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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인과 SF문학의 만남

등록 2007-05-30 16:51수정 2007-05-30 23:16

<어둠의 속도>
<어둠의 속도>
[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정소연 옮김, 북스피어 펴냄

같은 사람은 없다. <어둠의 속도>의 ‘나’도 그렇다. ‘나’는 먼 책장에 꽂힌 책의 반질반질한 표지에 비친 빛이 시야 끄트머리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게 머리를 앞뒤로 흔들 수도 있다. 하지만 빛의 나타남과 사라짐을 즐기며 머리를 계속 흔들면 사람들은 머리를 그만 흔들라고 말하고, 그 행동은 전형적인 ‘증상’으로 기록된다. 사람들은 들으라는 듯 대놓고 무례한 말을 하기도 한다. 괴짜라는 표현은 가장 완곡한 축에 속한다. 사람들은 ‘나’를 자폐인이라고 부른다.

<어둠의 속도>의 미래에는 사실상 자폐가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 루는 마지막 자폐 세대로, 치료를 받아 학위를 따고 생명정보과학 분야 직장을 구하고 운전을 하며 스스로를 돌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당황하면 말을 더듬고, 뭐든 규칙에 맞게 행동해야만 하며, ‘정상’인들의 무례한 시선을 참아내야 한다. 어느날, 그의 직장 상사가 자폐를 고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치료를 받아보겠느냐고 권한다.

이 책의 관심사는 자폐를 이겨내고자 ‘가족’들이 얼마나 헌신하느냐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폐인의 관점에서 본 세상과 자기 자신을 그리고 있다. 자폐인이 혼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해도, 자폐는 수정되어야 할 오류에 지나지 않는 걸까. 한 인간이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건 무엇인가. 스스로를 ‘정상’으로 낙인찍은 인간들의 삶이 꼭 바르다고 볼 수 있나. 회사에서 공인된 또라이는 ‘정상’인가?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는 마크 해던의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처럼 자폐인이 주인공이자 화자인 소설이다. 또한 주인공의 성품과 이야기 진행의 면에서 대니얼 키스의 <앨저넌에게 꽃을>(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 원작소설)을 연상시키는 데가 있다. <앨저넌에게 꽃을>과 <어둠의 속도>는 둘 다 최고의 공상과학(SF) 소설에 주는 네뷸러상 장편 수상작인데, 에스에프가 외계인들이 등장하는 전쟁물 이야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 개조용으로 꽤 훌륭한 책들이다. 에스에프 문학이 던지는 멋진 변화구인 셈이다. 그 공을 잡는 건 독자 몫이고.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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