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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의 ‘스카버러’

등록 2007-07-18 17:37

벼룩시장에서 화초로 좌판을 벌여보자. 이왕이면 직접 파종한 화분을 들고 말이다.
벼룩시장에서 화초로 좌판을 벌여보자. 이왕이면 직접 파종한 화분을 들고 말이다.
[매거진 Esc] 이명석의 반려식물 사귀기

‘스카버러 시장(Scarborough Fair)에 가실 건가요?’ 사이먼과 가펑클은 노래한다.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 그리고 타임…’ 허브의 여인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전해 달라고 한다. 스카버러는 영국 바닷가에 실존하는 휴양지로, 중세에는 유럽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달포 반이나 시장을 열었다고 한다. 전염병과 무거운 세금 같은 것들로 18세기 들어 모래처럼 바스라져 버렸지만.

나에게도 꿈의 시장이 있어, 바구니를 들고 모인 동네 사람들로 북적인다. 어떤 이는 겨우내 까먹다 남은 호박씨를 새로 난 상추싹과 바꾸고, 다른 이는 갓 지은 밥에 누구든 들고 온 산나물과 콩나물을 한 움큼씩 넣고 비비라고 한다. 솔잎떡 한 덩이와 산머루술 한 됫박을 나누고, 붓두껍에 들어 있는 목화씨를 가져가며 다음해 그 면으로 짠 아기 인형을 가져오리라 약속한다.

스카버러도, 내 꿈도 아득하다. 하지만 반 발짝쯤 먼저 떼어 볼까? 동네 친구인 부뚜막 고양이 공방에서 여는 벼룩시장에, 나의 좌판을 벌여 본다. 집에서 기른 상추와 깻잎을 내보낼까? 팻말은 삼무(三無). “무농약, 무비료, 무관심으로 키웠어요.” 아니다. 이 정도 채소는 어디서나 구할 수 있어 경쟁력이 없다.

역시 보기도 먹기도 좋지만, 구하기는 까다로운 허브가 좋겠다. 작년에는 싱싱한 바질을 따서 시식용 토마토 샐러드와 함께 내놓았다. 반응은 좋았지만 약간 허무했다. 그냥 ‘먹고 안녕’ 하는 사람이 나의 스카버러에 함께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이명석/저술업자
이명석/저술업자
그래서 올해는 직접 파종한 허브 화분을 들고 나왔다. 키우면서 따먹는 재미가 어떤지 알아보시라고.

코리앤더와 셔빌도 야심차게 가꾸었지만, 무더위에 시들해져 버렸다. 역시 여름은 바질이다. 누군가 나비 무늬 블라우스를 걸어놓은 그늘에 작은 화분들을 늘어놓는다. 키우는 법도 알려주고, 간단한 요리법도 서로 배운다. 살에 붙어 못 입는 셔츠를 들고 온 친구를 보자, 옷과 화분을 반강제로 바꾼다. “야채 많이 먹고 살 빼면 내년에 옷 돌려줄게.” 그래도 팔다가 남으면 공방의 이 나간 그릇과 바꾸자고 해야겠다. 그걸로 화분을 만들어 또 다른 녀석들을 키워 내놓게.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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