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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글라이딩 타고 단양팔경 그림 속으로 ‘풍덩’ [ESC]

등록 2023-06-10 08:00수정 2023-06-10 10:10

캠핑의 정석 충북 단양

풍광 좋은 생태공원에서 차박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도 장관
구경시장 ‘마늘 먹거리’ 풍성
지난달 20일 홍유진 작가가 파일럿과 함께 충북 단양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있다.
지난달 20일 홍유진 작가가 파일럿과 함께 충북 단양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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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묻지 않은 청정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단양을 빼고는 말할 수 없으리. 단양팔경이란 말이 괜히 있을까. 남한강 흐르는 고요한 물소리에 잠들고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날았다. 지난 5월 중순 주말 산과 물, 바람까지 청량한 단양을 다녀왔다.

여름 같은 뜨거운 볕과 강렬한 자외선이 단양을 더욱 달뜨게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모자를 쓰지 않으면 정수리가 타들어 갈 듯 뜨거웠다. 그런데 이게 웬걸, 불어오는 미풍에는 아직 봄의 선선함이 묻어 있다. 덕분에 때아닌 더위에 고생하다가도 그늘에 가만히 있으면 단양을 감싸 안은 강과 산을 가로질러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금세 열기를 식혀준다.

이런 날에는 패러글라이딩 체험이 진리다. 직접 배워 자격증을 딴 사람들은 혼자서도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아오른다. 하지만 나처럼 경험이 없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베테랑 파일럿이 능수능란하게 조종해주는 2인승이 있으니까.

하늘을 달리다

먼저 산 중턱으로 올라갔다. 동행한 친구들 중 일부는 무섭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를 포함해 겁 없고 호기심 많은 서너 명 정도로 체험 인원이 결정됐다. 개인적으로는 패러글라이딩이 취미인 친구를 통해 여러 이야기를 들어왔기에 더욱 기대감이 있었다. 체험을 포기한 친구들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 마련된 카페에서 도란도란 수다를 즐겼다.

패러글라이딩 전 안전수칙을 잠깐 듣고 우리는 한명씩 차례로 뛰어내렸다. 활공장에서 땅을 박차고 힘차게 하늘을 날아오르는 순간, 그저 눈으로만 보던 단양의 그림 속으로 풍덩 뛰어든 것만 같았다. 하늘을 여유롭게 유영하는 기분은 더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베테랑 파일럿과 함께함으로써 안전을 어느 정도 전제로 한 비행을 하면서 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만났다.

하늘을 날아오른 감흥이 다 가시기도 전에 단양 강변으로 향했다. 단양생태체육공원은 앞으로 고요하게 흐르는 남한강과 도담삼봉 등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캠핑족에게 인기가 많다. 드넓은 강변에 인심 좋게 펼쳐진 주차장과 공터가 인상적이다. 축구장, 야구장, 파크골프장, 생태습지, 자전거도로, 간이화장실까지 여러 편의시설을 갖춘 데다, 단양 도심에 자리하여 주변 맛집이나 주요 관광지와의 접근성이 훌륭하다. 캠핑 시즌이 시작되면서 매주 주말이면 차박, 오토캠핑, 카라반, 캠핑카로 즐기는 각양각색의 캠핑족들이 모여드는 이유다.

나 역시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단양생태체육공원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간단하게 물을 끓여 드립백 커피를 내렸다. 진하게 올라오는 커피 향을 맡으며 느리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편안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휴우. 그 어떤 걱정도 번뇌도 없이 가만히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 것, ‘물멍’은 언제나 옳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출출해졌다.

라면을 먹을까 하다가 맛집이 모여 있다는 단양 구경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음식을 해 먹는 것도 좋지만 현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이런 소소한 나의 소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니 돈을 쓰면서도 건강하게 사용하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시장을 구경하고 오가는 사람들도 보면서 소문난 맛집들을 기웃거리다, 마침내 마늘 닭강정을 사 들고 돌아왔다.

‘만천하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단양 전경.
‘만천하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단양 전경.

남한강에서 소백산까지

트렁크를 열고 차 안에서 느긋하게 저녁 식사를 했다. 새 소리, 귀뚜라미 소리, 조용한 강물 소리가 주변 캠퍼들의 소곤거리는 말소리에 더해 평화로운 시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바람에 실려 온 새초롬한 풀냄새를 맡으며 잠이 들었다.

도담삼봉만으로 단양을 말하기엔 확실히 부족함이 있다. ‘만천하 스카이워크’는 산꼭대기에 세워진 전망대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본 단양의 풍경은 확실히 그 어떤 곳보다 근사했다. 무엇보다 둥근 계단 밖으로 설치된 투명 바닥 전망대가 압권이다. 굽이치는 남한강과 단양 읍내, 그리고 멀리 소백산 연화봉까지 시원하게 펼쳐졌다. 두꺼운 유리 아래 발밑으로 보이는 남한강의 풍경은 아찔하기까지 했다.

단양팔경을 보다 가까이 볼 수 있는 스피드보트 역시 놓치기 아쉽다. 12인승 작은 배를 타고 남한강을 유유자적 누비며 도담삼봉, 구담봉, 옥순봉 등을 돌아볼 수 있다. 보트 운전자 겸 가이드의 걸죽한 입담을 듣고 적당한 속도감까지 즐길 수 있으니 1석 3조랄까. 시간이 허락한다면 사인암에 들러 잠깐의 피크닉을 즐기거나 명물로 소문난 단양 잔도 길 트레킹을 통해 더 깊이 단양의 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단양 구경시장은 먹거리가 많기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먹거리로는 쏘가리 매운탕, 순대, 다슬기, 흑마늘 빵, 마늘 만두, 마늘 빵 등이 있다. 모두 마늘을 앞세운 먹거리들이다. 단양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육쪽마늘의 주요 생산지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늘 아포가토와 마늘 라떼, 그리고 마늘양갱 등을 디저트로 먹으며 ‘카페 인 단양’에서 이번 차박 여행을 마무리했다.

알아 두면 좋아요

1. 패러글라이딩을 하려면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비행시간은 당일 날씨에 따라 5~10분 소요되지만 이동과 사전준비 등을 포함하면 얼추 1시간 정도 걸린다. 비용은 체험 선택사항에 따라 1인당 9만~15만원이다.

2. 단양생태체육공원은 전용 캠핑장이 아니므로 개수대와 간이화장실 등 캠핑을 위한 시설물은 부족한 편이다.

3. 만천하 스카이워크를 이용하려면 주차장에서 주차 뒤 전용 셔틀버스로 산 정상까지 5분가량 올라가야 한다.

글·사진 홍유진

여행작가. 1년의 절반은 타지에 살며 그곳에서의 삶을 기록한다. <오늘부터 차박캠핑>, <보통날의 여행>,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 <시크릿 후쿠오카>, <무작정 따라 하기 오사카. 교토>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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