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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도 없었는데 대륙을 횡단했죠

등록 2007-05-17 17:30수정 2007-05-18 11:07

여행에서 건진 보물 ‘몰튼 자전거’
여행에서 건진 보물 ‘몰튼 자전거’
[매거진 Esc]여행에서 건진 보물 / 몰튼 자전거

“몰튼을 만난 곳은 자전거 잡지 <휴먼 파워드 비이클 어소시에이션>의 편집장인 버넌 포브스의 집이었어요. 그는 나를 지하의 음습한 창고로 데려갔어요. 폐자전거들이 쌓인 창고 구석에 노란색 몰튼이 놓여 있었죠. 바퀴도 없고, 안장도 없고, 기어도 없었어요. 포브스는 미국 횡단을 떠나는 나에게 그 자전거를 빌려준다고 했어요. 그리고 두 달 동안 느릿느릿 나머지 부품을 채워 넣어줬지요.

사실 몰튼은 당시 자전거 초보였던 나에게 과분한 놈이었어요. 중국 대륙 횡단을 성공한, 달리는데 이력이 난 자전거였거든요. 몇 년 전, 포브스가 한 여성 친구에게 몰튼을 빌려줬고, 그녀는 중국 횡단에 성공했거든요. 여행이 끝난 뒤 그녀는 몰튼을 포브스에게 돌려줬고 포브스는 다시 나에게 빌려준 거지요.

2005년 5월26일, 몰튼을 타고 대서양의 소도시 요크타운을 출발했어요. 80일 동안 태평양의 소도시 플로렌스까지 6400㎞를 달렸지요. 사실 오래된 자전거라 잔고장도 많고 부품 구하기도 힘들었어요. 하지만 몰튼은 여행 내내 인기를 독차지했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몰튼 옆에 나를 세워두고 기념사진을 찍어댔지요. 몰튼이 워낙 희귀한 자전거이기도 했고, 이 작은 자전거를 타고 대륙을 횡단하는 동양인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던 거죠.

몰튼은 영국산 자전거예요. 물론 몰튼 기종 중에는 1천만 원이 되는 고가도 있지만, 내가 빌린 건 중고 철제 보급형이었어요. 사실 얼마 간의 돈을 주고 한국으로 가져올 수도 있었죠. 하지만 꼭 내 옆에 둬야 보물은 아니잖아요. 헤어지는 게 아쉽긴 했지만, 마음 속에 간직하기로 하고 돌려보냈어요. 덕분에 몰튼에게 또다른 여행 기회가 생긴 거 아닐까요? 지금 몰튼은 새 친구를 만나 어딘가를 달리고 있을지 모르죠.”

홍은택/ NHN 미디어 담당 이사·<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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