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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은 봉평? 전국 1위 제주 메밀로 만든 ‘밭한끼’ 어때요

등록 2023-10-14 07:00수정 2023-10-14 08:47

[ESC] 내달 제주 밭한끼 페스티벌…메밀·보리·고사리 등 현지 식재료로 밥·반찬·빵까지
‘빵귿’ 양소형·홍동근 부부가 제주 밭한끼 캠페인에 참여해 개발한 ‘갸또 낭떼’(왼쪽)와 ‘비넌콘’.
‘빵귿’ 양소형·홍동근 부부가 제주 밭한끼 캠페인에 참여해 개발한 ‘갸또 낭떼’(왼쪽)와 ‘비넌콘’.

메밀에 관한 한 제주도 사람들은 안타까움이 있다.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영향으로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이 메밀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계청 ‘농작물 생산조사’ 통계를 보면, 2021년 제주의 메밀 생산량은 1127t(전국 생산량의 57.3%)으로 전국 1위다. 강원의 생산량은 155t(7.9%)으로 경북(297t·15.1%)에 이은 세번째다. 메밀 재배면적도 제주(1426ha)가 강원(189ha)에 견줘 7.5배로 국내에서 가장 넓다. 메일 수확기(10월 말~11월)를 앞두고 지난 5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를 찾았다. 흰 눈송이 같은 메밀꽃들이 가을바람에 산들거리고 있었다.

밥 먹기 전 제주 자연부터

메밀·당근·브로콜리 등 제주 밭작물로 마을 주민들이 개발한 도시락.
메밀·당근·브로콜리 등 제주 밭작물로 마을 주민들이 개발한 도시락.

“제주도에서는 메밀을 갈아 주로 빙떡이나 몸국으로 먹는데요. 메밀을 가루로 만들지 않고 이렇게 밥으로도 먹을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마을 주민 김혜란(61)씨가 제주 메밀에 애정을 담아 말했다. 다음 달 열릴 ‘2023 제주 밭한끼 페스티벌’을 앞두고 제주 밭작물로 만든 도시락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김영빈 요리연구가와 함께 김씨 등이 메뉴 개발에 참여한 도시락에는 메밀브로콜리무주먹밥을 비롯해 그릴드유부당근고사리랩, 선흘동백주먹밥, 구운 브로콜리·양배추 등 제주 밭에서 나온 싱싱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소담스럽게 담겨있었다. 함께 밥상에 앉은 제주시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추진단) 임원과 기획·홍보업체 관계자 등 8명이 품평을 주고받았다. 김씨는 “메밀밥은 찰기가 적고 약간 미끌거리는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고구마와 메밀밥을 섞은 ‘메밀 범벅’도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제주 밭한끼’ 캠페인은 제주 밭에서 나온 작물들을 식재료로 사용해 한끼 음식을 조리하고, 밭작물이 나온 마을 공간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제주 농촌의 자립적 발전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에 선정돼 제주시가 지난해부터 4년 동안 7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진행 중인 사업이다. 김노경 추진단 사무국장은 “제주에서 생산된 밭작물이 대량으로 서울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으로 가서 국내 유통체계에 흡수돼 제주산 브랜드 가치를 잃은 채 소비되고 있다”며 “제주 밭작물을 제주에 오면 소비해야 할 브랜드로 격상시키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캠페인 기획·홍보를 맡고 있는 신시아의 정경원 부사장은 “올해에는 ‘밭한끼 도시락과 함께 하는 마을 투어’, ‘빵빵한 제주 밭한끼’(제주 밭작물을 재료로 새로운 빵 메뉴 개발·판매) 등을 통해 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되도록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메밀밭에서 마을 주민 현경숙(왼쪽)씨와 김혜란씨가 수확을 한달쯤 앞둔 메밀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5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메밀밭에서 마을 주민 현경숙(왼쪽)씨와 김혜란씨가 수확을 한달쯤 앞둔 메밀을 살펴보고 있다.

점심 도시락을 먹기 전, 2시간 동한 진행된 선흘마을 투어는 이곳의 이야기를 손님들과 연결시키는 프로그램이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에 위치한 선흘마을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투어의 시작점은 2011년에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동백동산이었다. 울창한 숲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오전의 조각 햇빛은 멋진 조명이 되어 일행의 발길을 비췄다. 이내 동백동산의 대표 습지인 먼물깍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습지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거문오름 해설사이자 이날 마을투어 안내를 맡은 제주 토박이 현경숙(66)씨는 “과거에 제주 중산간에서 살기 힘들었던 이유는 물이 부족했기 때문인데, 선흘리는 물이 풍족해서 살 만한 마을이었다”고 했다. 마을의 80대 할머니들이 밭작물을 그려 각자의 집 창고에 전시해놓은 그림들을 관람하는 ‘할망그림 예술창고’도 이어졌다. 마을투어의 마지막 장소는 1948년 제주 4·3사건의 아픔을 간직한 ‘낙선동 4·3성’이었다. 당시 정부는 무장대 습격을 차단하고 주민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이곳을 포함해 제주 전역에 돌성을 쌓게 했다.

‘할망그림 예술창고’에 전시할 제주 밭작물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홍태옥(86·왼쪽)·김인자(84·가운데)·강희선(86)씨. 김인자씨는 “우리 셋은 3년 전에 밭작물 그림을 가장 먼저 그리기 시작한 삼총사”라며 웃었다.
‘할망그림 예술창고’에 전시할 제주 밭작물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홍태옥(86·왼쪽)·김인자(84·가운데)·강희선(86)씨. 김인자씨는 “우리 셋은 3년 전에 밭작물 그림을 가장 먼저 그리기 시작한 삼총사”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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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농민·자영업자 ‘상생 첫걸음’

제주시 구남동에서 토박이 부부가 운영하는 ‘빵귿’은 ‘빵빵한 제주 밭한끼’ 캠페인에 참여한다. 제주 메밀을 재료로 한 ‘비넌콘’(독일식 통호밀빵)과 제주 보리개역(볶은 보리 분말)을 넣은 ‘갸또 낭떼’(프랑스 항구도시 낭떼식 케이크)를 개발했다. 빵 이름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아내 양소형(43) 대표는 “이번에 새 빵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메밀이 갈리기 전 알갱이가 삼각형의 고운 모양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그 예쁜 메밀을 그대로 빵 위에 흩뿌려서 모양과 식감, 구수한 맛을 그대로 살리는 식사 빵을 새로 만들었다”고 했다.

‘아사라 베이커리’ 김봉선 대표가 제주 밭한끼 캠페인에 참여해 개발한 ‘제주초당메밀빵’을 만들고 있다.
‘아사라 베이커리’ 김봉선 대표가 제주 밭한끼 캠페인에 참여해 개발한 ‘제주초당메밀빵’을 만들고 있다.

28년 제과·제빵 경력을 갖고 있는 제주시 삼양일동의 김봉선(48) ‘아사라 베이커리’ 대표는 제주 밭작물을 재료로 한 ‘제주초당메밀빵’과 ‘브로콜리 포카치아’, ‘제주보리롤크림빵’ 등을 개발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다 2년 전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도내 메밀 농부와 직거래를 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농민은 판로가 생겨서 좋고, 김 대표와 같은 자영업자는 신선한 식재료를 도서 산간 배송비가 빠진 가격으로 안정성 있게 확보할 수 있어 좋다. 제주시 세화리 베이커리 ‘가는곶세화’의 박은미(37) 대표는 이번 캠페인에 참여해 제주 토종 푸른콩인 독새기콩을 재료로 ‘사워도우’를 만들었다. 서울의 베이커리에서 일하다 3년 전 이곳으로 온 그는 “이번에 아는 농부의 소개로 내 또래의 젊은 여성 농부로부터 독새기콩을 샀는데 독새기콩뿐 아니라 토마토, 감자, 당근, 흑보리가루 등 주요 재료들을 주변 소농들로부터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서로 상생하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주 농민과 제빵 자영업자들의 직거래는 아직 미흡한 수준으로 이제 연결되기 시작하는 단계였다.

제주 밭한끼 캠페인에 참여한 ‘가는곶세화’ 박은미(37) 대표가 제주 토종 푸른콩인 독새기콩을 넣어 개발한 ‘사워도우’.
제주 밭한끼 캠페인에 참여한 ‘가는곶세화’ 박은미(37) 대표가 제주 토종 푸른콩인 독새기콩을 넣어 개발한 ‘사워도우’.

추진단은 이달까지 준비를 마치고 다음 달 선흘리를 포함해 구좌읍 하도리, 한림읍 귀덕리 등에서 제주의 밭작물과 도시락·베이커리 등 한끼 음식, 자연과 문화, 역사와 주민이 함께 하는 월간 행사를 열 계획이다.

※제주 밭한끼 참고 링크(https://www.instagram.com/jejubaat/)

제주/글·사진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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