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어는 먹이를 달지 않은 낚시대를 길게 드리워 잡는다. 짱뚱어 낚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부들.
[매거진 Esc] 사진작가, 바다를 찍다 ②여동완의 순천만 대대포구
장마철에 비가 내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자연의 정체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으므로, 직감으로 순천만에 머무는 사흘 동안은 내리는 비와 동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겠다.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포구는 더욱 침착하다는 느낌이다.
대대포구에서 갯벌 탐사 유람선의 선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대우씨는 순천만이 세계 5대 연안습지의 하나이고, 그 덕에 자연학습 체험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드는 것이 뜻밖이었던지, “지구상에는 갯벌이 별로 없는가 봅니다. 여기가 뭐 볼 게 있다고…”라며 말끝을 흐린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는 주어진 삶의 터전일 뿐 달리 특별할 게 없기도 하겠다. 하지만 자신의 탐사선으로 구석구석을 안내하며 희귀 조류 서식지인 갈대밭과 지구의 허파로 비유되는 갯벌의 친환경적인 기능을 구수하게 설명하는 폼이 ‘순천만 지킴이’로서의 자부심이 여실히 드러났다.
비에 젖은 땅과 초목의 알싸한 향기
탐사선을 타고 순천만의 유명한 에스(S)자 강을 따라 나아간 장마철 포구의 풍경은 비가 오락가락하니 위아래는 물색이고 사방은 해무로 에워싸여서 분위기가 있다. 마치 구름 속을 부유하듯 비현실적인 느낌인데, 가깝게 보이는 뻘을 뒤덮은 게들의 오물오물 기어다니는 움직임과 간간이 시야로 날아드는 왜가리들만이 실재성을 확인해 줄 뿐이다.
순천만 탐방객들을 위해 조성된 자연생태공원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른바 ‘갈대밭 휴양림’이다. 순천만 어귀에 드넓게 자리 잡고 있는 갈대숲은 그 규모가 약 30만 평에 이르러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고 잘 보전된 갈대군락지인데, 그 사이사이에 데크를 설치해 갈대숲 길을 산책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갈대 키보다 나지막이 설치된 나무색 데크가 한여름 초록의 갈대숲과도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보기에 거슬리지 않고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몸과 마음을 쉬기에 그만이다.
갈대밭 휴양림을 가로질러 데크로 연결된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아름다운 순천만 갯벌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용산 전망대에 닿게 된다. 네댓 개의 완만한 동산이 일렬로 늘어선 모양이 용 같다 해서 이름 붙여진 용산의 오름길은 약간 숨이 차는 정도로 야트막해서 부담 없이 걸을 만하다. 비에 젖은 땅과 초목이 내뿜는 알싸한 향기에 취해 전망대에 올라 보니 과연 시야가 탁 트여서 저 멀리 바다로 이어지는 원형의 해안 하구의 풍광이 시원하고, 뒤를 돌면 아기자기한 동산 밑자락에 자리 잡고 포구에 기대어 사는 마을들도 한눈에 들어온다.
순천에 머문 사흘 동안 눈 마주치고 말을 나눈 사람들은 위에서 언급한 탐사 유람선장, 식당 사람들, 모텔 사람들, 택시 기사들, 대대 마을 주민들 그리고 이 지역을 관할하는 광양 해양수산부에서 도움을 주러 나오신 홍성선씨 등 수십 명은 된다. 그런데 이 모든 사람들에게서 나는 한 번도 내 에너지가 저항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다정하면서도 친절이 넘치지 않고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아서 심기를 편안하게 하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 그래서 순천시의 ‘정겨운 순천’이라는 슬로건이 공허하지 않고, 순천이라는 지명의 유래 또한 맞춤하다.(전남 동부 해안가에 자리한 이 지역을 순천이라 하기 시작한 것은 고려 충선왕 때(1310년)부터라는데, ‘이 고장 사람들의 인정이 후하여 천명에 순종한다’는 뜻에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여동완/사진작가
순천 사람들은 여름철 별미로 짱뚱어탕을 먹는다.(위) 장산 마을 근처에서 내려다 본 순천만 갯벌.(아래)
갈대밭 휴양림. 순천만 입구에 자리잡은 갈대밭에는 데크가 설치되어 산책하기 좋다.
여동완/사진작가
갈대밭 쪽에서 본 새벽녁의 물이 빠지고 있는 대대포구.(왼쪽) 순천만 갯벌에 서식하는 농게.(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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