 일정하게 평평하거나 눈의 양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다. 어떤 곳은 볼록 튀어나와 있거나 다른 어떤 곳은 움푹 패어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변수가 있기에 주행 단계에서 만들어내는 안정화는 그 어떤 과정보다 아름답고 짜릿하다.

빙판 위에 대기 중인 XC40 리차지와 C40 리차지. 볼보 제공
빙판 위에 대기 중인 XC40 리차지와 C40 리차지. 볼보 제공

얼음판을 달리는 XC40 리차지와 C40 리차지는 408마력을 자랑하는데 그 넉넉한 힘을 오로지 미끄러뜨리는 데 쓰는 건 정말이지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이율배반적이게도 비효율적일수록 더욱 재미있다. 속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슬라이딩 거리는 길어지고 쾌감은 배가 된다. 보통 내연기관차였다면 변속기로 엔진을 컨트롤하며 달려야 하지만 변속기가 1단인 전기차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오로지 핸들링과 가속페달의 컨트롤에만 신경 쓰면 된다. 고려해야 할 게 적다는 건 그만큼 주행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기차는 무거운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 무게중심을 한껏 낮춘다. 이로 인해 안정적인 좌수 움직임을 낼 뿐만 고속에서도 휘청이지 않는다. XC40 리차지와 C40 리차지의 낮은 무게중심과 처음부터 최대토크를 뽑아내는 전기모터는 아이스 드라이빙, 특히나 드리프트에서 훌륭한 장점으로 작용했다.

몸으로 느낀 ‘관성 드리프트’

살면서 드리프트를 몇 번이나 경험해 볼 수 있을까? 코너를 돌아나갈 때 눈보라를 일으키며 파워 드리프트를 할 때의 쾌감은 정말 끝내줬다. 행사를 통해 ‘관성 드리프트’를 익힐 기회도 생겼다. 90도 이하 급한 코너에서 헤어핀을 빨리 돌리기 위한 고급 기술인데, 유럽에서는 이를 ‘스칸디나비안 플릭’이라 부른다. 코너가 급하고 폭이 좁은 곳에서는 드리프트로 코너를 돌기 어렵다. 자칫 앞바퀴가 먼저 접지를 읽어 코스 가장자리에 처박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너 전부터 드리프트를 유지한 상태로 코너에 진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코너 반대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려 뒤를 흐르게 한 후 코너 앞에서 다시 반대로 뒤를 흘려 코너에 들어간다. 좌우로 한 번씩 뒤를 흘리기 위해서는 정교한 가속페달 컨트롤과 빠른 스티어링 반응이 필요하다. 그래야 드리프트를 유지할 수 있다. 글로 이 감각을 표현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몸으로 느껴봐야 알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스웨덴 키루나 공항에서 숙소까지 썰매를 끌어준 허스키들과 아이스드라이빙 행사 참가자들. 볼보 제공
스웨덴 키루나 공항에서 숙소까지 썰매를 끌어준 허스키들과 아이스드라이빙 행사 참가자들. 볼보 제공

아이스 드라이빙 이외에 가장 흥미로웠던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개썰매다. 키루나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개썰매를 타고 호텔까지 이동했는데 썰매 가장 뒤에 있는 훈련사의 신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11마리의 허스키들이 인상적이었다. 야생의 설원을 약 15㎞, 한 시간 정도를 달리는데 그 속도 또한 느린 편이 아니었다. 허스키들의 거친 숨소리와 발 구르는 소리, 썰매가 눈밭을 가르는 소리만이 우리의 귀를 소복하게 덮었고 앞, 옆, 위로는 스웨덴의 겨울이 한 폭의 그림인 양 펼쳐져 있었다. 그 시간과 순간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평온하고 고요였다. 꼭 아무도 없는 하얀 어둠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김선관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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