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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간 식음료(F&B) 업계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카페 브랜드의 등장이다. 맛, 인테리어, 분위기, 국제 바리스타 대회 입상 등으로 유명해진 카페들이 전국 단위의 명성을 얻었다. 그러자 멋진 ‘브랜딩’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뜬소문도 함께 퍼져나갔다. 정말 그럴까 싶어 스페셜티 카페계의 유명 브랜드 프릳츠의 김병기(42) 대표를 만났다. 그는 예쁜 브랜딩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했다.
―프릳츠의 성공 비결은 뭐라 보십니까?
“성공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일간지 인터뷰까지 할 수 있게 됐으니 성공을 안 했다고 볼 수도 없네요. 직업적 의무를 다해서 아닐까요. 시기도 잘 탔습니다. 좋은 걸 먹고자 하는 거대한 관심이 주식을 넘어 커피 같은 기호식품까지 갔습니다. 아울러 에스엔에스(SNS)라는 플랫폼이 각광받으며 내가 어디에 갔는지가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그럴 때 카페는 아주 좋은 목적지가 되었고요. 그런 시대의 행운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프릳츠는 로고와 브랜드 상품으로도 유명합니다. 프릳츠 브랜딩은 성공에 얼마나 도움이 됐나요?
“중요하죠. 오프라인에서 우리를 찾을 수 있다면 우리의 제빵과 커피 실력으로 고객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고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는 게 바깥으로 보이는 외부 브랜딩이라 생각했죠. 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브랜딩이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프릳츠는 ‘내부 브랜딩’이 훨씬 중요합니다.”
―‘내부 브랜딩’이라는 건 무엇입니까?
“구성원이 실제 일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프릳츠가 일하는 법’ 혹은 ‘우리의 임무’를 짜는 겁니다. “동기부여가 잘된 사람들의 공동체로서 귀하에게 맛 이상의 가치를 전달한다“가 저희의 임무입니다. 동기부여가 잘된 사람들의 공동체가 저희의 내부 이념이자 회사의 철학이고요. 그걸 이루면 자연스레 맛 이상의 가치를 드릴 수 있다고 믿어요. 그걸 내부 브랜딩이라 생각합니다. 밖에 노출하지는 않지만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문을 연 2014년 대비 2022년에는 얼마나 성장했습니까?
“10배 훨씬 넘었죠. 2014년 매출이 기억은 안 나지만 2022년 매출은 120억원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제 성취감은 숫자보다는 올해 동료들의 결혼 소식에서 옵니다.
직원들이 ‘이 회사를 다니며 결혼을 해도 괜찮겠다’ 싶을 만큼 안정적인 회사를 만들고, 동료들에게도 그만큼 안정감을 준 것 같아서요. 저희 창업자들은 ‘이 직업을 계속 하고 싶을 때 내 기술로 스스로를 성장시키며 할 수 있다’는 개념을 현실화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멋있는 브랜드를 만들겠다, 성공하겠다’는 것과는 다르네요.
“그럴 거면 혼자 했겠죠. 혼자 할 때의 성취감보다 함께 할 때의 기쁨이 더 큽니다. 함께 하기 때문에 더 성장할 수 있어요. 혼자 가는 것보다 어려울 수는 있지만. 그래서 저희도 저희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어요.”
―어떤 선순환입니까?
“매장이 하나일 때 오프라인 매장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매출을 일으켜 내부 디자이너를 모실 정도의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그를 통해 매력적인 이미지를 더 만들어 국내외 원두 납품 등 부가가치를 일으키고자 했습니다. 발생한 부가가치를 통해 다시 오프라인 투자를 하고, 그를 통해 브랜딩 규모를 팀으로 확장시키고, 그 팀의 에너지를 통해 더 좋은 비즈니스를 일으키는 순환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생존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여럿이 할 거라면 구성원이 나이 들어가는 한 계속 함께 성장해야겠죠. 저는 10년 뒤에 무엇이 변할까보다 10년이 지나도 안 변하는 게 무엇일지를 생각합니다.”
―무엇이 안 변할까요?
“커피를 좋아하는 마음, 더 좋은 걸 먹고 싶어 하는 마음.”
―한국의 소비수준이 높아질 거라는 긍정적 사고방식이군요.
“사람은 좋은 걸 접하면 내려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좋은 걸 접할 기회는 많아지겠죠. 사람들이 좋은 커피와 빵을 접하니까 우리가 성장할 기회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프릳츠 브랜딩 사례가 그동안 언론에 많이 소개됐습니다. 그 기사들이 프릳츠의 뜻을 반영하고 있습니까?
“밖에서 본 성공 원인과 제게 실제로 중요한 것이 다를 수는 있죠. 저는 운영하는 사람이니까요.”
―예를 들어 프릳츠의 성공 비결로 꼽히는 ‘레트로 콘셉트’ 같은 거요.
“그건 저에게 중요한 내용은 아닙니다.”
(프릳츠 브랜딩은 그동안 특이한 ‘디귿’ 받침에 귀여운 물개 로고 등으로 주목받았다. 김 대표는 ‘프릳츠’의 뜻을 물을 때 늘 비밀이라고 답한다.)
―뭐가 중요한가요?
“조직원들의 삶의 안정. 구성원의 마음이 나와 비슷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요. 일하는 게 즐거운 사람들, 성취감을 느끼길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일하길 좋아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이제 한국의 경제적 시스템 안에서 삶의 안정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지금 같은 말씀이라면 이른바 카페 브랜딩을 하려는 분들께 할 조언이 없겠습니다.
“없어요. 조언을 하고 싶지도 않지만, 원하시는 바도 다를 거에요.
―프릳츠의 로고가 물개가 아니어도 상관 없나요?
“상관 없어요. 그건 이것과 저것이 다르다는 표식일 뿐입니다. 구성원들이 자기 직업적 의미를 해내야 로고가 의미를 갖습니다.”
―좋은 동기부여가 된 분들이 열심히 하면 그 로고가 힘을 가질 거라는 거죠?
“제가 면접에서 ‘왜 오고 싶냐’고 물으면 ‘저런 사람들 옆에서 일하고 싶어서’가 많아요. 일하는 모습이 열려 있으니까. 큰 칭찬이죠. 동료들 일하는 거 보면 대단해요.”
―저는 ‘프릳츠 도화’의 레이아웃이 도전적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매장 한가운데 커피 내리는 곳이 있고, 바리스타들이 이곳을 쉼없이 움직이며 커피를 내립니다. 설거지와 커피 내리는 장면 등 모든 것이 노출되고요.
“저희는 저희가 일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레시피나 커피 세팅 값도 다 열려 있고요. 저희가 어떻게 일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저희가 기술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 보여드릴 수 있으면 너무 좋겠죠. 프릳츠 바리스타라는 기술자에 대한 신뢰도 높아졌으면 하고요. 저희는 기술자로의 신뢰가 아주 중요한 회사입니다.”
―올해 목표는 뭔가요?
“올해만의 목표는 없어요. 목표는 늘 같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다시 찾게 한다.’ 그만큼 기쁜 게 없고, 기술자로 만족감을 느끼는 게 없어요. 전에는 제가 만든 커피나 빵이 내 기준에 차면 만족스러웠습니다. 지금은 그게 즐기는 분의 기쁨으로까지 갔으면 좋겠어요. 그 기쁨을 손님의 재방문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잡지 에디터. ‘라이프스타일’로 묶이는 업계 전반을 구경하며 정보를 만들고 편집한다. <요즘 브랜드>, <첫 집 연대기> 등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